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보호 아닌 족쇄?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보호 아닌 족쇄?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08.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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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공동행동, 고용허가제 시행 5년 기자회견
고용허가제 전환, 미등록 노동자 합법화 촉구
▲ 이주공동행동과 이주노동자들은 11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고용허가제 개정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촉구하는 '고용허가제 시행 5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관모 기자 kmkim@laborplus.co.kr
올해로 시행 5년을 맞는 고용허가제에 대해 이주노동자의 권익보호와 효율적인 관리체제 구축이라는 기본 취지와 달리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더욱 옥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주공동행동은 11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허가제 전면 전환과 이주노동자에게 동등한 노동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고용허가제는 2004년 3월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되면서 그해 8월 17일 처음 시행됐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은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외국인노동자를 선정‧도입해 합법적인 외국인노동자 고용을 보장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주공동행동은 “현 제도는 사업장 이동을 3회로 제한하며, 특히 사업주 승인을 요구하고 있어 이주노동자들은 온갖 부당한 대우와 권리 제한을 받고 있다”며 “이는 일부 악랄한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제약하는 무한 권한을 지니게 돼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에서 제한하고 있는 2개월 뿐인 구직기간 때문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락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개인 경쟁력이 없어 취업에 실패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노동부의 태도는 비인간적 논리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이주인권연대(대표 이영아)와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를 공개하며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에 따르면 경기도 군포에서 일하는 한 베트남 여성 노동자는 임신으로 부당해고를 당한 후 2개월의 구직기간동안 신규업체를 구하지 못했다. 임신한 여성이 신규채용이 불가능한 제조업 특성상 그녀는 조만간 불법체류자 신분이 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정밀업체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의 경우 상습임금체불로 직장이동을 해야하지만 직장변경 3회 제한에 걸린 상황이라고. 이에 따라 이미 2개월 임금이 체불이 된 상황이지만 출국해야 할지 미등록으로 일할 지의 문제로 절박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포 마성에서 8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모라드 씨(방글라데시, 32)는 “회사 내에서 직원에게 상습폭행을 당했지만 사장이 알아서 처리한다며 중간에서 피해보상금 등을 가로챘다”며 “치료비도 보상받지 못하고 사장에게 차마 사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주공동행동은 ▲ 직장 이동의 자유와 동등한 노동권 보장 ▲ 고용허가제 전면 전환 ▲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등을 주장하며 정부 정책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이주공동행동과 이주노조 조합원, 이주노동자들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