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과 대화하는 광고들
애국심과 대화하는 광고들
  •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 승인 2005.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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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島はわがくに固有の領土です?(다케시마는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입니다)」
「今年は竹島の島根縣告示から100周年早期確立を目指し(올해는 다케시마의 ‘시마네현 고시’부터 100주년…)」


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이런 광고문구를 본다면? 아마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을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이건 실제상황, 일본 시마네 현의 현청 앞 전광판에는 이런 문구가 깜빡거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TV를 켜면 ‘돌려 달라! 섬과 바다’라는 제목의 동영상과 함께 독도의 위치·역사를 설명하고 올해는 독도가 다케시마로 이름 짓고 일본 땅이라고 선언한 지 100주년이라는 점을 알리는 30초 광고가 흐른다. 이 광고만 보면 독도는 아주 오래 전부터 독도가 아닌 다케시마였던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광고하면 그들의 역사가 되는 것일까?

 

해마다 3월이 되면 광고에 꼭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태극기다. 바로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의 계절. 특히 올해는 일본사람들의 넌센스 때문인지 독도와 동해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KTF의 광고를 보면 동해 바다 한 가운데 태극기를 휘날리며 우뚝 선 독도가 눈에 들어온다. 그 위로 ‘일본 휴대폰이 되는 곳은 일본 땅이고 한국 휴대폰이 되는 곳은 한국 땅입니다’라는 카피가 흐른다.

 

그리고 KT의 캠페인은 해외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잘못 게재된 대한민국의 정보를 바로잡는 활동을 하는 사이버 민간 외교사절단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를 모델로 하고 있다. 해외 사이트에서 동해가 일본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반크 회원들. 바로 동해로 표기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는데 이 이메일은 어느새 수많은 종이비행기로 변하고 결국 세계지도 속으로 날아 들어간 종이비행기는 ‘일본해’란 글자를 ‘동해’로 바꾼다는 줄거리.


여기에 흥미로운 뉴스 하나, 어느 노래방 기기 업체는 ‘독도는 우리 땅’ 노래의 일본어 가사자막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혹시나 ‘독도는 우리 땅’ 이라는 가사가 일본사람들에게 오용될까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번역했다고.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아직은 멀기만 하다. 인터넷을 들여다보자.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독도로 표기하는 곳은 4100군데, 그러나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하는 곳은 그 6배에 달하는 2만4000여 개 사이트나 된다. 그야말로 한 개의 독도에 여섯 개의 다케시마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동해의 경우엔 더 심해서 전 세계 지도의 약 97%가 일본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진실이다.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 가슴만 치고 있기보다 적극적인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의 말처럼 현대는 커뮤니케이션의 시대, 우리의 입으로 우리의 역사를 말하는 광고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안상헌_제일기획 카피라이터 poo7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