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가 지역노동운동의 미래
사회연대가 지역노동운동의 미래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06.0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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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와의 교섭으로 민생예산 편성 위한 조례 다뤄
다양한 홍보전으로 지역민과 밀착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지난 4월 1일 당선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회연대투쟁’을 통해 6월 대규모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5월 1일 119주년 세계노동절 대회에서는 노동자, 학생, 시민이 함께하는 사회연대를 선언했다. 이는 ‘성폭력 파문’ 이후 추락한 도덕성과 민주노조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정부와의 직접 교섭을 이루고자 하는 민주노총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본부장 김천욱)가 ‘민생 살리기 8대 요구안’을 내걸고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남지역본부는 8대 요구안과 함께 현재 경남의 고용사정, 사회양극화에 따른 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 등을 도민들에게 선전하고 연맹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사회연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창원시내 거리행진을 가졌다.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마창노련 역사, 사회연대운동으로 회복해야

경남지역본부는 거제, 진주, 양산, 김해, 마산, 창원, 진해 등 20개 시·군을 관할하고 있다. 현재 경남지역본부에 소속된 조합원 수는 2008년 12월 기준으로 약 5만3천여 명이다. 관할 지역 중 거제, 창원, 마산은 한국 노동운동사에 획을 그은 지역이다.

1987년 울산, 마산창원지역에서 촉발된 노동자들의 투쟁은 7, 8, 9월 전국적인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졌고 그동안 군사독재정권에 억압받던 노동자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계기가 됐다.

1987년 12월, 마침내 노동운동의 큰 형이 된 마산창원지역노동조합총연합(마창노련)이 탄생했다. 마창노련은 지노협(지역별노동조합협의회)과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의 뿌리를 이루며 1995년 민주노총 창립의 핵심 지역이 된다. 경남지역본부의 뿌리가 바로 이 마창노련이다.

그러나 이후 마산수출자유지역의 몰락과 노동운동의 분권화는 지역연대투쟁의 기틀을 흔들었고 마창노련의 선도성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 했다. 경남지역본부 김천욱 본부장은 “간부들부터 스스로 반성하고 자신의 활동을 개선해야 한다”며 “간부들이 단결하지 못하고 정파의 이익을 중심으로 진정성이나 운동에 대한 신념 없이, 그저 조직원을 동원시키고, 자기 조직만 챙기다 보니 현장 조합원을 견인할 수 있는 역량이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지역본부는 마창노련의 운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회는 왔다. 지난 5월 1일, 경남지역 노동절 대회는 지역 노동자와 시민 약 3천여 명이 참여했다. 한마디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지역을 흔들었다. 이에 대해 박해정 조직1국장은 “4월부터 시작하는 임단협과 경남본부의 조직화 사업, 현재 경제위기에 따른 위기감과 분노가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를 계기로 경남지역본부는 과거 마창노련이 갖고 있던 연대정신과 투쟁정신을 복원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를 위해 경남지역본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강화・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대 사무처장은 “경남지역에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2명이나 배출했지만 노동자 정치세력화에는 아직도 미흡하다”며 “노동계급을 자활대상자, 여성노동자, 이주노동자와 장애인, 영세 상인들까지 확대해 연대를 강화해 지역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남지역본부는 지역노동계급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연대 차원에서 정치사업과 주민사업을 배치해 놓은 상태다. 경남지역본부는 사회양극화에 따른 소외계층 보호를 위해 경상남도 의회와 각 시 의회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예산편성을 압박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지역지부 집단교섭안으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의 일괄 구매를 확정해 사측에게 재래시장, 지역상인 살리기 운동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보건의료노조 소속 혈액원노조는 노조간부와 조합원, 시민들을 대상으로 장기·각막기증 서약운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찾기 운동’도 올해 경남지역본부의 핵심사업으로 설정하고 지역본부건물에 노동상담소를 개설해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자체와 직접교섭 통해 지역 소외계층 보호

이런 사회연대사업은 특히 경제위기로 위기에 몰린 사회 소외계층을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상남도는 2009년도 1차 본예산에서 사회안전망과 관련된 예산을 2008년에 비해 무려 845억 원이나 삭감했다. 삭감내용도 기초생활보장 등 사회장애인복지, 공공의료, 공공보육과 같이 노동자와 서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어서 이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 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시민들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김성대 사무처장은 “단적인 예로 보육문제의 경우 경남에 보육교사가 1만여 명인데 이들은 최저임금도 보장 안 되고 휴게 시간도 35분에 불과하다”며 “이들에 대한 지원금을 삭감했다는 것은 경상남도가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남지역본부는 도와 의회를 상대로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복지예산 확충을 요구했고 도와 의회는 경남지역본부의 요구 일부를 추경에 편성했다.

이외에도 경남지역의 실업자 인구가 공식통계만으로도 5만여 명이 넘어 실업 관련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례 제정을 지방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소외계층 자녀들이 급식비나 수학여행경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교조 경남지부와 연대해 무상 급식과 수학여행경비 지원을 도에 요구하고 있다. 또 많은 시민단체와 노조가 급식비 지원을 위한 급식연대를 통해 급식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요구사항을 정리해 경남지역본부는 연맹별로 요구안을 받아 민생예산과 관련한 도 예산을 검토, 구성해 8대 요구안을 만들어 경남도청과 도의회에 제시했다. 또 의회 앞 1인 시위를 위시한 지속적인 선전전이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예산안의 문제를 도민에게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편 4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조례심사 기간 동안 각 연맹의 요구사항을 취합해 민생조례를 자치단체에 촉구하고 도민들에게 요구안의 내용을 선전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고용동향과 체불임금동향,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 등을 분석한 자료를 도민들에게 제공하고, 중앙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노동자들의 총고용보장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창원ㆍ거제 지자체 승리로 영남노동자벨트 완성 목표

이렇듯 경남지역본부가 노정교섭에 집중하며 사회연대투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현재 경남지역의 정치적 지형과도 큰 관계가 있다. 경남지역은 대대로 한나라당의 아성이었지만 노동자 밀집지역으로 진보정당의 영향력이 크다.

민주노동당의 지역구 국회의원인 강기갑(사천)·권영길(창원) 의원이 모두 경남에서 당선됐다. 또 경남지역본부 소속은 아니지만 지난 4월 울산북구 보궐선거에서는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진보정당 단일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것은 경남을 포함한 영남권 노동자들이 지닌 영향력과 힘이 진보세력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경남지역본부 또한 자신들의 터울 안에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 잘 알고 있다. 박해정 조직1국장은 “이전에는 지자체나 경찰과의 관계가 갑갑했는데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으니 이야기가 잘 풀린다”라며 “몇몇 장기투쟁 사업장의 경우 산별에서 투쟁을 지원해도 잘 풀리지 않을 때 지역본부가 연대하면 빨리 해결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주최로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지금 경남지역본부는 2010년 치러질 지자체 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 밀집도시인 창원과 거제에서 지자체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창원과 거제 시장 선거를 승리할 경우 사천과 창원, 울산, 그리고 거제를 잇는 ‘영남진보벨트’의 정치적 파급력은 막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정당들은 창원과 거제를 핵심지역으로 선정하고 경남지역본부와 함께 선거전략 구상에 나서고 있다. 김천욱 본부장은 “실제로 민주노동당, 진보정당 관계자들과 함께 만나서 발전 전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여기서 진보정당의 단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러한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남지역본부가 핵심 사업으로 강조한 미조직, 비정규직 외 소외계층에 대한 조직사업과 사회양극화에 따른 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예산편성 사업은 중요한 만큼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지역본부가 고민하는 문제지만 재정이 열악해 인력 부족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현재 상근자들의 업무과부하도 한계지점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현황파악의 경우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무관심도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김천욱 본부장은 지역연대의 힘으로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마창노련의 역사가 재정이 풍부하거나 인력이 남아서 이룩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상남도에 대한 8대 요구안

▲ 사회안전망 삭감예산 845억원 원상회복과 민생예산 편성
▲ 장기적인 고용대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원대책, 일자리지키기 지원대책 마련
▲ 실업자, 비정규노동자, 300인 이하 중소기업노동자 보육료 지원 확대 및 보육조례 제정
▲ 지역신문 발전지원 조례 제정
▲ 불법하도급에 대한 실태조사와 표준대차계약서 체결 사업장 지원
▲ 금고가 도지사에 보고한 세부내용 공개하고 공공금고 운용수익을 지역실업기금, 학교급식지원으로 환원
▲ 수학여행경비 및 수련회경비 지원을 위한 예산 편성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사과 고용 보장


현재 경남지역의 노동 상황은 어떤가.
현재 경남지역의 노동 상황은 어떤가.
현재 경남지역의 노동 상황은 어떤가.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김성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