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전국축협노동조합 서울축협지부
<29> 전국축협노동조합 서울축협지부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05.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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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이미지를 바꾼다
주도적 노사관계로 상생의 길 찾다
이념이 아닌 현실로 대중의 마음을 얻는다

노동조합이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원인이 경제상황 때문이 아니라 노조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높아 그 심각성이 크다. 이는 노조가 조합원과 대중들에게 다가가는데 있어 불협화음을 겪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모범적인 노사관계의 로드맵을 찾고자하는 노조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전국축협노동조합 서울축협지부(위원장 최두성, 이하 서울축협지부)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노조 중 하나다. 사실 서울축산업협동조합(조합장 기세중, 이하 조합)의 경우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선출한 축협 대의원들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이하 조합원은 서울축협에 가입한 조합원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곳의 노사관계에는 실질적인 오너가 없다. 결국 노사관계도 다른 금융기관이나 기업들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것은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노조활동의 가능성이 더 많이 열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서울축협지부

모두가 믿을 수 있는 노동조합

서울축협지부는 총 종업원 375명 중 300명이 노조원(노조 조합원)으로 가입돼있다. 이는 임원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직원이 노조에 속해 있다는 뜻이다. 최두성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에게 ‘노조는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켰다는 것”이라며 “회사와 조합원 모두가 노조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조합 인사위원회는 모두 1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5명이 노조에서 참여한 인원이다. 또한 노사협의회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어 발전적인 대회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노사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노조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작년에도 조합장이 영동에 천억 원 이상의 무리한 대형사업을 추진하려 했을 때 노조가 조합을 설득해 브레이크를 건 적이 있다. 또 2002년 임단협을 통해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여금과 건강관리보조금을, 장기근속자에게는 해외여행과 포상금을 지급받게 하여 다른 농협과 임금격차를 줄였다.

또 서울축협지부는 방어적 임금교섭 전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산 문제에도 앞장서서 참여하고 있다. ‘예수금 1조를 달성해보자’라거나 ‘지점을 많이 개설하자’는 의견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번은 조합에 WBC 우승기원 축산물사랑결의대회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중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라면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최두성 위원장의 생각이다.

또한 서울축협지부는 회사와 연계해 관내 강서구청에 차량을 지원하거나 불우소년소녀가장을 돕고 있다. 최 위원장은 “아직도 노동조합을 ‘빨갱이’라고 부르면서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념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우러나게 만들기 위해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울축협지부

마인드와 리더십이 시너지 만든다

서울축협 노사관계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축협지부는 이전 사료공장에 있던 노조와 신용점포 노동자들이 단일화 과정을 거쳐 1996년 4월 5일 임시총회를 열어 서울축협노동조합을 발족했다. 열악한 임금 수준 개선이 첫 목표였다.

그러나 초기에는 조합에서 노동자들을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전국축협노조들이 모여 산별노조 건설을 목표로 1999년 4월 전국축산업협동조합노동조합(이하 전축노)을 결성했다.

이후 2002년 단협에서 임금통합과 복지부분에서 많은 성과를 내면서 노사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병일 전 위원장과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최두성 현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 노조 내부의 갈등을 추스르는 한편 조합의 독단적 운영을 견제하고 실적향상과 지점 확대에도 공을 쏟았던 것.

중요한 것은 조합장과 위원장의 마인드와 리더십이었다. 최두성 위원장에 따르면 “조합장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노조가 도움을 제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하며, 조합장은 그 신뢰를 토대로 임원들과 노동자들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그를 토대로 투쟁이나 파업이 아닌 대화와 합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협동조합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 서울축협지부

고용안정을 지켜내야

최근 국회와 정부의 법안 개정을 놓고 서울축협지부는 고민이 많다. 농협법 개정안만 봐도 그렇다. 이미 국책은행들이 정부의 간섭과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농·축협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강화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민간자본으로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는 조합들에게 압력을 넣으려는 명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서울축협지부는 노조 전임자임금지급 금지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현재의 조합원 300명이 내는 조합비로 전임자 3명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도 그나마 상근자 4명을 3명으로 줄이고 1명을 반상근자로 두어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자기 통상임금에서 직접 떼다보니 노조원들도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는 부분이다. 최두성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이런 흐름 속에서 얼마나 고용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가 노사관계의 관건이 아니겠냐”며 “이럴 때일수록 전임자들이 역할을 다해 이기는 싸움을 해야 노조원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축협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2000년 7월 농축협이 통합됨에 따라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인삼협동조합중앙회와 통합돼 농업협동조합중앙회로 다시 편성됐다. 이후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으로 양축가 시장이 축소되면서 축산경제도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경제위기와 고용불안 속에서 어떻게 버텨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축협지부에도 이 책임감은 똑같은 무게로 다가오고 있다. 그나마 조합원과 대중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점이 지금 이 노조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