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금융공기업 첫 임금 삭감
금융감독원, 금융공기업 첫 임금 삭감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09.2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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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보수개편 통한 5% 임금 삭감 합의
타 금융공기업노조, ‘불똥 튈까’ VS '직접적 영향 없을 것‘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원장 김종창)이 금융공기업 중 처음으로 임금삭감 합의를 선언하면서 금융공기업노동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9일 금융감독원노조(이하 금감원노조, 위원장 박철수)와 직원 급여를 5% 삭감하고 보수체계를 성과중심으로 개편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노사 합의사항은 ▲ 성과중심의 보수체계 개편 등을 통한 직원 급여 5% 삭감 ▲ 평가시스템 보완을 통한 연봉제 대상 확대 ▲ 조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 직원 성과 차등 폭 대폭 확대 등이다.

금융노동계는 '부당개입 통한 노조 탄압' 반발

이번 임금삭감 내용은 정부가 공기업선진화방안에 따라 추진을 지시했던 내용이어서 금융공기업노조들에게 직간접적인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노동계들은 이번 정부의 임금 삭감안 등의 내용이 금융공기업에 부당개입을 하면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금융노조(위원장 양병민)의 경우 은행연합회와 올해 3월 임금동결을 합의했지만 금융공기업들의 임금삭감 요구로 합의안이 결렬돼 천막농성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벌이며 반발하고 있다. 사무금융연맹(위원장 정용건)도 2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부당개입과 노조탄압 저지를 위한 사무금융연맹 대책위원회’(이하 금융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사자율교섭을 보장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 사무금융연맹(위원장 정용건)은 29일 오전 청운동 동사무소에서 "금융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부당개입과 노조탄압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관모 기자 kmkim@laborplus.co.kr

당분간 노동계 혼선 불가피

하지만 금융대책위원회에 속해있던 금감원 노조가 임금삭감에 합의함에 따라 금융대책위원회는 발족과 함께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금감원 노사의 임금 삭감과 관련해 금융대책위원회 안에서 임금 삭감의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은행노조(위원장 배경태)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배경태 위원장은 “한국은행노조와 금감원노조는 임금삭감의 압박과 관련해 공대위를 출범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일부 심리적 영향이 있을 수는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다른 금융공기업과 성격이 다른 만큼 한국은행에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다른 금융공기업들과 달리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들어가지 않아 자율성이 보장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측은 삭감을, 노조는 인상을 주장하는 만큼 노사교섭을 통해 서로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결론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도 이후 상황을 주목하면서 앞으로의 대책마련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정명희 정책본부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노조에서 논의가 있기는 했지만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며 “다만 앞으로 있을 사측의 압박에 굴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불똥 튈까 노심초사

한편 일부 노동조합에서는 이번 사태로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지부 이지언 부위원장은 “애초에 사측에서 일자리나누기를 제안하면서 임금 삭감 20%를 제안했던 만큼 내년에는 더 심하게 압박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며 “정부나 사측은 일자리나누기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도 않는 않은 채 계속 노조에게 내줄 것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지부 최인석 국장도 “현재 다른 지부들의 현황을 계속 점검하고 있는 상태”라며 현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노사합의와 관련해 아직까지 금감원노조의 입장이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는 상태다. 또한 30일 저녁 국책은행장들과 노조 위원장들 간 논의가 있을 예정이어서 이번 금감원노사 합의에 대한 양상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