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내년에 한국경제 망한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 한국경제 망한다”
  • 권석정 기자
  • 승인 2009.08.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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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경제위기 대응 관련 토론회 개최…독ㆍ미ㆍ일 사례연구
참석자들 "한국만 낡은 방식…위기 닥쳐올 것" 경고

ⓒ 권석정 기자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축사를 통해 정부의 정책기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정부는 경제가 좋아져도 가장 늦게 혜택이 돌아갈 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계 정상들은 1930년대 세계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고 일컬어지는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17일 한국노총 8층 회의실에서 ‘주요국의 경제위기 대응과 시사점에 관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독일, 미국, 일본, 한국이 각각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사례발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독일의 경제위기 대응과 시사점’에 대한 발표를 맡은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어기구 연구위원은 “세계 수출 1위국인 독일은 현재 수출 감소로 인한 위기극복을 위해 1,000억 유로(약 17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 연구위원에 따르면 독일은 세 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책 논의를 통해 ▲ 연방고용청의 취업알선 활동 강화 ▲ 근로시간단축보조금 수혜기간 연장 ▲ 사회간접자본(교육, 교통, 의료 등)에 대한 투자 확대 ▲ 폐차보조금 통한 자동차산업 지원 ▲ 중산층 및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소득세 및 의료보험비 인하, 자녀양육보조금 지원 확대 ▲ 중소기업 활성화 ▲ 조업단축지원을 통한 고용시장 활성화 등을 실시했다.

어 연구위원은 “폐차보조금 지원 이후 내수시장 활성화로 올해 2월 독일 내 자동차 판매실적이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업단축제도 시행 이후 올해 3월까지 독일의 조업단축근로자 수는 215만 명으로 이로 인해 고용시장이 보다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중요한 것은 독일의 경기부양책이 노사정의 활발한 대화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독일은 작년 12월 14일 메르켈 총리와 정부각료들을 비롯해 여야 정당, 경영계, 노동계, 학계 대표자들이 모인 가운데 ‘32인 경제노동정상회의’를 열고 경기부양책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이와 함께 주지사 연석회의, 소도시 시장들과의 간담회, 노사단체 토론회 등을 통해 지역의 기초단체들의 의견까지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삼성경제연구소 이원덕 고문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이 함께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이 독일의 힘”이라며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경제위기 탈출과 고용전략’에 대한 발표를 맡은 경기대 신범철 교수는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성을 중시하는 미국이 유럽과 비교해 봤을 때 경제가 취약하다는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미국형 노동시장 모형의 국가들인 아일랜드, 스페인 등은 실업보험 및 사회안전망이 발달한 유럽형 국가들에 비해 실업률이 높아졌다. 현재 오바마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실업보험 급여기간 연장 및 급여대상 확대를 추진함과 동시에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 의료보험제도 확대 및 개선을 논의 중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의 고용정책 전환’에 관한 발표를 통해 “일본은 ▲ 고용조정조성금 제도 개선 ▲ 정규직 전환 및 고용보험제도 개선 ▲ 고용보험 및 생활보장에서 배제되는 취업자를 위한 제 2의 사회안전망 신설 ▲ 파견근로 규율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은 파견근로자 고용안정을 위해 행정지도를 강화하는 한편 ‘파견근로자고용안정화 특별장려금’을 신설해 정규직 전환 근로자 1인당 2년 6개월 동안 총 100만 엔(약 1,300만 원)을 지급한다. 이는 노동계가 비정규직법 유예안을 받아들여야만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집행한다는 국내의 상황과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은 2009년 4월 법 개정을 통해 파견 등에 대한 고용보험 수급자격을 완화해 파견 및 기간제에 대한 보험적용률을 확대했다.

토론회에서 언급된 독일, 미국 일본의 경제위기 대응방식들은 ▲ 경기부양책 마련 ▲ 사회안전망 확대 ▲ 고용안정화 등으로 좁혀볼 수 있다. 즉, 서민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 내수 소비를 촉진시키고 그로 인해 경제를 부흥시킨다는 단순한 논리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논리’는 현재 국내 정책에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공회대 정태인 교수는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발표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은 이미 낡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박정희식 토목건설정책을 덧씌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부실건설사들에 대한 9조원 이상의 지원, 광역 클러스터 정책, SOC 건설, 4대강 정비사업이 현실화되면 미증유의 거품폭발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우리나라는 -5 ~ -10% 성장이라는 대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정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로 인해 부족한 제정을 매꾸기 위해서 반드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는 공공성 파괴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북대 이호근 교수는 “4개국을 비교해보면 한국만 유일하게 규제완화, 고소득자 감세, 복지삭감 등을 자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4대강 살리기를 그만두고 환경산업과 사회공공서비스에 돈을 투자해서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삼성경제연구소 이원덕 고문,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어기구`황선자 연구위원, 경기대 신범철 교수, 성공회대 정태인 교수, 서강대 문진영 교수, 전북대 이호근 교수, 한국조세연구원 전병목 기획조정실장,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이종탁 부소장, 시사인 이종태 기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