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한 송이 바치러 왔을 뿐인데…”
“국화 한 송이 바치러 왔을 뿐인데…”
  • 권석정 기자
  • 승인 2009.05.2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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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노 전 대통령 추모식 자발적 진행
경찰, 분향소 원천봉쇄…시민들 분노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오후 서울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임시분향소 앞에서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애도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23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비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각지에서 모여든 시민들은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노 전 대통령의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날 추모식을 진행한 황일권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이번 추모식은 특정 단체의 주관 없이 여러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루어졌다”며 “시민들에게 나눠준 국화들도 모두 참여한 단체들이 각자의 돈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는 전경들이 동원돼 시민들의 분향소 접근을 봉쇄했다. 그 가운데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는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경 경찰들은 시민들이 설치한 분향소의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시민들이 준비한 물품들을 수거했다. 이와 함께, 시청지하철역 출구 일부를 봉쇄하고 시민들의 분향소 접근을 원천봉쇄했다.

황일권 씨는 “경찰 측은 사람들이 모여들면 도로를 침해할 수 있다며 도로교통법을 핑계로 천막을 수거한다고 했다”며 “천막을 걷어가는 바람에 대신 간이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오후 서울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임시분향소 주변을 경찰이 원천봉쇄해 출입을 막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경찰의 조치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유모차를 끌고 분향소에 나온 한 주부는 “꽃 한 송이 들고 왔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국가 차원에서 분향을 하지는 못할망정 시민들이 추모를 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이게 무슨 꼴이냐. 초라해진 분향소에 차마 꽃을 꽂을 수가 없다”고 오열했다.

이재영 씨(28)는 “사람들이 모여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두려워서 이러는 것 아니냐”며 “도대체 정권이 구린 것이 뭐가 있어서 고인에게 이런 대우를 하느냐”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토로했다.

한편, 분향소를 봉쇄하던 경찰들은 오후 7시경 깃발, 구호 없이 촛불만 켠 채로 헌화하는 것을 조건으로 약 2m가량의 길을 텄다. 이후 8시경 추모객은 경찰 추산 1,800여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추모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최근 여러 집회에서 무차별 연행을 감행했던 경찰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