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에 대한 채권을 이유로 유족에게 지급할 임금 상계할 수 없다
근로자에 대한 채권을 이유로 유족에게 지급할 임금 상계할 수 없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9.07.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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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임금 전액지급·상계금지 명시
비정기적 장기근속격려금은 임금 인정 안 될 수 있어

박재우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Q. B사에 다니던 A는 평소 앓고 있던 지병으로 최근에 사망했다. 그런데 A는 사망 전 B사로부터 주택자금을 대출받은 사실이 있으며, 한편 B사는 A의 사망에 따라 그 상속인인 유족에게 A의 마지막 달의 월급, 퇴직금, 장기근속격려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사가 A의 유족에게 지급해야 할 위 금품에서 주택자금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범위는 어떻게 되나? 

A.

1. 본건의 쟁점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임금채권 보호를 위하여 사용자에게 임금의 전액을 지급하도록 하고, 일정한 경우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채권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지 않도록 하는 의무를 지우고 있는데, 본건에서 B사가 주택자금대출(이하 ‘본건 대출’이라 합니다)을 회수하기 위한 방안으로 본건 대출채권으로 A의 포괄승계인인 유족에게 지급해야 할 마지막 달의 월급, 퇴직금, 장기근속격려금을 상계 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2. 임금지급 관련 일반 법리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제공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의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하는데(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임금지급과 관련하여 사용자에게 일련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법 제21조, 제43조 제1항은 전차금 상계 금지 및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전차금(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자신의 임금으로 갚기로 하고 빌리는 금품)이나 그 밖에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채권에서 임금을 상계할 수 없으며, 또한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임금을 통화로 전액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위와 같은 규정들은 근로자의 인신구속(사직의 자유 제한)의 폐단을 없애고, 사용자의 임금 임의공제를 방지하며, 나아가 사회적·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상계를 인정할 경우 근로자 또는 그 유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생계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고 근로자에 대한 채권으로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계하는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에 저촉되는 결과 그 효력을 가질 수 없고, 나아가 동법 제109조 제1항(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제114조 제1호(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사용자는 근로자의 상속인에게도 임금채무의 지급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상속에 의하여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권리·의무의 총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는 점에서(민법 제1005조), 사용자는 상속인에 대하여도 동일한 의무를 부담한다고 사료됩니다.

한편,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단독행위로서의 상계와 달리 근로자와 사용자의 합의에 따라 행하여지는 임금채권에 대한 상계의 경우 그러한 상계합의(또는 상계계약)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고 있는 이상 특별히 금지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 역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다51544 판결 등),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사용자와 상계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에 의한 상계는 허용된다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위와 같은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본건의 경우 본건 대출채권이 전차금이나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채권에 해당하지는 여부 및 A의 유족에게 지급하여야 할 마지막 달의 월급, 퇴직금, 장기근속격려금이 전액지급의 대상이 되는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는바, 이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법정소송 승소 후에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회사를 상대로 가압류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콜트악기 해고자들.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3. 본건 대출채권 및 A의 유족에게 지급하여야 할 금품의 성격

임금과의 상계가 금지되는 전대채권이란 전차금 이외에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전을 의미하는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금전대여의 원인·기간·금액·금리의 여하 등을 종합하여 그 채권에 신분적 구속이 따르는지를 기준으로 구체적·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시된 사정만으로는 본건 대출채권의 성격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통상 사용자의 학자금 또는 주택자금의 대여에는 신분적 구속이 따르지 않는 경영실무를 고려하면 본건 대출채권 역시 전차금 내지는 전대채권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사료되는바, 그렇다면 본건에서 근로기준법 제21조 및 제114조 제1호의 적용 여부가 문제될 여지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본건에서 B사는 A의 상속인에게 마지막 달의 월급, 퇴직금, 장기근속격려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동 금품들이 근로제공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바, 그 성격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마지막 달의 월급의 경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월의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되는 것임이 명백한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둘째, 퇴직금의 경우, 이는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후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일종의 후불임금에 해당하는바, 따라서 임금 지불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제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도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은 임금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사용자는 그 수령권자에게 직접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자기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사망한 근로자의 퇴직금에 대하여 사용자의 동인에 대한 대출금채권으로 상계충당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퇴직금을 상계가 금지되는 임금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0. 5. 8. 선고 88다카26413 판결, 대법원 1989. 11. 24. 선고 88다카25038 판결 등).

셋째, 장기근속격려금의 경우, 제시된 사정만으로는 구체적으로 그 성격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동 금품이 근로자의 퇴직·사망 등 근로관계의 종료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근속년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라거나 장기근속자를 우대하기 위하여 매년 일정 일을 기준으로 일정 근속연수 이상 근속한 근로자에게 일정액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이라면 이는 은혜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정기적 급여’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됩니다(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26615 판결 등 참조).

반면, 동 금품이 은혜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근속연수에 달한 자에게 실제의 근무성적과 무관하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여 온 것이라면 이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금품으로서 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대법원 2002. 7. 23. 선고 2000다29370 판결 등 참조).

4. 본건에서 상계의 가부 및 그 범위

제시된 사정에 의하면 A와 B사 사이에 본건 대출채권과 임금채권의 상계에 관한 합의(계약)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B사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본건 대출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A의 유족들을 상대로 퇴직금 및 마지막 달의 월급과의 상계를 주장할 수 없으며, 그러한 일방적인 상계의사표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반하여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 장기근속격려금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체적인 사실관계 여하에 따라 임금인지 여부가 결정되므로, 만약 동 금품이 임금에 해당하는 경우 위 마지막 달의 월급이나 퇴직금에서와 같은 논리가 적용될 것이며, 반면 임금이 아니라면 이에 대하여서는 앞서 살펴본 근로기준법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인바, 본건 대출채권과의 상계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만, 그 범위와 관련하여 민법 제497조 및 민사집행법 제246조는 급료·연금·봉급·상여금·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및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과 같이 압류가 금지되는 금품에 대하여서는 원칙적으로 상계 역시 금지하고 있는바, 본건 장기근속격려금이 이러한 금품에 포함되는지 문제됩니다.

그런데 본건 장기근속격려금이 위 규정상의 상계제한 금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견해를 제시한 판례나 행정해석이 없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관하여는 향후 판례나 노동부 행정해석의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