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인력감축, 의료공공성 파괴
획일적 인력감축, 의료공공성 파괴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8.0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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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병원 인력감축은 환자·노동자 고통전가
보훈공단 이사장에 공개질의서 보내
지난 7월 29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보건의료노조 보훈병원지부(지부장 황미숙, 이하 보훈병원지부)와 보건의료노조는 파업 8일차를 맞아 보훈공단과 기획재정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공공의료기관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보훈병원지부는 5일 오전부터 보훈공단 앞 항의집회, 기획재정부 앞 결의대회, 서울보훈병원 앞 집중투쟁을 연달아 배치하고 이같이 결의했다. 이들은 또한 보훈병원에 대해 383명 직제 삭제 철회, 비정규직 해고 철회 및 정규직화, 단협 69개항 개악안 철회 등을 요구하고 성실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공공의료기관”이라고 전제한 뒤, “기획재정부가 병원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인 경영효율화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영효율화방침에 의한 구조조정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과잉진료를 유발함으로써 그 피해가 환자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끝없이 추락하고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보다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보는 현실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와 보훈병원지부는 “공공의료기관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환자와 병원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담시키는 경영효율화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국가유공자를 위한 최고의 보훈병원 만들기 투쟁을 시작으로 공공의료기관의 공공성 지키기 투쟁을 총력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기획재정부의 10% 인력감축안에 따라 지난 4월 1일 보훈병원에서 일하는 383명의 직제를 삭제해 간호조무사, 중상이보조원, 영양실, 교환실, 운전직 등에서 일해 온 383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 지난 6월 30일에는 이 보훈병원에서 일해 온 2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보훈병원지부는 이러한 보훈공단과 보훈병원의 인력감축 방안에 반발해 지난 7월 29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한편, 보훈병원지부는 이날 오전 보훈공단 앞에서 열린 항의집회에서 김종성 보훈공단 이사장에게 ▲ 인력감축 방안에 대한 질문 ▲ 비정규직 해고(계약해지)와 관련된 질문 ▲ 보훈병원지부 파업에 대한 질문 등 모두 22개항을 공개질문하기도 했다.

김종성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님께 드리는 공개질의서

1.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지난 4월 1일 보훈병원에서 일하는 383명의 직제를 삭제해버렸습니다. 간호조무사, 중상이보조원, 영양실, 교환실, 운전직 등에서 일해온 383명의 인력을 잘라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종성 이사장님께 묻겠습니다.

① 383명은 보훈병원에서 필요없는 인력입니까? 이들 인력을 없애버려도 병원이 돌아갑니까? 병원에 어떤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사정은 하나도 모른 채 책상에 앉아서 숫자놀음만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② 보훈병원을 찾는 국비진료대상 환자들(상이군경, 애국지사, 4 19혁명 부상자, 공상 공무원, 6ㆍ18 상이, 고엽제환자)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50세 이상 환자가 90.4%를 차지하는 보훈병원 환자의 특성상 세세하고 잔손이 필요한데도 인력을 줄이게 되면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③ 보훈병원은 지금도 턱없이 인력이 부족합니다. 같은 규모의 병원들이 간호 2등급 수준인데 비해 보훈병원 간호등급은 4~5등급입니다. 만성적인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거꾸로 383명의 인력을 잘라내겠다는 것은 국가유공자들을 치료하는 보훈병원의 최고수장으로서 너무나 무책임하지 않습니까?

④ 보훈공단에서 일하는 고위직(4급)은 14명이나 늘리면서, 병원에서 국가유공자를 위해 손발이 되어 일하는 하위직은 383명이나 무더기로 잘라낼 수 있습니까? 도덕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이렇게 해서는 안되지 않습니까?

⑤ 보훈복지의료공단은 보훈병원에서 383명의 직제를 없애겠다고 하면서 103명의 인턴을 채용하고, 외주용역을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질높은 의료서비스가 요구되는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병원업무에 전문성과 숙련도도 낮고, 업무연속성도 없고, 책임성도 낮은 인턴이나 파견노동자를 쓰겠다는 것은 국가유공자를 너무나 홀대하는 것 아닙니까?

⑥ 이사장님은 “10% 인력감축하라는 정부방침”을 핑계대고 있습니다. 만성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보훈병원에 10%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국가유공자를 치료하는 보훈병원에 10% 인원감축방침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아니라면, 보훈병원을 책임진 최고 수장으로서 “보훈병원에서는 국가유공자를 위해 양질의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면서 발로 뛰어다녀야지, 가만히 앉아서 383명을 잘라내겠다는 것은 국가유공자를 볼모로 삼아 정부로부터 점수나 많이 따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태도 아닙니까?

⑦ 지난 6월 24일 국무총리실 박영준 국무차장은 “아직도 행정이 다양한 현장의 상황들을 반영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훈병원이 넘쳐나는 환자들로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계획에 따라 10%이상 인력감축을 일률적으로 적용토록 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조차도 보훈병원에 대해서는 10% 인력감축을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는데 보훈병원 최고책임자인 이사장님은 국가유공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든 말든 10% 인력감축을 위해 383명을 무조건 잘라낼 생각이십니까?

2. 보훈병원은 지난 6월 30일 20명의 비정규직을 집단해고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난 비정규직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국회앞에서, 정부청사앞에서, 공단앞에서 복직을 호소하고 있고, 이 가운데 2명은 7월 29일부터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종성 이사장님께 묻겠습니다.

①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온갖 어려움을 참고 참으며 일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6월 30일 해고당한 뒤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가족의 생존권이 어떻게 짓밟히고 있는지 이사장님은 알고 계십니까?

②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맡고 있는 업무가 보훈병원에 필요없는 업무입니까? 꼭 필요한 업무에서 일하는 이들 비정규직들이 해고당한 뒤 남아있는 동료들이 휴가도 쓰지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③ 기간제보호법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취지 대로 한다면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법입니다. 그런데 보훈복지의료공단은 법취지와는 달리 2년 이상 일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 해고에 앞장섰습니다. 이것은 거짓으로 들통난 [100만 해고대란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획해고 아닙니까?

④ 2년이 넘었거나 2년 만기가 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하는데도 보훈복지의료공단은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1년에서 6개월, 3개월, 2개월, 1개월로 줄이면서 초단기계약을 체결했고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했습니다. 이것은 6월 30일자 [100만 해고대란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반사회적이고 비도덕적인 기획해고 아닙니까?

⑤ 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비정규직을 집단해고한 것과는 달리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보장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도 각 기관의 재량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님은 비정규직의 고용보장 문제를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⑥ 집단해고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맡은 업무는 영양실, 간호조무, 건축설비, 기계보조 등 보훈병원에서 꼭 필요한 상시업무이며 양질의 서비스가 필요한 업무입니다. 그런데도 보훈복지의료공단은 파견인력을 투입하려는 계획아래 숙련된 노동력을 갖춘 비정규직을 해고하였습니다. 이것은 돈벌이를 위해 국가유공자를 볼모로 삼아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겠다는 것 아닙니까?

⑦ 해고는 살인입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희망도 미래도 없는 깜깜한 암흑속에서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시대에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것도 서러운데 쫓아내버리는 것은 피도 눈물도 없는 가혹한 생존권박탈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비정규직법 취지에 맞게 보훈복지의료공단은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복직시키고, 고용보장하는데 앞장서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3. 7월 28일 협상이 결렬된 이후 보훈병원지부는 7월 29일부터 파업에 돌입하였습니다. 조합원이나 환자보호자들, 유관단체들 모두 하루빨리 파업사태가 끝나기를 바라고 있는데도 국가유공자를 치료하는 보훈병원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종성 이사장님께 묻겠습니다.

① 경제위기시대에 다른 회사, 다른 병원에서는 파업 없이 합리적으로 대화와 교섭을 통해 원만한 타결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보훈병원에서 왜 이렇게 파업사태가 벌어지고 장기화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② 보훈복지의료공단은 올해 초반부터 383명 인원 감축, 비정규직 20명 집단해고, 대졸 초임 삭감, 의사 성과연봉제 도입, 대팀제 도입, 단체협약 69개 조항 개악 등 정부의 구조조정방침을 획일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정식 이사회를 열지도 않은 채 서면결의하고, 노동조합과 논의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보훈병원의 경영이 어렵다면 허심탄회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습니까? 양질의 고용을 파괴하지 않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후퇴시키지 않고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하지 않습니까? 이사장님은 하위직 죽이기, 비정규직 죽이기, 노동조합 죽이기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③ 보훈병원은 앞으로 1년이 지난 2010년 11월경이면 1400병상의 보훈중앙의료원을 개원합니다. 현재 800병상의 서울보훈병원에서 600병상이 더 늘어나고, 최소한 500명 이상의 추가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383명 직제를 없애버리고, 비정규직 20명을 잘라내는 것이 옳습니까? 지금도 국가유공자를 돌보는 인력이 부족하고, 1년 정도 있으면 500명이 넘는 신규인력이 필요한데 인원감축과 대량해고를 단행하는 보훈복지의료공단의 행태를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보훈중앙의료원 개원을 앞두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양질의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 국가유공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④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최고의 병원이 되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아플 경우 보훈병원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훈병원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최고의 병원이 되려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는 최상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보훈병원을 책임지고 있는 이사장님은 383명 인원을 감축하고, 정규직화를 앞둔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함으로써 양질의 인력을 쫓아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고용의 질을 파괴하여 국가유공자들에게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사장님은 국가유공자를 위한 최고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눈꼽만큼도 없이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돈벌이장사를 할 생각이십니까?

⑤ 노동조합은 보훈병원이 국가유공자를 상대로 돈벌이하는 병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은 보훈병원을 국가유공자를 위한 최고의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보훈병원을 최고의 인력을 갖춘 최고병원, 최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일류병원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사장님은 왜 이런 노동조합과 마주 앉아서 최고병원, 일류병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지 않으십니까?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을 한번이라도 만나보셨습니까? 단식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을 한 번이라도 찾아보기라도 하셨습니까? 도대체 뭘 하고 계십니까?

⑥ 교섭과정과 파업상황에서 이사장님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정말 부끄럽고 실망스럽습니다. 보훈복지의료공단측에서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합리적으로 노사문제를 풀 수 있는 권고안을 제시하려 했으나 거부하여 결국 교섭을 결렬시켰습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뒤에 노조측에서는 빨리 타결하기 위해 밤샘교섭을 제안했지만 공단측에서는 거부했습니다. 오히려 공단측에서는 성실교섭 대신 ▲“노조가 비정규직 때문에 파업한다”며 사실 왜곡하기 ▲“파업에 나가지 말라”며 조합원에게 부당한 압력넣기 ▲“무노동무임금 적용하겠다”는 협박문자 메시지 보내기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이간질하기 등 시간을 질질 끌면서 파업대오를 무너뜨리는 데만 안간힘을 썼습니다. 이것이 원만하게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있는 태도입니까? 불법적인 파업방해행위를 중단하고 이사장님이 결단하셔서 파업사태를 하루빨리 원만하게 풀어야 하지 않습니까? 밤샘교섭이라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⑦ 노동조합의 파업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한 합법파업입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에서는 파업이 하루라도 빨리 타결되어 환자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노동조합에서는 불가피하게 파업 하더라도 환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공단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전면파업을 자제하고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단측이 성실교섭에 나서지 않고 파업을 방해하고 조합원들을 협박하는데만 골몰한다면, 이것은 하루빨리 파업 타결하기를 기대하는 보훈병원 직원들과 국가유공자들을 우롱하고 배신하는 작태 아닙니까?

⑧ 보훈병원은 몇몇 고위직의 자리보전과 승진을 위해 하위직의 고용을 파괴하고 생존권을 짓밟는 병원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를 위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파괴하는 돈벌이병원이 되어서도 안되고, 국가유공자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악질탄압병원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보훈병원의 최고책임자인 이사장님은 보훈병원을 국가유공자를 위한 최고의 병원을 만들기 위해 땀흘리는 충직한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지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자격이 없지 않겠습니까? 스스로 물러나야 옳지 않겠습니까?

2009년 8월 5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보훈병원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