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특별법 제정,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석면특별법 제정,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9.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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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ㆍ정부, 서로 떠넘기기 속 노동계 6만5천명 서명용지 전달

▲ 10일 오후, 한국노총 안전보건연구소 정영숙 본부장이 한국석면추방네크워크 최예용 집행위원장에게 석면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용지 6만여 장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 초 베이비파우더 석면 검출로 온 사회가 홍역을 치르는 등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석면 노출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을 다룬 석면특별법은 정부와 국회의 미온적 태도로 아직까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한나라당 박준선, 민주당 양승조, 김상희,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4건의 석면 관련 피해자 구제 관련 법안(일명 석면특별법)이 제출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법안들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통합 법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국회, 특별법 제정 의지 있나?

석면특별법은 과거 석면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를 사용한 사업장 근로자나 사업장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특별법이다.

현재 석면에 노출돼 피해를 입은 근로자들은 산재보험법으로 일부 구제를 받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발병한 경우나 사업장 인근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이로 인해 노동단체와 환경단체는 오래전부터 석면특별법 제정을 주장해왔고, 이러한 주장에 대해 18대 국회에서 4건의 석면특별법이 발의된 것이다.

그러나 4건의 석면특별법은 적용 병명과 보상 범위 등에서 상이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국회와 환경부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국회 일정과 정부의 미온적 대처로 현재 통합적인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안전보건연구소(본부장 정영숙) 조기홍 국장은 “국회에서 통합 입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고 환경부도 정부안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와 국회의 미온적 태도에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집행위원장 최예용)는 석면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한국노총 안전보건연구소도 10일 오후, 소속 조합원 6만4,712명의 서명용지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측에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안전보건연구소 정영숙 본부장은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인체에 흡입될 경우 10~5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 중피종암을 일으키는 죽음의 섬유로서 우리나라의 경우 앞으로 석면으로 인한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며 “하루 빨리 석면특별법이 제정되어 석면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보건연구소 조기홍 국장은 “이번 한국노총 서명자 6만여 명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받아 놓은 2만여 명의 서명용지를 환노위원장과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며 “정기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개최해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ㆍ국회, 책임 떠 넘겨

반면 노동단체와 환경단체의 계속적인 특별법 제정 촉구에 대해 국회와 정부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하면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 넘기고 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 유희종 보좌관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국회와 환경부에서 늦어도 11월까지는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환경부 중심으로 재원 마련을 위한 부처간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국회에서 통합심의가 들어가야 정부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환경부 생활환경과 김호은 사무관은 “정부 입법안을 따로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회에서 석면 관련 법안 통합 심의 시 각 의원 안에 대한 정부 안을 제출해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석면특별법이 보상 제도로서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에 재정의 대부분을 투여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석면특별법 제정이 그리 달가울 리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정부와 국회의 안이한 대응이 자칫 석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을지 의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