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이 정권이 불행한 정권 되지 않기 바란다
① 이 정권이 불행한 정권 되지 않기 바란다
  • 안형진 기자
  • 승인 2009.07.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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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는 기본적인 국민 권리, 양보도 훼손도 있을 수 없어
단식농성 중인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

지난 6월 1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정진후, 이하 전교조)은 교사 1만 7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들의 기본적 자유가 억압받는 현실을 개탄하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는 이후 전교조 앞에 펼쳐질 기나긴 가시밭길의 시작이었다.

그간 시국선언에 대해 “그래도 소리 없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라”는 정도의 소극적인 대응을 보여 왔던 정부는 전교조의 목소리가 들리자 기다렸다는 듯 전교조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정부의 시국선언 서명 교사 전원 징계 방침에 2차 시국선언을 진행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던 전교조는 지난 6월 29일 정진후 위원장을 포함한 간부 16명이 연행됐고, 7월 3일에는 사상 초유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경험하는 등 아픔을 겪어야 했다.

결국 정진후 위원장은 2차 시국선언 예정일을 6일 앞둔 지난 13일 “백척간두에 서있는 우리가 물러나는 것은 우리의 죽음이 아닌 민주주의의 사망”이라고 말하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농성 3일차 였던 지난 15일, 그는 여전히 시청 앞 광장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국민의 기본권’을 수차례에 걸쳐 역설했던 그에게 이번 시국선언을 둘러싼 전교조의 입장을 들어봤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교과부의 터무니없는 몽둥이질

- 교과부는 지난 6월 18일 교사시국선언 서명에 참가한 1만 7천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이 부분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1만 7천 여명 전원을 징계하겠다고 하는 교과부의 발상 자체는 정말 너무나 어이없고 터무니 없는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교실 안에서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자기의견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교사다. 이것은 마치 교실 안에서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한 아이들을 향해서 몽둥이질을 한 것과 똑같은 행위다.

정말 상식을 초월하는 행위이고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 행위 자체는 그대로 부메랑이 돼 다시 정부에게로 날아갈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현재까지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던 수많은 시국선언 중 유독 전교조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서 바라보고 있다. (MB)정부가 출범 직전부터 지금까지 쏟아낸 각종 교육정책은 국민들로부터 아주 냉엄한 심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는 대통령도 자기 입으로 사교육 대책을 자기 딸도 믿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정책에 대해 총체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이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가장 구체적으로 반대해왔던 세력이 전교조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자기들의 실패한 교육정책에 대한 책임을 전교조를 치는 것으로 해서 회피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전교조가 반대해서 안 되는 것처럼 몰고 가려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시국선언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사가 분출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손발이 되어서 활동해야 될 공무원들에게까지 시국선언의 여파가 이어지는 것 자체를 지극히 두려워 한 정부가 공무원들의 시국선언을 막아보기 위한 술책을 부렸다고 본다.

이 두 가지를 꿰매서 나름대로 자기들의 정국구상을 그려나가는데 전교조를 앞으로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

- 교사의 시국선언에 대한 정부의 규제 논리는 ‘국가공무원법’을 확장시켜 무리하게 적용한 측면이 있다고 했는데, 교과부의 법 적용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에 대해 법률적으로 어떤 대응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이미 국가공무원법이나 교원노조법이나 이런 법들은 이미 논의할 가치가 없다. 왜냐하면 정부산하의 법률구조공단에서도 이미 이 문제에 대해서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묻거나 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과부 초기 검토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국가공무원법 운운하는 것은 이미 그 정당성이나 논리자체를 상실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는다.

법률자체를 구체적으로 본다 해도 시국선언이 국가공무원법 상의 공익에 반하는 활동이라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공익에 반하는 활동인가? 그리고 이것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사항인가? 교사들이 선언에 참여해서 자기 이름을 서명형태로 기입하는 것은 불과 10초도 걸리지 않는 일이다.

또한 반 정부적 내용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한 것이고,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교육정책이 이렇게 되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정책적 전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힌 것이다.

이것은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고 어떤 면에서는 교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교사가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고, 이렇게 가르칠 순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차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가장 정당한 자기의 권리, 국민의 권리, 어떤 면에서는 교사의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본다. 설사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근거라는 것이 타당치 않다.

현 정권이 사법권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권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정당성이나 타당성을 사법부에서 자칫 잘못 판단했을 때 사법부의 권위마저도, 신뢰마저도 져버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도대체 무엇을 믿고 살아야 될 것인지 오히려 그게 걱정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다시 강조하지만 국가공무원법 상의 내용은 이미 정부에서도 근거가 없다는 검토를 끝낸 상태다. 역사상 서명했다고 국가공무원법 상으로 징계했던 사례는 없다. 그리고 그것이 설사 한 두 차례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미 판례로서 정당성은 확보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 상 문제를 들이댄다는 것은 일반 공무원들에게 이 여파가 미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아주 단편적인 술수라고 밖에 파악이 안 된다.

법률적인 대응도 준비 중이다. 전교조에 대한 시국선언 탄압 보도가 나가고, 심지어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압수수색을 통해서 지난 9년간의 자료 7천여건의 파일을 통째로 가져갔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자발적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어제까지 약 45명 정도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만들었다. 경찰소환조사부터 시작해서 이후 법률적 대응까지 모든 것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의미로 법률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다."

기본권 무시되는 사회, 발전 없다

- 1차 시국선언 이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부의 강경방침에도 불구하고 전교조가 두 번째 시국선언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사회에는 해결돼야 될 문제들이 굉장히 많다. 가깝게는 용산에서 시민들과 경찰이 불에 타 죽은 사건부터 시작해서 쌍용자동차 1천여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일하게 해달라고 공장 안에 들어가서 대치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쌍용차를 망친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법 관련해서 최소한 올바른 사회가 되고 건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방송과 신문이 함께 뉴스를 만들어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정도의 공감은 국민들 모두가 이야기하고 있다.

촛불정국에서 수백만의 국민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일체 눈감고 귀닫고 있는 정권 아닌가? 그런 정권 속에서 전교조가 사상 유례없는 1만 7천여 명에 달하는 징계 위협 앞에 놓여 있지만,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하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말할 수 있는 자유, 표현할 수 있는 권리다.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사회라면 어떻게 민주사회고 민주국가이겠는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만큼은 양보할 수 없고, 훼손돼서도 안된다.

이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지켜지지 못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용산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쌍용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미디어 악법이 제대로 정리가 될 수 있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이 올바로 될 수 있겠나?

그런 점에서 우리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 표현의 자유, 말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교사로서의 최소한의 활동이 바로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의 수호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1만 7천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교사 징계에도 아랑곳않고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차 선언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고 2차 선언에 대한 요구들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래서 하는 것이다.

전교조가 정부하고 “우리가 죽나 너희가 죽나 해보자” 이런 차원이 아니다. 싸우다가 힘에 의해 굴복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다.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이 문제는 철저하게 싸워야한다고 생각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독재 정권의 길 걷지 말기를

- 19일로 예정된 2차 시국선언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차 시국선언 후로 어떤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는지, 그리고 향후 정부가 취할 조치들에 대해 전교조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밝혀달라.

"지금 정부의 자세나 태도로 봐서는 징계 위협을 거둬들이거나, 징계를 철회하거나, 고발 접수를 취소하거나 취하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할 수 있는 자유마저도 가로막는 정권은 민주적인 정권이라고 볼 수 없다.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하고 그것을 권력의 힘으로 누르는 이 행위는 독재자의 행위에 다름 아니다. 스스로 독재정권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들은 어떤 권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독재자가 힘으로 누르면 우리는 당할 수 밖에 없다. 끌고 가면 끌려갈 수밖에 없고, 가두겠다면 갇힐 수밖에 없고. 목을 자르겠다면 그것도 역시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독재자의 말로는 이미 역사를 통해 충분히 증명되고 있고, 확인되고 있다.

전교조는 이 정권이 독재정권의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불행한 정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 어떤 정권도 민주적 역사를 거슬러서 승리했던 정권은 없었다. 순간은 힘이 있어서 탄압하고 억압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탄압과 억압은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힘이 없어 당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 저항할 것이고, 그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것이며 정부의 독재적 현실들이 올바르게 심판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② 경기도 교육위원회, 부끄러운 줄 알아야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