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더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더라
  • 봉재석 기자
  • 승인 2009.03.3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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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나른한 점심시간을 이용해 돌발 퀴즈 하나~!!

Q. 지난 3월 한 달간, 우리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했던 일은 무엇일까요?
① 탤런트 ‘고 장자연의 데스노트’
② ‘박연차 리스트’와 정치권 폭풍전야
③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
④ WBC 대표팀의 값진 준우승

문제가 어려울 것 같아 친절한 힌트~!!

1번 힌트, 탤런트 장자연 씨의 자살과 함께 신인 여배우로서 그동안 당했던 수모와 부당한 계약에 관한 내용이 담긴 장씨의 자필 문건이 일부 언론에 보도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성상납의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내용과 함께 대상의 실명이 거론돼 더욱 더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죠. 그 중에는 거대 언론사 사장부터 대기업 고위층들도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돕니다.

그동안 은연중에 소문으로만 돌던 여배우들의 성상납, 노예계약 등의 루머들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내용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조금씩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충격에 휩싸여 있습니다. 혹자의 경우는 이번 사건을 접한 이후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배우마다 모두 그렇게 보인다더군요. 아무튼 죄다 밝혀져서 벌 받을 인간들은 벌 받게 하고, 고인이 당했던 것 이상의 수치를 안겨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2번 힌트, 지금도 이와 관련된 뉴스로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도배하고 있군요. 초기 ‘박연차 리스트’의 출현과 함께 ‘친노’ 성향의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일각에서는 표적수사라며 ‘노무현 죽이기’라는 목소리들이 들끓었지만, 그 이후 한나라당계 인사 및 의원들도 리스트에 등장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과연 그 끝은 어디인지 4월 임시국회를 앞둔 정치권은 폭풍전야에 있습니다.

임금삭감이다 취업대란이다 뭐다 해서 가뜩이나 국민들은 힘들어 울상 짓고 있는 마당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다니... 하여튼 미운 놈들은 괜히 미운 게 아니라니까. 속는 셈치고 검찰의 양심에 한번 기대를 걸어보죠. 죄지은 녀석들은 깡그리 잡아넣어 콩밥 먹여야 돼!! 근데 콩밥도 국민들 세금이잖아? 젠장.

3번 힌트, 방금 들어온 속보~!! 개성공단 직원 1명이 북측에 억류됐다고 합니다. 아~ 이런... 북한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미국에서 인공위성으로 확인한 결과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로켓 발사대에 뭔가가 장착돼 있다고 하더군요. 어떤 일이 있어도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선 안 됩니다. 흠... 정말 어렵습니다. 어려우니까 패스~.

마지막 4번 힌트, 생각만 해도 마음이 울컥ㅜㅜ 그래서 힌트는 여기까지.

자~이제 정답을 맞힐 시간. 정답은??

바로~~ 4번?? 딩동댕!! (사심이 많이 들어간 정답...;;)

모두가 설마 하던 말도 안 되는 일본과의 5번 경기. 그 절정인 마지막 결승전. 이전의 일본과 미국의 준결승전에서 일본이 올라오면 우리나라가 질 것 같다며 꼭 미국이 올라와야 한다는 (필자를 포함한) 그놈의 입방정들과 함께한 결승전은 쫓고 쫓기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승부였습니다. 결국 일본에게 우승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안타까움으로 함께 울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의 마음엔 그들을 향한 잔잔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정말 잘 해줬습니다’

이번 WBC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바라보며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슬픔과 기쁨을 나눈 것은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결승전이 열리던 그 시간에는 YTN 건물 로비에서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있을 예정이었으나 경기가 조금씩 연장되자 파업 결의대회도 응원과 함께 늦춰졌습니다. 당시 그 곳에서는 조합원-비조합원, 노-사 구분할 것 없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우리 대표팀을 응원했습니다.

▲ 24일 YTN 노조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인 YTN 로비에서는 같은 시각 WBC 최종 결승전을 치르는 한국 야구 대표팀을 응원하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경기를 시청했다. 매 순간 긴장된 경기로 결의대회장은 어느 도서관보다도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WBC 최종 결승전을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어려운 경제난의 고달픔으로 인해 강퍅해져 있던 우리의 마음속에 다시 따뜻함을 심어준 그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빼앗긴 우승의 자리에는 그보다 더 값진 준우승이 있었습니다.

이래서 3월 한 달간 우리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바로 우리 야구 대표팀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 어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정말 우리 선수들, 대단합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그대들이 있어 우리가 웃을 수 있고, 힘이 납니다.

봉재석의 포토로그  못 다한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