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째 진통 앓는 지방세입정보시스템···“행안부 응답 없어”
6주째 진통 앓는 지방세입정보시스템···“행안부 응답 없어”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3.29 18:30
  • 수정 2024.03.29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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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오류 계속되며 공무원·민원 콜센터 노동자 고통 가중
“1,900억여 원 들여 성실 납세자를 체납자로 만드는 ‘탁상행정’”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위택스 오류 조속 해결 촉구 및 콜센터 상담사 보호조치 요구 기자회견’. ⓒ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국민권익위원회공무직분회

지난 2월 13일 행정안전부는 총액 1,923억 원을 투입해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을 출시했다. 그런데 시스템이 개통되자마자 업무를 위한 본인 확인조차 어려운 수준의 결함이 발생했다. 약 6주가 지났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시스템이 오류투성이여서 원활한 업무 처리가 어려운 실정이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익숙한 메뉴를 찾지 못하는 불편부터 시스템 문제로 잘못 부과된 세금에 대한 분노까지, 화가 난 납세자들의 감정을 받아내고 수기 작업으로 시스템의 구멍을 수습하는 건 지방세입정보시스템에 연동된 온라인 납세 서비스 ‘위택스’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콜 110’ 상담노동자들과 세무공무원들이다.

이에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이해준)는 지난 2월 23일 신속한 시스템 운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같은 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안부 지방세정책과와 면담했다.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국민권익위원회공무직분회(분회장 이선명, 이하 분회)도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같은 달 27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상담사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고 알렸다.

비효율적 시스템에 오류 더해 업무 차질···
“실무도 디지털 환경도 모르는 탁상행정”

국민콜110 상담노동자이자 분회 조합원인 정은영 씨는 이번 지방세입정보시스템 오류 사태를 겪으면서 “중앙정부의 담당자들이 현장의 실무에 대해서도, 디지털 환경 구축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 채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정은영 씨는 민원인을 안내하면서 오류는 차치하더라도 시스템 자체에 이미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 서비스 이용에 가장 중요한 ‘조회’, ‘발급’ 등의 버튼이 웹페이지의 푸터(footer)* 영역 아래에 있는가 하면, 여러 기관에서 정보를 조회해야 하는 증명서를 발급할 때 이전처럼 한 번의 입력으로 모든 기관의 정보가 출력되지 않고 각 기관별 페이지를 일일이 열어 정보를 하나하나 입력하게 하는 식이다. *이용약관이나 개인정보처리방침과 같은 정책 페이지나 사이트맵, 저작권 안내 등이 배치돼 있는 사이트 최하단 영역

경남 거제시에서 세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 A씨는 차세대 시스템 도입 전까지 각 지자체마다 서로 다르게 운영되던 방식을 통일하는 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데이터를 통합한 데 따른 문제도 많다고 밝혔다. “지자체마다 법인이나 단체에 납세자 번호를 부과하는 형식이 다르고 자릿수도 다른데, 차세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일괄적으로 13자리로 통일됐다. 빈 자릿수에 임의의 번호가 붙다 보니 기존 납세자 번호로는 납세자 정보 조회조차 어려워 신고도 납부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여기에 시스템 오류가 더해지며 잘못 세금을 납부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선명 분회 분회장은 “지금은 자동차세 연납과 법인 지방소득세 신고가 이뤄지는 기간이다. 기존 납세자 번호로 타 지자체의 다른 법인이 조회된다는 민원도 받아 봤다. 차량 번호를 조회했을 때 전혀 다른 차량이 조회돼 초과 납부가 이뤄졌다는 민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속출하자 행안부는 지난 20일 지자체 세무공무원들을 모아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A씨는 행안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스템 오류로 세금이 잘못 부과되면 행안부가 책임질 수 있냐고 물었지만 ‘노력하겠다’는 답변밖에 받지 못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위택스 오류 조속 해결 촉구 및 콜센터 상담사 보호조치 요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국민권익위원회공무직분회

민원인 감정 받아내고 수기로 업무 처리하며
과중한 업무·스트레스 떠안는 현장 노동자들

분회는 연일 발생하는 오류로 국민콜110 상담노동자들이 시스템 도입 후 한 달간 26만 건에 달하는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 관련 민원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분회에 따르면 2022년 국민콜110으로 들어온 지방세입정보시스템 관련 문의는 모두 합쳐 25만 건이다. 1년 치 민원이 1개월 만에 쏟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분회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국민콜110 상담노동자 100여 명 중 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무소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86.4%(70명)가 우울증 위험군에 속해 있었다. 이는 2021년 공공운수노조가 진행한 ‘공공운수노조 산하 고객센터 노동자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에서 우울증 위험군에 속해 있는 상담노동자가 80.3%로 나타난 것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공무원들 역시 쏟아지는 업무와 민원으로 고통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A씨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세금을 신고하거나 납부하지 못한 민원인들은 관할 자치단체로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하지만, 현장에서 수기로 처리한 납세 건조차 오류로 인해 이중 납부나 체납으로 처리돼 항의를 받는다”고 했다.

전국 세무공무원들이 담당 업무별로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도 연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광주 소재의 한 기초자치단체 세무공무원 B씨는 오류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행안부 차세대지방재정세입정보화추진단(이하 추진단)에선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대구에 있는 세외수입 담당 공무원 C씨는 “압류 해제와 같이 즉시 처리해야 할 민원들도 많은데 업무 처리가 어려워 응대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이 29일 부산 사상구청 세무과와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에 관한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조

11월에 이어 다시 발생한 대규모 행정시스템 장애
행안부 약속 “철저한 대비·신속한 복구” 지켜질까

이번 지방세입정보시스템의 주무부처인 행안부에선 지난해 11월에도 공무원용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를 겪었다.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와 주민등록시스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까지 연이어 마비되면서 당시에도 공무원들이 수기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31일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발표하고 △시스템 장애 사전 예방 및 철저한 대비 △신속한 대응·복구 △서비스 안정성 기반 강화 등 3대 추진 전략을 발표했지만, 그로부터 불과 13일 만에 벌어진 문제는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수습되지 않고 있다.

행안부의 조치가 늦어지는 사이에 현장 노동자들과 납세자들은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 오는 4월에는 법인 지방소득세, 5월엔 종합소득세 신고가 예정돼 있다. 6월과 12월엔 자동차세, 7월과 9월에는 재산세 정기분 납부가 이뤄진다. 매월 10일에는 지방소득세 특별징수분과 주민세를 납부해야 한다. 때마다 전국에서 한꺼번에 시스템에 접속하게 되는 것이다.

A씨는 “자동차세만 해도 거제시에만 9만 대의 자동차가 있는데, 과연 세금이 정상적으로 다 부과될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참여와혁신>은 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방안과 계획을 묻기 위해 추진단 관계자에게 28~29일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해당 관계자는 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이선명 분회장은 지금의 상황이 “정부가 1,900억여 원을 들여 ‘성실 납세자’를 ‘체납자’로 만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성빈 분회장은 “민원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앞으로도 이럴 것 같다는 느낌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노동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보상도 책임자 문책도 아니고 그냥 하루빨리 시스템이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