“교사 의견 반영한 ‘디지털 기반 교육 로드맵’ 필요”
“교사 의견 반영한 ‘디지털 기반 교육 로드맵’ 필요”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4.03.29 17:35
  • 수정 2024.03.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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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노조연맹, 디지털 기반 교육에 대한 교사 인식 설문조사 결과 발표
“교육부·교육청의 Top-Down식 교육 정책 추진에 교사들 불만 제기”
교사노동조합연맹의 ‘디지털 기반 교육에 대한 교사 인식 조사 설문지’ 일부 발췌 ⓒ 교사노동조합연맹
교사노동조합연맹의 ‘디지털 기반 교육에 대한 교사 인식 조사 설문지’ 일부 발췌 ⓒ 교사노동조합연맹

지난달 교육부는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AI를 이용해 학습 수준에 맞는 자료 등을 제공하는 기능이 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일종의 보조 교사로서 현장 교사들과 협력해 학생 지도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교사들은 교육 내용 및 방식의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과몰입 및 과의존이 우려된다고 했다. 아울러 디지털 기기 관리 인력 부재 등으로 교사가 교육에만 집중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장 교사 의견을 반영한 중장기 디지털 기반 교육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7일 한국노총 교사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용서)은 ‘디지털 기반 교육에 대한 교사 인식’ 설문조사 결과 이 같은 의견이 모였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교사노조연맹이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육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교사 813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디지털 기반 교육에 관한 질문에 복수 응답을 허용한 결과 교사들은 ▲교육의 내용 및 방식의 변화와 혁신 46.7%(380명) ▲학생에 대한 객관적 진단 및 피드백 제공 39.9%(324명) ▲학생의 학습 주도권 및 능동적 학습 역량 성장 30.8%(250명)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우려되는 사항에는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과몰입 및 과의존 현상 증가 86.3%(702명) ▲교육 예산 편중으로 인한 공교육의 질 저하 45.1%(367명) ▲수집된 디지털 정보(성적, 개인정보 등)의 유출 및 관리 문제 31.5%(256명)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교육 추진 과정에 있어 우려되는 점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 68.4%(556명)는 ‘교사에게 과도한 업무 및 민원 집중’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디지털 기반 교육 추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묻는 물음에 응답자 74.3%(604명)는 ‘디지털 기기의 유지, 보수, 관리의 어려움(관리 인력 부재)’을 꼽았다.

교사들은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을 위한 무선망 구축, 기기 관리 등을 위한 계획이 부재한 것을 지적했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무선 인터넷 사용 시 연결 불량, 속도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 수립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교사들은 디지털 기기 등 관리 책임을 맡아 교육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한다고 교사노조연맹은 설명했다.

디지털 기반 교육의 장기적인 로드맵(예산, 정책, 실행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는지를 묻는 물음에는 53.9%(439명)가 ‘전혀 그렇지 않다’, 26%(212명)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디지털 기반 교육의 정책 수립 및 운영에 있어 현장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는가에 관한 질문에는 65.4%(532명)가 ‘전혀 그렇지 않다’, 21.6%(176명)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교사노조연맹은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하향식(Top-Down)식 교육 정책 사업 추진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불신과 불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난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디지털 기반 교육 관련 예산 수립 등 장기적인 로드맵을 교육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