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맹파업의 그 자리, 다시 연대의 깃발
구로동맹파업의 그 자리, 다시 연대의 깃발
  • 권석정 기자
  • 승인 2009.09.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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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연대, 한국음향 폐업철회투쟁 공동 집회 개최
중소영세사업장 노조 연대 바람 불어
▲ 16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한국음향(주) 정문에서 열린 '한국음향노동조합 폐업철회 투쟁을 위한 금속연대 공동 집회'에서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석정 기자 sjkwon@laborplus.co.kr

경제위기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도산, 폐업, 구조조정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에 직면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조합이 지역, 업종 연대를 결성해 사측의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공단, 지역 연대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오후, 금속노동자개혁연대(대표 하헌준, 이하 금속연대)는 서울 금천구 구로3공단에 위치한 한국음향(주) 정문 앞에서 ‘한국음향노동조합 폐업철회 투쟁을 위한 금속연대 공동 집회’를 가졌다.

한국음향(주)은 현대·기아자동차 및 GM대우에 카스피커를 납품하는 업체로 지난 4월 30일 환율폭등, 일본계 대표주주의 경영의지 상실, 비협조적인 노동조합 등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폐업을 통보했다. 즉 자본을 철수해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것.

이에 채종득 대표이사는 종업원들이 위로금 및 퇴직금으로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종업원지주제 형태를 제안했지만 한국음향노조는 현재 폐업철회 투쟁을 진행 중이다.

노윤철 한국음향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일터를 지킬 수만 있다면 종업원지주제도 좋다. 하지만 직원들의 위로금을 통해 회사를 청산하려고만 하고 정작 직원들의 생존권은 생각하지 않는 사측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이사의 종업원지주제 제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찬반이 갈리는 바람에 그동안 폐업철회투쟁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며 “이제부터는 다른 단위사업장들과 함께 투쟁해 이 힘찬 기세를 쟁의행위 찬반투표까지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장의 이러한 주장에는 이날 공동집회를 가진 금속연대에 대한 믿음도 깔려 있는 듯 했다. 금속연대는 금속노련(위원장 변재환) 내부 자체연대조직으로 전국의 100여개 금속사업장 2만여 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금속연대 소속 장재성 자동차업종분과위원회 의장은 연대사를 통해 “현대자동차 같은 완성차업체의 경우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하는 중이지만 우리 같은 중소규모 부품사들은 임금인상은 커녕 고용안정 조차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며 “이럴 때 금속연대 소속 사업장들이 투쟁에 결합해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한국음향노조의 폐업철회투쟁을 지지했다.

이날 공동 집회에는 참여 사업장들의 투쟁현황 보고도 진행됐다. 금속 사업장이 아니면서도 특별히 참여한 화학노련 소속 오공본드노조는 한국음향과 같이 물량은 늘어나고 있는데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사업장 중 하나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오공본드노조 권오화 위원장은 “현재 오공본드는 만드는 족족 물량이 나가는 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휴직을 강제하고 있다”며 “추석 이후 파업에 들어갈 예정인데 한국음향노조와 연대해서 투쟁하면 힘이 될 것”이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렇듯 공단 내 중소영세사업장 노조들이 경제위기 이후 각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에 맞서 지역 내 다른 사업장 노조와의 연대활동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속연대는 이러한 연대투쟁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일단 한국음향의 폐업철회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기로 정하고  전국적으로 지역연대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과거 구로동맹파업 등 지역연대 활동을 통해 성장한 한국의 노동운동이 2000년대 이후 사라져가는 지역 연대활동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음향노조 김선정 조합원은 “최근 7, 8년 만에 잔업을 할 정도로 물량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 정당한 폐업이 아니라는 증거”라며 “사업장에 여성 조합원이 절반 이상인데 금속연대와의 공동 집회가 많은 힘이 된다. 연대투쟁을 통해 다시 어깨 펴고 일할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공동 집회에는 한국음향노조를 비롯해 한국TDK노조, 루보노조, 델파이노조, 한일전기노조, 새론오토모티브노조, 엠비성산노조 등 금속연대 소속 17개 사업장 간부 및 조합원 80여명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