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LG파워콤노동조합
<28> LG파워콤노동조합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5.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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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뭔지를 보여주마
소소한 재미를 주는 서비스로 조합원에 다가가기
대기업 노조로서의 사회적 역할도 방기해선 안돼

한국이 IT인프라 강국이란 사실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 2005년 OECD는 ‘과학기술정보통신 스코어보드(OECD STI Scoreboard)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전체 가구의 86%, 기업의 92%가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해 전체 OECD 회원국 중 초고속인터넷 이용률 1위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2009년 2월 현재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1559만7400명으로 총 인구의 30%에 달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그렇게 놀랍지 않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니까.

이러한 초고속 인터넷 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은 KT,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통신), SO(지역케이블), LG파워콤 등으로 독자들이 다들 알만한 회사다. 시장점유율로만 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가 전체 시장의 48%를 차지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SK브로드밴드, SO, LG파워콤 순이다.

그런데 ‘꼴찌’ LG파워콤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초고속 인터넷 소매시장에 진입한 2005년 이후 매년 두 자리 수의 매출성장률을 달성하며 ‘선배’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T-KTF 통합으로 더욱 치열해진 통합유무선 상품판매로 인해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전쟁 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여있다.

ⓒ LG파워콤노동조합

LG파워콤(대표이사 이정식)은 2000년 1월, 한국전력공사에서 통신시설을 출자 받아 파워콤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LG파워콤노동조합 신건택 위원장은 “분사되는 회사로 옮기기 위해 머리 터지게 싸우고 나온 사람들이 만든 회사”라고 설명했다.

분사라고 하면 보통 업무능력이 떨어지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옮기게 되는데, 이와 달리 파워콤 분사는 한전 내 통신 분야에 관심 있는 핵심 멤버들이 빠져나와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창단 멤버들은 ‘우리가 주력이 돼서 우리 의사대로, 제대로 사업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뭉쳤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파워콤 민영화가 결정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통신사업의 핵심인프라인 자가망을 구축하고 있던 파워콤에 눈독을 들였고, 당시 파워콤노조는 사유화저지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게 된다. 노조는 국민 재산인 통신설비를 재벌 기업에 넘겨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1년여 동안 펼쳐진 삭발 투쟁, 한전 본사 점거 투쟁 등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2003년 2월, LG그룹은 파워콤을 인수했다.

출신에 따른 조합원들의 편가르기 문제 심각

파워콤 출범 당시 총 인원은 대표를 포함해 319명이었다. 그러나 2009년 4월 현재 LG파워콤의 전 직원은 약 3배로 늘어난 963명이다. 인원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성장했다는 증거지만 LG파워콤노조의 걱정도 늘었다.

초기까지만 해도 조합원이 전부 한전 출신이었기 때문에 조합원 단합에는 걱정이 없었지만 점차 조합원이 늘면서 기존 조합원들과 새로 입사한 조합원들 사이에 괴리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특히 LG파워콤은 2005년부터 기존 망 대여 사업과 대규모 기업 회선 설치 사업 중심에서 가정용 초고속 인터넷 상품인 ‘XPEED’를 선보이고 본격적인 소매시장으로 사업영역을 이동했다. 그렇다보니 영업조직의 대폭적인 확대를 필요로 했고 기존의 한전 출신 직원에 타 회사 및 LG 계열사 출신 직원, 신입사원들이 속속 합류하게 됐다.

LG파워콤노조 김창훈 사무처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과거에는 사측과 단협을 진행할 때도 네트워크 직원들에 관련된 사항이 대부분이었고 영업 등 여타 부서는 소외되는 느낌이 있었다”며 “한전 출신들과 전직 혹은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그들 스스로를 주류, 비주류로 나눌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니 LG파워콤노조와 신건택 위원장이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 바로 조합원들의 화합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이 조합 간부들의 다양화였다. 과거 한전 출신들만으로 조합 간부가 꾸려져 문제가 됐지만, 다양한 출신과 부서 조합원들을 간부로 성장시키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현 신건택 위원장도 한전 출신으로 네트워크 담당이지만 김창훈 사무처장은 온세통신 출신으로 영업 담당이다. 이런 식으로 일단 물리적 결합을 시도하면서 화학적 결합으로 나아가는 다양한 활동을 배치했다.

ⓒ LG파워콤노동조합

케이크 배달서비스 등 소소하지만 다양한 활동 배치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위원장과의 도시락 미팅이다. 21개에 달하는 지부는 지부별로 적은 인원이라 지역 간담회를 통해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만날 수 있지만 본사의 경우 다양한 업무로 인해 제대로 된 간담회도 쉽지 않아 아예 위원장이 도시락을 싸들고 사원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런 활동과 함께 LG파워콤노조에서는 전 조합원들이 다 같이 영화를 보는 행사도 수시로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노조사무실을 확인한 결과, 자물쇠로 채워진 캐비넷 안에 영화예매권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이를 통해 조합원의 여가생활을 지원하는 한편 조합원과 간부, 조합원 서로 간에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또 하나 LG파워콤노조가 자랑하는 대 조합원 서비스 중 하나는 바로 케이크 배달 서비스다.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특별한 기념일을 조합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케이크를 사무실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배달된 케이크는 자연스레 생일파티 등 부서 화합을 위한 기폭제로 작용하게 된다.

이 케이크 배달 서비스가 조합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LG파워콤노조는 조합 간부들의 활동비를 대폭 삭감하는 대신 다양한 케이크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 ‘소통’이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LG파워콤노조의 활동들은 분명히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노조의 책무도 잊지 말아야

LG파워콤노조는 노동조합 태동 단계부터 각 지역 학교장의 추천을 통한 장학금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보육시설인 신망원 후원 및 소년소녀가장돕기 행사 등 사회봉사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내 직원들의 양극화 해소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G파워콤에는 현재 50여 명 정도의 비정규직이 있다. 이들을 조합에 가입시키기 위한 작업이 작년부터 구체화되고 있다.

LG파워콤노조는 정규직 조합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설문조사를 통해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노조가입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조합원총회를 통해 비정규직 직원들의 조합 가입을 의결할 예정이다.

신건택 위원장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회봉사활동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활동을 시스템화해 노조활동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것이 대기업 노조로써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