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가기가 겁나시나요?
화장실 가기가 겁나시나요?
  • 서영민 한의학 박사
  • 승인 2009.04.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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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25% 이상이 치질…직장암·대장암 위험 신호
물·소금·채소 충분히 섭취하고 좌욕으로 예방 가능

서영민 한의학 박사

치질은 가장 흔한 항문질환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모든 수술 중에서 그 빈도가 가장 많을 정도로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성인 남녀의 25% 이상, 40~50대의 경우 50% 이상이 치질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수치를 볼 때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이 경험했을 봤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부끄러움에 치료를 받지 않는 등 그 발병률에 비해서 푸대접을 받아왔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치질이 직장암과 대장암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인식되면서 점차 치질 치료와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치질, 항문의 점막부위 비후되는 질환

치질은 특이하게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항문의 점막부위가 비후되는 질환입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고, 가족력적인 특성이 강하지만 치질을 발생시키는 유전성에 대해 확실히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후천적인 가족 특유의 습관에 의해 치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치질을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변비, 설사 또는 배변습관, 자극성 음식, 불규칙한 생활습관, 음주, 항문부위의 위생, 장시간 같은 자세로 일하는 직업 등이 있으며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질의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출혈과 항문탈출을 들 수 있는데, 항문출혈 초기에는 대변에 묻어나오거나 휴지에 피가 묻는 정도지만 점차 증상이 악화되면 피가 뚝뚝 떨어지거나 변기가 새빨갛게 변할 정도로 출혈량이 증가돼 빈혈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항문탈출 초기에는 치핵이 항문 안쪽으로만 돌출되어 있다 대변을 볼 때 일시적으로 항문 바깥으로 탈출되고 이후 항문 안으로 저절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치질이 점차 진행되면 치핵이 항상 항문 밖으로 돌출된 상태로 악화되고, 직장의 점막도 치핵을 따라 항문 밖으로 이동되게 되면 조그만 자극에도 심한 통증이나 가려움증, 불쾌감이 나타나게 됩니다.

화장실에서 신문 보기 피해야

치질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바로 식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육류,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을 다량 섭취하게 되면 섬유소의 부족과 각종 미네랄 및 비타민 부족으로 인체의 세포조직을 약화시켜 치질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물과 소금,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여 영양의 균형을 꾀하고 변비와 설사를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항문 주위의 혈액순환을 막는 꼭 끼는 청바지나 거들, 스타킹 착용은 피하는 것이 좋고, 과도한 노동이나 장시간 서서 하는 일도 항문에 압박을 가해 치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일을 할 때에는 자주 자세를 바꾸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변을 볼 때 장시간 화장실에 있는 습관 또한 치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배변 중에 신문이나 잡지를 보지 않도록 하고 배변 후 항문부위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비데를 사용하거나 물로 씻어 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 증상은 좌욕과 변비 치료로

치질 증상이 나타나면 초기에는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한 부끄러운 질환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초기 치료에 실패해 질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흔합니다. 초기 증상을 그대로 놔두게 되면 치핵이 배변을 방해하고 항문 내의 압력을 높여 점차 치질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배변 시 출혈이 보인다면 자세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증상의 악화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치질이 발생하게 되면 처음부터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초기에는 좌욕과 변비의 치료만으로도 훌륭한 치료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좌욕을 할 때 너무 뜨거운 물은 항문에 자극을 주거나 심지어 화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30℃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여 항문 주위의 괄약근이나 연부조직을 이완시켜 줘야 합니다.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분과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기본으로 변의가 생기면 참지 말고 바로 배변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한 시간에 변기에 앉는 습관을 가지며 변기에 10분 이상 앉아 있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배변이 힘들다면 변기에 앉은 발밑에 15cm 가량의 받침대를 받쳐서 고관절을 굴곡시킴으로써 웅크린 자세를 도와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변비를 치료 한다고 해서 습관적인 관장이나 하제(下劑:설사가 나게 하는 약)의 사용은 도리어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만약 치핵이 항상 탈출되어 있거나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정도로 악화되었다면 위의 보존적 치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술적 요법을 염두에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