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종 노사협의 기구 7월초에 만든다”
“자동차 업종 노사협의 기구 7월초에 만든다”
  • 승인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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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끝나기 전에라도 논의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산업발전·고용안정·건강문제 대화한다면 생산성 논의 가능


2004년, 자동차산업 노사관계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87년 이후 해마다 중심적 행동양식으로 자리잡아온 힘에 기반한 대립적 노사관계가 아닌 정책 중심의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들이 감지된다.
아직은 낯선 우리사주조합의 강화를 통한 경영참여 시도와 노동조합의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조성제안 등이 그것이다.

특히 자동차산업발전을 위한 노사협의체 논의와 구성을 둘러싼 노력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더구나 수년에 걸친 철강과 화학섬유업계 등 산업차원의 노사협의체 구성 노력이 한국노사관계의 중심에 서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상당히 진척된 것은 획기적인 사건일 뿐 아니라 노사정 모두에게 그간의 행동양식과 인식을 돌아볼 수 있는 훌륭한 학습교재가 될 듯하다.

7월초 쯤 자동차산업 발전가 고용안정을 위한 노사협의 기구사 구성될 전망이다.이 노사협의 기구는 우선 자동차산업의 산업 공동화 대응과 고용창출, 그리고 건강한 작업장을 만들기 위한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국내시장에서 선의의 경쟁과 사회적 책무를 통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사공동의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당면 현안에 대한 자동차 산업의 장·단기적인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에 관련, 노사당사자들의 이해조율, 조정과 중재역할은 상당히 의미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이상욱 위원장은 임금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없이 자동차 업종 노사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업종 노사협의는 이상욱 위원장의 지적처럼 자동차 노사간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또한 노사공동으로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고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공동의 대비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동차분과의 파트너인 자동차공업협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참여와 혁신> 창간에 맞춰 실시한 노사담당자 설문에서도 업종별협의회의 필요성에 찬성할 뿐 아니라 그 창구로서 협회의 기능 강화(특히 노사관계와 인적자원개발 기능 보유의 필요성)를 꼽은 데서도 잘 나타난다.

정부의 역할 역시 과거 귄위주의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노사의 자율적인 참여능력과 학습기회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속산업연맹의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제안배경과 이상욱 위원장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자동차관련 노동계는 책임 있는 주체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산업차원의 의제와 운영방식 등에 있어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또한 산별교섭이나 임단협용이벤트가 아님을 거듭 강조하며 사용자와 정부의 열린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이상욱 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자동차산업 노동조합의 고민을 들어보자.

 

노조가 소외계층과 함께 해야 한다
- 현집행부는 현장중심의 노동운동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올해의 시작과 함께 출범한 집행부의 행보가 상당히 파격적인데?

▲ 현장에서는 ‘위원장 되더니 이상해졌다’, ‘정부나 시에서 해야 될 걸 왜 우리가 하나’라는 회의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장에서 치고 박는 것만 하고 노사관계를 대립적 관점으로 보던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니까 대단히 의아해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초 조류독감이 유행했을 때 노조에서 닭 100만 마리 먹기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도 계속 먹고 있고 한 60만 마리 정도 먹은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집행부 출범부터 자동차 노동조합이 이 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것인가를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그중 하나가 사회와 사회보장제도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의 편의 시설에 대한 지원이다. 자동차노조는 장애인용 특수차량 제작을 위해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했다.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대공장 노동자로서 우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았을 뿐 노동조합들이 이미 해 오던 것의 영역을 넓힌 것이다.

- 지난 3월 4일 완성차 4사 노조 위원장들의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관련 기자회견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높았고 파장도 컸다. 제안의 배경이 무엇인가? 그리고 진행정도는?

▲ 금속산업연맹 내의 완성차노조가 중심이 된 제안은 호주 금속노조의 산업발전기금처럼 산업발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노동연대기금과는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대공장 노동조합은 법과 제도에 대한 투쟁도 했지만 해마다 자신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에 두고 임단협을 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파급효과와 연관성이 강한 자동차 산업의 특성 속에서 자동차노동조합과 자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 결과다.
우선 우리 완성차 4사에는 비정규직이 상당히 많다. 이는 노동의 질과 시장이 상당히 왜곡돼있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손쉬운 비용절감을 위해 싼 임금의 비정규직을 쓰게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 단순노동에 의존함으로써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산업발전을 위하는 것 뿐 아니라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지원해 노동의 완충지대가 아닌 단일한 노동자로서 사회적 의무와 역할을 다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제조업을 중심으로 약 2만개가 넘는 사업장이 중국으로, 동남아로 진출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이 무너지는 산업공동화로 나타나고 실업문제와 경제 자체의 파탄으로 가는 길이다. 대공장이야 지금은 괜찮다하더라도 결국 시기만 다를 뿐 고용의 문제에 대비해야 된다고 본다. 특히 자동차산업이라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인데 공동화를 막고 장기적 발전전망을 위해서 노력을 해야한다.
또한 자동차가 국민이 생활하는데 유익한 것이지만 소음과 공해와 같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고부가가치를 내고 있는 자동차 노사가 대안은 아니더라도 이바지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FTA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금 정부와 재계는 한일 FTA니 한중FTA니 하는데 이게 단일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특히 한일 FTA의 경우 올해 연말까지 한다는데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값싼 외제 자동차에 맞설 만큼 준비도 돼 있지 않다.
결국 FTA로 인한 엄청난 파급효과는 고스란히 국민과 노동자의 피해와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수천억을 들여서 우리차 사달라고 광고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와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자동차산업발전기금 등을 통해서 제조업을 우리가 보호하자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교섭대상이 되니 안되니, 합의를 통해야 되느니 하는 것보다는 노사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접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우리는 이것을 관철시키고 노사가 산업발전과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장을 마련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

자동차 업종 노사협의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겠다

- 자동차4사의 임단협을 전후해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협의회의 구성이 가능한 느낌인데?
 ▲ 현재 해야할 일과 난관이 많다. 이것은 노동조합만이 하고자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별 기업들이 참여할 때 자동차공업협회와 (금속산업연맹) 자동차분과가 사업들을 추진할 것이다. 이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동차노사가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임단협이 마무리되기 전에 만나기 시작해 이후 계속해서 추진됐으면 한다.

 

- 철강산업과 화학섬유업계 등 산업차원의 의제를 놓고 노사가 사회적 대화를 몇 차례 시도한 바 있으나 일회성으로 그쳤다. 자동차산업발전과 고용안정을 위한 완성차 노사의 만남도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 자동차분과나 자동차공업협회도 마찬가지로 일회성이나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후의 노사관계가 극심하게 대립될 수도 있다. 산업공동화나 과잉생산에 대한 구조적 문제, 노동생활의 질의 문제, 노동자의 건강권 등은 자동차 노사가 인정하든 안하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이다.

 

단위노사가 풀어내기에는 벅찬 문제다. 이런 문제가 먼저 논의 될 때 생산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의제가 발생했을 때 이것을 풀려고 하는 노력이 없다면 결국 노사간의 대립과 투쟁으로 해결하자는 의미다. 사전에 대비하고 풀려고 하는 것은 노동계와 사용자 모두의 책임과 의무다.

사회전체의 입장과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이익만을 겨냥해서 간다면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다. 사실 운영이나 의제에 대한 고민도 많다. 그러나 어느 일방의 입장과 의견보다는 산업발전을 위해 노사가 같이 참여하고 모여서 논의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내 생각만 가지고 접근했을 때 대의가 그르쳐 질 수 있다. 향후 노사대표가 서로 모여서 보완하고 만들어 가야 된다.
노사가 사회적 책임과 의무 느껴야 한다

- 일부에서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동계가 이기주의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니까 이를 피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협의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교섭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서의 의미가 강하다는 평가도 있는데?
 ▲ 노동조합이 그렇게 계산적이지 못하다. 개인적으로는 산별에 대해서 노동자들의 공동요구를 가지고 실천투쟁을 통해서 힘있게 건설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동자 전체의 단결과 통일을 이루는 것보다 한 산업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업종산별이나 소산별을 지향하는 사람도 아니다.

자동차산업은 수출과 고용에 있어서 사회적 역할과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실제 자동차 연관산업 종사자를 포함하면 50만이고 가족까지 합하면 200만이다. 현재는 부가가치를 많이 내는 사업장이 있고, 공적자금이 많이 투입된 회사도 있다. 그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에 봉사할 책무가 있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제기한 것이다.

 

우려하는 것은 이것이 노동자, 재계, 정부 등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사회적 합의기구형태로 포장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21일, 22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찬성이 투표자 대비 75% 정도로 나왔다. 주변에서는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는 평가다. 아울러 하향세를 그리던 최근 몇 년 중, 가장 높게 나왔는데 원인과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우선 조합원의 뜻이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투표방식을 바꾼 것도 있지만 조합원의 우려와 지지가 동반된 결과라 생각한다.

사실 현 집행부가 현장활동시 전투적 조합주의를 지향해왔기 때문에 우려하는 측면이 상당히 있다. 반면 이 집행부가 무너지면 자동차의 민주노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상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조합원은 대단히 지혜롭고 성숙하다.

우리 조합원들은 자동차 노사가 극한 대립으로 갔을 때 지역경제와 자신의 삶, 그리고 국가 발전에 대단히 어려운 지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최선을 다해 임투를 마무리하자는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 조합원이 신뢰하는 만큼 헌신적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