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입시교육 강화, 고교평준화 해체, 일제고사법제화 시도 교육과정개악을 중단하라!
[성명] 입시교육 강화, 고교평준화 해체, 일제고사법제화 시도 교육과정개악을 중단하라!
  • 전교조
  • 승인 2009.04.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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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신설된 대통령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2009년 1월에 교육과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현 교육과정을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개정하려고 한다.

일정한 주기로 개정되던 교육과정을 수시로 개정토록 한 것이 시대의 변화에 조우하도록 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새롭게 바뀐 교육과정을 제대로 시행도 하기 전에 또 다시 교육과정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수시개정체제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올해 초등1․2학년, 중1학년, 고1학년에 시행되고 있고, 2011년에 완성된 교육과정을 모든 학년에 적용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또 다시 ‘미래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둘러 교육과정을 개정하고자 할 이유가 없다.

1, 2차 토론자료를 중심으로 현재 교육과정 개정 작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거듭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교육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이유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은 학생의 인지적, 정의적, 감성적 발달단계를 우선 고려해야 하고, 교사, 학부모, 교육관련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 시대적,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미래형 교육과정’은 교원노조를 비롯한 교원단체, 교육시민단체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은 유감이다.

둘째, 국가의 교육과정 틀을 단기간에 연구하여 바꾸겠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졸속적이다.

2009년 1월에 구성된 교육과정특별위원회가 빠르면 5월 중에 교육과정 시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고 한다. 교육과정은 리트머스시험지가 아니다. 앞서 지적했지만 2007 개정 교육과정이 2011년에야 마지막으로 적용되는데, 무엇이 그리 급하여 개정된 교육과정이 빛도 보기 전에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서둘러 개정하려 하는가?

셋째, 대학입시의 변화 없이 교육과정 자율권을 학교에 넘겨주는 것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1차 토론 자료에서도 지적했듯이 입시가 존재하는 한 교육과정은 입시 중심으로 운영된다. 대학입시에 대한 선행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다양한 능력을 가진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고자 하는 것은 연목구어일 것이다. 현행의 대입시가 그대로 존속된다면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대입시와 관련이 적은 과목의 시간을 대폭 축소하거나 선택에서 제외시키고, 대입시와 관련된 시수를 최대한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초․중학교의 교육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넷째, 고등학교의 학제적 성격을 단지 대학 준비기관으로만 규정하는 것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의 중․고등학교 교육이 보통시민을 기르기 위한 기본 교양교육기관이 아니라 대학입시준비기관으로 간주한 것이야말로 교육악의 근본다. 결국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이 부르짖고 있는 교육과정의 다양화, 자율화, 특성화는 대학입시 경쟁의 다양화, 자율화, 특성화에 불과하다. 특히 “현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의 구현을 위해서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 특성화는 시급하다”고 주장하면서, 내년부터라도 자사고, 특목고 등에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려 하는 것은 현 정부 임기 내에 고교평준화를 완전히 해체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다섯째,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만큼 3, 6, 9학년 평가를 통해 학교의 책무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자칫 다시 또 일제고사 논란을 불러올 것이다.

국가 학력 성취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공정한 평가 관리체제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고사 논란에서 보았듯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객관식 위주의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 ‘미래형 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으로 제시하는 자존적 자기 이해력, 의사소통능력, 논리력, 상상력/창의력, 문제해결력, 시민공동체 정신, 리더십을 객관식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나아가 각각의 핵심역량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데 ‘글로벌 창의 인재’ 능력을 전국단위의 평가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과연 올바른가? 공연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3, 6. 9학년 성취도 평가는 ‘글로벌 창의 인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오직 획일화 교육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의 경쟁교육의 법제화에 다름 아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정 개편 작업은 연구기간의 적절성, 참여주체의 합리성, 교육과정의 합목적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글로벌 창의 인재’라는 겉모습 속에 담긴 진짜 속내가 고등학교를 입시준비기관으로 확실하게 규정짓고, 국가의 교육책무성을 학교로 떠넘기고, 오로지 국가는 학교를 서열화함으로써 교육적 역할을 다하겠다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워주기 바란다.

정부는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적과 실제 진행되는 양상이 다름으로 해서 발생되는 학교 현장의 혼란과 학생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졸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정 작업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 

정부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교육과정특별위원회를 교육학자, 교육학술단체, 교원단체, 교육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로 재편하여야 한다.

우리의 요구

첫째, 단시일내에 졸속적으로 추진되는 ‘미래형 교육과정’논의를 중단하라.
둘째, 현행 대학입시 하에서 ‘미래형 교육과정’은 중등교육을 대학입시준비기관으로 확실하게 전락시킬 것이다. 글로벌 창의 인재를 육성하려면 대입시 제도부터 개선하라.
셋째, 위원회가 추구하는‘글로벌 창의 인재’와 일제고사는 어울릴 수 없는 상극 관계이다. 3ㆍ6ㆍ9학년 일제고사 제도화를 중단하라.
넷째, 교육과정은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정부 주도의 교육과정위원회를 해소하고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하라.
 

 

2009년 4월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