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학창시절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아련한 학창시절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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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김봉두

▲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원
지금 이 순간 혹시 마음속에 떠오르는 학창시절의 선생님이 계시나요? 호랑이이거나 천사이거나 여우이거나 혹은 ‘걸리면 죽는다’는 에이즈까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부모나 학생이 선생님을 구타하거나 고소하였다는 뉴스가 들리기도 하고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올려놓은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체벌 모습을 보면서 학교라는 울타리에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포용되던 그 시절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교사 영화 봇물 속 ‘선생 김봉두’
교사를 다루는 영화는 하이틴영화, 멜로드라마, 공포영화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참 많았습니다. 특히 1970년대에는 학교풍경을 배경으로 교복 입은 고교생들의 우정, 연애를 재미있게 그린 학원물이 봇물을 이루었고 당시 최고의 하이틴 스타들을 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영화는 사회를 반영한다고 하였던가요.

 

입시지옥이라는 말이 지겹게 나돌던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의 영화에서 교사는 성적이 곧 인생을 좌우한다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급기야 1990년대 말에 제작된 공포영화 <여고괴담>은 개봉 당시 교육현실을 왜곡했다는 교사들의 반발이 있기도 했지만 3탄까지의 시리즈를 계속 만들어 내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15년간 군만두만 먹으며 복수의 칼을 갈아온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선생님으로 돌아온 <꽃피는 봄이 오면>이 한창일 때 추석특선영화로 또 한 명의 교사를 만났으니, 바로 <선생 김봉두>입니다.

 

문제 선생 김봉두, 정말로 ‘선생님’ 되다
김봉두라는 다소 ‘컨츄리스러운’ 이름과 걸맞지 않게 우리의 선생 ‘김봉두’는 차승원이라는 도회적인 이미지의 배우에 의해 그 재미를 더합니다.


서울시내의 잘 나가는 초등학교 교사 김봉두는 문제적 교사입니다. 지각을 밥 먹듯 하고 매일 교장선생님에게 불려가 혼나지 않으면 하루가 영 찜찜합니다. 학부모에게는 돈 봉투 가져올 것을 적극 부르짖으며 촌지가 곧 참교육임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김봉두는 어느 날 갑자기 강원도 산골의 산내분교로 발령이 납니다.


봉투로만 보이는 학생들의 머리수는 겨우 5명…. 매상(?)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봉투에만 눈이 먼 김봉두에게 학부모들은 강원도 감자, 김치 등을 보따리로 풀어 놓습니다. 생활환경은 또 어떻구요. 외제담배, 양주는 구경조차 할 수 없고 공기 좋은 산 덕분(?)에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입니다.


잔머리를 굴린 김봉두는 하루빨리 이 분교를 떠나 서울로 발령을 받기 위해 학생들을 모두 전학 보내고 폐교할 계획을 세웁니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가 없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서울로 다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면서요.
우선 그는 방과 후 특별활동을 통해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면서 자녀가 이러이러한 특기가 있으니 시골이 아닌 도시의 학교에 빨리 전학을 보내야 한다고 학부모들을 설득합니다.

 

그의 이런 계략을 학생들과 학부모가 알 리가 없습니다. 더욱이 너무 자상하고 훌륭한 선생님으로 오해를 하고 교육청에서도 선생 김봉두의 교육열(?)을 높이 사 폐교결정에 한발 물러섭니다. 그리고 순진한 강원도 아이들의 눈에는 어느새 선생 김봉두가 가슴 따뜻한 교사로 비춰집니다. 학교 소사로 궂은일을 했던 아버지의 뜻을 이어 교사가 된 김봉두, 그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김봉두는 이제 제대로 된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산내분교는 마지막 눈물의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가 됩니다.

 

추억이 가득한 학교, 그때는 왜 몰랐을까 
강원도 출신의 감독이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만들었다고 하는 이 영화는 첫 주연을 맡은 차승원의 업그레이드된 연기, 아역들의 실감나는 강원도 사투리, 실제 폐교된 분교에서의 촬영 등으로 보는 내내 눈물반, 웃음반을 쏟아내게 만듭니다.
사람은 변하는 것일까요? 아님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일까요? 선생 김봉두를 보면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변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선생 김봉두, 아니 선생님 김봉두 같은 교사들이 교육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고 변하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여전히 학생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학교는 철모르는 10대들에게 울타리이며 가장 많은 추억이 기록되는 곳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왜 그때는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