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헛발질한 교과부, 그래서 사교육비가 줄어?
[보도자료] 헛발질한 교과부, 그래서 사교육비가 줄어?
  • 전교조
  • 승인 2009.04.1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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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모르고 서열만 알려준 대책 없는 분석결과

교육과정 평가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 결과에 대한 전문가 세미나’ 개최라는 형식으로 수능성적을 공개하였다. 지금까지 성적이 공개될 경우 서열화로 인한 과열경쟁이나 교육과정의 파행을 우려한 교과부는 온데 간데 없다. 그러나 관료들에게는 영혼이 없다니 왜 입장이 변했는지 물어볼 수도 없다.

1. 공교육 개선 방안에 대한 교과부 인식의 문제점

교과부는 학교교육의 경쟁력과 질 향상을 위한 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분석결과를 공개한 교과부의 인식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교과부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경제학자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한계이다.
경제학자는 교육 산출(성적)이 부진할 경우 산출 결과를 공개하면 투입(학교장의 리더쉽, 교사들의 열정, 방과후학교 강화 등)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교육 산출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경제적 요인”이다. 산출 결과를 높이기 위해 경쟁을 강화하면 할수록 다양한 경쟁의 수단과 능력을 갖고 있는 계층만 유리해진다. 이번에 공개된 분석결과도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특목고, 자립형사립고, 비평준화지역 기숙형 학교 등이 있는 지역의 수능성적 향상이 대표적 사례이다.(2009학년도 김포시-김포외고, 가평군-청심국제학교, 횡성군-민사고, 동두천-동두천외고, 의왕-명지외고, 의정부-의정부과학고 등) 정글에서 토끼끼리 아무리 경쟁시켜도 사자를 이길 수 없다. 전체적인 공교육 질서를 경제적 강자가 이기는 게임을 만들어 놓았으니 원인이고 결과고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올 수 없다.

2. 수능 결과 분석의 문제점

이번 자료 공개는 두 가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나는 시군별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교육과정평가원이 자료를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료 해석의 틀은 지난번에 실패한 08년 학업성취도 분석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 시군별 자료 공개의 위험성

전교조와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학의 교육학 학자들은 일제고사는 교과부가 밝힌 평가목적과 달리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 시켜 파행적인 교육과정을 가져온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교육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학교수업 뿐만 아니라 가정적 요인, 문화적 요인, 학생의 성취 동기 등 다양하다. 더구나 학교 교육의 목표는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 함양, 민주시민 자질 형성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기에 시군별 자료 공개로 성적에 대한 투입관리를 강화하는 순간 교육의 다른 목적은 무시될 수밖에 없다.

2) 군 단위 학교의 성공사례 원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교과부는 지난 학업성취도 결과 분석에서 ‘임실의 기적’을 만들려다 실패하였다. 이번에는 장성군과 거창군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장성군과 거창군의 성공이 그 지역 중학교 학생들로 가능했다면 대단한 성공이며 환호할 일이다. 그러나 두 지역 모두 타시군, 타시도의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해서 만들어진 결과일 뿐이다.

3) 평준화 지역 내의 학교간 차이에 대한 분석이 없다.

평가원 발표대로 평준화 지역 내에서도 학교간 성적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그 차이의 원인분석은 없다.
평준화 지역인 수원의 경우 학교선택제로 인해 입학 당시부터 학교간 성적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고등학교 1학년 3월 도학력 고사에서 이미 학교간 평균이 500점 만점에 100점 가까이 차이난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성적 향상을 위한 경쟁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성적 나쁜 아이를 차별하고 학교에서 내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에 수원의 A고등학교는 1학년 입학생(470명중) 64명을 퇴학, 권고 전학시켰다.

4) 성적 우수자를 뽑아서 수능 결과가 상대적으로 좋게 나오면 성공인가?

이번 평가원 발표의 결정적 한계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시계열적 분석을 하였지만 종단적 분석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입학당시 성적은 좋지만 졸업시 성적이 낮은 사례가 비평준화 지역 선호학교에서 많이 나타난다. 어떤 학생의 입학시 성적이 졸업할 때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추적해야만 학교 교육의 효과를 제대로 알 수 있다. 교과부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학교 교육의 효과였다면 평가원의 발표는 설계부터 잘못되었다.

5) 교육과정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교육당국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7번 바뀌었지만 실질적으로 학교를 지배하는 교육과정은 입시교육이다. 대학입시 제도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이 바뀌어 왔다. 여기서 자유로운 학교가 특목고와 자율형 학교이다. 일반학교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으로 규제하고 특목고 등은 풀어 놓아서 성공했다면 교과부 스스로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교과부도 필요 없는 기구가 된다. 그럼 모든 학교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화를 보장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6) 무책임한 자료 분석 발표

평가원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각 과목별 1~4등급 상위 20개 지역을 발표하였다. 이 발표가 애초에 교과부가 의도한 바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학교교육의 경쟁력과 질 향상을 위한 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취한 조치라고”한다면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했다. 입학생의 성적에 따른 당연한 결과인지, 그 지역과 학교의 특별한 노력에 의한 결과인지, 경제력 등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부산 연제구의 경우 4개의 고등학교 중 2개는 장영실 과학고와 부산외고이다. 이 지역이 5년 동안 상위 5위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3. 수능 성적 공개가 몰고 올 파장

1) 기피학교 낙인찍기

비평준화 지역에서 아무리 한 단계 밑의 학교와 교사가 노력해도 다음 단계로 뛰어 넘는 것은 쉽지 않다. 입학할 때 정해진 학생들의 학력차이를 학교 효과로 극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평준화 지역에서도 선호학교와 비선호 학교 간 성적 격차가 입학할 때부터 심하게 차이가 난다. 입학할 때 성적 격차는 감추고 졸업할 때의 격차만 드러내는 방식으로는 기피학교 낙인찍기만 확대될 뿐이다.
4월 15일 모 언론은 서울 전체 일반계 고등학교 SKY 입학 학생수를 지도를 만들어 보도하였다. 이 보도는 학교간 격차를 확대할 것이다. 영국에서 수 백개의 기피학교가 폐교되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미국에서 수없이 많은 공립학교가 차터 스쿨(에디슨 학교)로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결국 두 나라가 선택한 것은 학교 간 경쟁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였다.

2) 성적 낮은 학교 기피하기

평준화 지역에서 학교 성적 공개와 학교 선택제는 기피학교 공동화현상을 만든다. 한 학교는 학년 당 14학급이 전체 8학급으로 줄어드는 현상까지도 나타났다.(의왕과 수원의 경우)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지원책 없이 결과만 공개할 경우 기피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기피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의욕과 학생들의 자존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평준화 지역에서는 누구라도 기피학교에 배정될 수밖에 없기에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가 그 학교를 벗어나기 위한 엑소더스가 일어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 현상은 이미 동일한 제도를 시행했던 외국에서도 나타난 사례이다.

3) 성적 낮은 학생 차별하기

기피학교를 벗어나는 길은 학생 성적 향상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학습 결손 누적과 학습량이 많아서 더 어렵다. 학교가 이 상황을 벗어나는 길로 선택한 것이 성적 낮은 학생 밀어내기이다. 학업성취도 공개와 학교 선택제가 맞물리면서 08년 인천과 수원에서 불과 7개월 만에 입학정원의 15%에 가까운 67명의 학생을 퇴학 및 권고 전학시킨 학교도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도입하는 3심 아웃제도 등이 그 사례이다.

4) 입시 중심 교육과정의 획일화

실제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지배하는 것은 입시 교육과정뿐이다. 입시성적을 올리는 방법은 이미 검증되어 있다. 주입식 ․ 암기식 교육, 문제 풀이식 교육이다. 또한 공부 이외로 소모되는 학생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0교시 강행, 야간자율 강화, 휴업일 등교, 생활지도 강화 등이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은 계획서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4. 더 이상 공교육을 흔들지 말라.

이미 지역과 학교 성적 공개가 교육청, 학교, 교사 평가로 연결되어질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가는 지난 성취도 평가가 다 보여주었다. 성적조작, 허위보고, 성적 낮은 학생 응시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 우리의 공교육은 경쟁을 하지 않아 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성적만을 위한 경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제고사가 없어도 초중등 TIMSS와 PISA 성취도는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자신감, 흥미, 즐거움, 가치 인식 등을 나타내는 정의적 영역이 국제기준에 비추어볼 때 매우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이다.
경쟁을 통한 학습 압박과 정글의 생존논리는 학생들에게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자율적 학습능력과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초·중등교육에서 아무리 우수한 학업성취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점수만을 위한 경쟁은 진정한 경쟁력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외면한 채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위선에 불과하다. 교과부의 이유도 모르는 석차 공개는 결코 공교육 발전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2009년 4월 1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