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단속할 생각은 안 하고…
노동부가 단속할 생각은 안 하고…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7.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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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장관 "편법 횡행" 지적하고도 비정규직법 개정에만 목매
한국노총, “장관은 노동부 망가뜨리거나 책임 전가 말라” 사퇴 촉구

▲ 이영희 노동부 장관. ⓒ 참여와 혁신 포토DB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법 시행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노동계의 주장이 아니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꺼내놓은 발언이다. 그런데 이를 단속하고 지도ㆍ감독해야 할 노동부가 엉뚱하게 비정규직법 개정에만 목을 매고 있어 노동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일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중소기업 등 현장을 방문해 본 결과, 비정규직이 담당하던 업무를 용역 등 외주로 돌린 사례가 많았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사용제한을 피하기 위해 각종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태가 1년이 간다면 우리나라 산업계에는 2년 이상 종사한 근로자가 없어질 것”이라며 “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려면 반드시 비정규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기간 연장만을 주장하다 실질적인 정규직화 대책은 마련하지도 못한 노동부가 현장의 파견, 외주화, 돌려막기 등 편법이 진행되자 이제 와서 비정규직법을 개정하지 못한 정치권과 노동계를 비난하고 나선 꼴이다.

또한 현장에서 파견, 외주화, 돌려막기 등 편법이 자행되면 이를 행정처분해야 할 노동부가 이런 현실이 있으니 비정규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부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직무유기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여기에 이 장관의 계속된 '막말' 언행이 노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날 한국노총은 ‘참 나쁜 장관, 참 한심한 노동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영희 장관은 노동부를 더 이상 망가뜨리거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며 "속히 자진사퇴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이 성명에서 한국노총은 “노동부는 자신들이 주장했던 100만 해고대란의 기미가 보이질 않자 내심 당혹해 하면서, 2년의 사용기간이 만료되고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계약해지를 당하는 해고사례를 찾아내느라 정신이 없다”며 “(노동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려는 비정규직법의 제정 취지를 애써 외면하고 마치 ‘해고’를 촉진하는 것처럼 왜곡함으로써 해고를 부추기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이 장관의 '잘못된 언행'이 계속될수록 노동계의 반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여 노정 관계 파탄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이영희 장관 때문에 차라리 노동부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 노동계에서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 장관은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