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선 실직이 두렵지 않다
덴마크에선 실직이 두렵지 않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03.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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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ㆍ베네룩스 등 ‘실직자가 살기 좋은 지역’ 꼽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실업대란 시대에 평범한 노동자로서는 ‘살아남기’가 지상최대의 과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스칸디나비아나 베네룩스 지역 노동자들은 다르다. 복지강국은 역시 실직자 지원도 남달랐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17일 ‘실직자가 살기 좋은 지역’ 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유럽 4개 지역 8개국, 그리고 일본이다. 부럽기까지한 이들의 실직자 지원 정책은 우리의 정책에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 스칸디나비아 =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이 최고의 실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갖춘 지역으로 꼽혔다. 덴마크는 실직자에게 최대 4년간 전 직장에서 받은 급여의 90%를 지급한다. 핀란드는 500일(17개월)간 임금의 85%를, 상대적으로 ‘짠’ 스웨덴도 10개월간 80%를 지급한다.

이들 국가들은 또 현금 지원 뿐 아니라 컴퓨터 교육 등 취업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게다가 안식년이나 유아휴직 등으로 공석이 생기면 구직자들이 임시로 그 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 베네룩스 =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도 만만찮은 실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이들 국가들은 최소 1년에서 최대 무기한 실직 전 임금의 60~85%를 지급한다.

벨기에는 전 직장 임금의 60%를 무기한 지급받고, 룩셈부르크는 한달에 1300유로(약 238만원)를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하루 168유로(약 30만원)의 수당과 함께 외국어 교육과 단기 일자리를 제공받는다.

다만 ‘편안하게’ 수당만 챙기고 일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른바 ‘놀고 먹는’ 사람들이 증가하자 룩셈부르크는 최근 구직희망자에게만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 스위스 = 전 직장 임금의 70~80%를 400~520일간 지급하는 스위스는 구직자들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결석할 경우 한달치 실업수당이 깎인다. 새로 구한 직장의 임금이 전 직장의 2/3에 못 미칠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 프랑스 = 최대 3년간 실직 전 임금의 57~75%를 준다. 프랑스는 실직을 막기 위한 사전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다른 유럽 지역들과 달리 법률을 통해 해고를 어렵게 만들어두고 있다.

◇ 일본 = 유럽 지역들에는 한참 못 미치는 실직자 지원 정책을 쓰고 있다. 6개월에서 최대 1년간 실직 전 임금의 50~80%를 지원한다. 경제난이 심해진 뒤로 실직자에게 공공주택을 제공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노동력의 30%에 달하는 비정규직이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 그렇다면 한국은? = 우리나라는 실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 중 자발적 실직이 아닌 경우에 한해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또한 2주 단위의 구직활동 증명을 요구한다. 지원은 90일에서 최대 240일 동안 전 직장 평균임금의 50%다. 이 또한 하루 4만원을 넘을 수는 없다. 더구나 비정규직의 경우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유럽 지역이 해고의 자유 등 이른바 ‘노동유연성’이 높은 것은 그에 상응하는 사회안전망을 갖추기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실직자 지원 및 재취업 대책을 마련하는데 참고가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