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의 인사·예산권 독립으로 전문화 구축해야”
“노동위원회의 인사·예산권 독립으로 전문화 구축해야”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10.0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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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에 관한 토탈시스템 구축 필요
노동유연화보다 사회안전망이 우선
이정식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서울대 출신으로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대외협력본부장, 건설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거쳐 현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식 위원은 해야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인터뷰 시간이 모자란 듯 이 위원은 건물을 오르내리는 시간에도 기자를 붙잡고 노동위원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했고 노동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만큼 한 일도,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줬다.

이 위원은 노동위원회가 노사관계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사권과 예산을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관계 전반이 법률적 결론, 심판 및 조정, 차별시정 등에 점차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위원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현행 5심제(지노위, 중노위, 행정법원, 고법, 대법) 시스템이 노동자들에게 시간적, 경제적으로 무리가 된다고 보고 3심제(지노위, 중노위, 대법) 혹은 노동법원 설립을 주장했다.

또한 노동계 출신으로 바라본 노동계는 정책역량과 리더십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화됐다며 노조 할동가들에게 참여와 책임을 강조했다.

노동위원회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고충,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노동계를 떠나 중립적 위치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위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노동위원회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노동부에 대한 설명이 먼저 있어야 한다. 노동부는 1981년 청에서 부로 승격돼서 그만 그만한 활동을 하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집단적 노사관계의 중요성이 불거지면서 위상이 제고됐다.

이후 IMF 경제위기로 대량실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실업문제에 대한 사회안전망으로 실업급여제도가 생기고 이에 따라 노동부의 예산‧조직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 경제위기로 실업급여, 직업훈련 등 다양한 요구로 노동부의 일선행정은 폭주하고 있다.

그런데 87년 이후 집단노사관계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부분들을 노동부가 앞장서서 하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사실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은 바로 노동위원회다.

일반사람들이 노동위원회를 잘 모르는 이유는 노동위원회가 자기 영역을 통해서 자기 역할을 해내고 그것을 행정 수요자들인 불특정다수에게 알려내고 하는 것들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인식이 적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참여정부 들어서 노동위원회의 위상이 많이 높아지고 강화됐다. 부족하긴 해도 차별시정제도를 도입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것을 노동위원회가 하기로 했고, 노동위원회가 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기구라든가 인원, 예산이 대폭 확충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참여정부에서 했다.

그러나 제도가 미비하고 홍보가 안 되서 그런지 구제 신청을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는 구제신청을 해야 하는 근로자들이 구제신청을 했을 경우 닥칠 고용상의 위험이 회피되지 않기 때문인데 현재까지 별 성과는 없었지만 앞으로 제도가 보완되면 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시정이 활성화될 것이고 그러면 업무 늘어날 것이다.

또한 직권중재 제도가 폐지되면서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도입됐는데 그것도 대단히 손이 많이 가는 업무다. 앞으로 복수노조, 전임자 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든 정리되면 복수노조와 관련된 업무도 노동위원회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늘어날 것이다.

이외에도 심판의 영역인데 약 17가지 정도 된다. 보통 부당해고, 부당징계만을 알고 있는데 노조의 결의, 처분이 규약이나 법령에 위반되는지도 판정한다. 한마디로 집단적 노사문제는 종합선물세트로 진행한다. 비단 이 것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노조가 어렵고 노사관계 20년 했으니까 서로 알건 다 알기 때문에 구체적인 쟁점 사항이 계속 생긴다.

심지어 노조위원장이 노조원을 제명 처분한 행위가 정당한지도 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정당한가 아닌가를 판단하듯 노동조합에서 조합원을 제명을 한다거나 결의를 했다거나 선거를 했는데 선거 결과에 대해 불복하는 등 이런 모든 결의 등이 규약이나 법령에 위반되는지도 여기서 판정한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에서 의결을 해주면 노동부나 행정관청에서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위원회 불신, 제도상의 문제도 있어

노동계에 있었을 때와 노동위원회 안에서 본 차이는 무엇인가?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 내가 한국노총 정책파트에 있었을 때 구체적인 경험에 기초하지 않을 경우 현장성이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동안 노동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노동법원을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이것은 대부분 책 읽고, 남한테 듣고, 토론해서 알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외부에서 떠드는 것이 아니라 노동위원회에 직접 참여해서 보면 실감나게 느껴진다. 이론상으로, 혹은 그래야 한다는 당위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과 현실에 직접 개입해서 들여다보는 것은 차이가 많다. 노동위원으로 들어가 있지 않으면서 실감나는 문제인식과 비판을 하기는 어렵다.”

노동위원회가 노동계나 경영계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단 심판이나 조정이나 자기가 생각한대로 결과가 안 나오면 일단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원들은 로비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법과 양심과 판례에 따라 엄정하게 결정한다.

그런데 근로자 위원들이 무조건 근로자 편들어야 한다고 핏대를 높이는데 그것이 실제 당사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정확히 하는 것이 바로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심판 사건에 대해 불신을 초래하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위원들의 행태다. 심문 과정에서 조는 위원도 있고, 고압적으로 대하는 위원도 있어서 그런 요소들이 의뢰인에게 불신의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면 조정 사건에 대한 불신은 조금 이해가 안 된다. 우리가 볼 때 이 정도면 되겠다는 조정안을 내놓았는데 맘에 안 들면 안 받으면 되는데 ‘편’을 안 들어줬다고 뭐라 하면 위원들이 어떻게 조정할 수 있겠나.

여기에는 분명 제도상의 문제도 있다. 특히 과거 직권중재제도나 현재 이를 대체한 필수유지업무 같은 경우 제도로 인해 노동위원회를 불신하는 케이스다.

여기에 행정지도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노동위원회의 방침이 있고, 노동부의 방침이 있다. 행정지도를 할 경우는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청했는데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의해 실질적으로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조정 중지를 내리고 파업 등 다양한 물리적 권리를 노조에게 부여한다.

그런데 노동조합에 문제가 있으면 교섭하라는 행정지도가 내려지고 조합에서는 파업하려는데 교섭하라고 한다고 또 노동위원회를 불신하게 된다.

부당해고도 문제가 되는데 부당해고는 해고된 사람이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자가 입증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렇듯 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 제도 자체의 설계, 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그동안 노동위원회가 불신의 대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부도 바뀌어야 하고 제도도 바뀌어야 하고 노동위원회도 바뀌어야 하고 노사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도 충분히 개선되고 좋아지고 있다.”

틀린 것을 맞다고 우긴다고 의뢰인에 도움되지 않아

노동계 출신으로 도움이 된 부분도 있겠다

“우리가 조정 사건이 8월말 현재 60건이 들어왔다. 작년에는 56건이었는데 약 7%가 상승했다. 반면 심판사건은 작년에 비해 22.8%나 늘었다. 그만큼 경제가 어려우니까 노동조합은 방어하기 급급하고, 악성 장기투쟁사업장이 아니면 구조조정이 들어와도 노조에서 알아서 기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짤리고, 튕겨져 나가는 것이 많다고 보면 된다.

이 조정사건 60건들 중에 거의 대부분을 내가 했다. 노동계 출신이다보니 노동조합의 고민을 잘 아니까 조정 성공율이 높다. 경기지역의 조정 성공율이 전국 일등이다. 개인으로는 내가 제일 많이 했고 10건이라면 9건이 조정 성립됐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은 일단 노동계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믿어준다. 그런데 사용자가 노동조합 편 아니냐고 내력을 조사한다. 한국노총 출신이지만 이야기하는 것 보면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일단 믿음이 있으면 야기가 잘된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조정과정은 공정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노사 양쪽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 조정성립이 잘된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평상시에 내가 그렇게 했다는 것은 20년간 한국노총에 있으면서 그런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이고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조정이나 심판이나 결국 상대방이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양쪽이 계속 대립한다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다.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답답했던 적이 있었을 것 같은데

“과거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350명이 근무하는 경기지역 병원에서 조정사건이 들어왔다. 당시 노조의 조합원은 20명이었고 사측에서는 조합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측은 조정 자체를 거부했지만, 내가 그들을 불러 조정도 교섭의 연장임을 분명히 하고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 전임자 1명 배정, 조합 활동 인정 등을 담은 조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정안이 노조에게 유리한 안임에도 노조는 사측이 조정안에 합의한다 해도 병원장이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조정을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사측은 직장폐쇄가 아니라 폐업 신고에 들어갔다. 당시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병원 문을 닫는 것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사측은 폐업 신고를 했고 1년 동안 병원 문을 닫았다.

당시 내가 노조위원장에게 2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병원 팔리거나 문 닫을 것 같다. 그러면 다음으로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구제신청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문 닫고 350명 다 짤리고 천막농성을 했다. 또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러 노조에서 왔다. 내가 경고하지 않았냐고 막 뭐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병원이 폐업했기 때문에 부당해고 건은 각하가 됐다. 노조는 위장폐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증거는 없었다. 대신 병원 원장을 다시 찾아가 노조와의 대화를 다시 연결해줬고 결국 과거 조정안으로 타결돼 병원 문을 다시 열었다. 노사 모두 찾아와서는 고맙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지는 것은 진다고 해야지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지 지는 것을 이겼다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위(상급심)에 올라가서 깨지거나 진다. 이는 결코 도움이 안 된다.

근래에도 비근한 예가 있었는데 한 노동자가 지노위에서도 승소하고 중노위에서도 승소했었다. 1심에서 승소하면 상급재심기관인 중노위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대로 인용한다. 그런데 위원회의 판단과 법원의 판단은 또 다르다.

그런데 노동자 입장에서는 초심에서도 이기고 재심에서도 이겼으니 자신이 생겨 정식재판까지 갔다. 그러나 사측은 돈이 있으니까 끝까지 가겠다고 버텼고 반면 근로자는 초심, 재심을 이겼기 때문에 기대수준은 높아졌지만 버틸 실탄이 없었다. 그런데 행정법원에서 뒤집혔다.

당시 중노위에서 사측은 합의를 제안했지만 근로자는 승소했다는 자신감에 계속 갔다가 결국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패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근로자위원들이나 사용자위원들이나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 법대로 엄정하게 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집단노사관계에 관한 모든 사항을 위임해야

위원으로 계시면서 노동위원회가 현재와 앞으로 변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은 가장 좋은 것은 국가가 없거나 정부가 없는 것이 아닐까? 법 없이 사는 것이 제일 좋다. 노동부, 노동위원회도 없는 것이 제일 좋다. 왜? 억울한 것이나 갈등이 없으면 여기 와서 뭐 해달라고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것이 좋은 것인데 그렇지 않으니까 우리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일 좋은 것은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노사가 여기 오기 전에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왕의 틀 내에서 보완된 제도가 조정 전 서비스제도다. 결국 조정이 이야기를 붙여주는 거고, 안되면 조정안을 내는 것인데 신규노조나 불신이 심한 곳은 만나지도 못하니까 관내에 있는 사업장을 유심히 주시하고 보다가 당사자가 원할 경우 가서 조정 전 서비스를 해주는 제도다. 조정을 하고 조정 후에도 사후 조정서비스가 있다. 이런 것을 촉진, 조장하는 것이 노동위원회가 할 일이다. 그러니까 일을 제대로 하려면 일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 일체를 노동위원회에 일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노동부도, 학계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결국 복수노조, 전임자, 사전‧사후 조정, 단체행동, 필수유지업무 결정까지 이러한 일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가 재정립 되어야 한다. 제대로 되려면 노사 모두가 노동위원회로 집중하고,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해서 업무나 인원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노동부의 집단 노사관계 부분을 떼어주면 완벽하게 된다. 또한 개별적 노사분쟁인 차별시정, 손해배상, 산재요양, 휴업급여 등 행정관청이 일방적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노동위원회가 판단하면 일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현재 심판과 관련해서는 5심제도로 구성되어 있다. 지노위, 중노위, 행정법원, 고법, 대법 순이다. 5심제도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와 어긋난다.

5심제를 3심제(지노위, 중노위, 대법)로 하든가 노동법원을 신설해 노동문제만 전문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사예산의 독립성을 확보해 훌륭한 사람들로 구성해서 정말로 집단노사관계의 자율발전을 만들어야 한다.”

인원과 예산은 매번 언급되는 부분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사전‧사후조정제도, 집단적 노사관계의 풀 서비스를 위해서는 충분한 인원과 예산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조정사건의 경우 일주일에 심문을 2번하는데 한 번에 4건 정도를 진행한다. 그러면 보통 6시간이 걸리는데 끝나고 나면 힘이 쪽 빠진다. 그런데 일이 어렵게 되려면 단독심판까지 겹치게 된다.

조정사건의 경우 회의를 두 번 하게 된다. 현장을 가서 상태를 체크하고 여기와서 또 진행한다. 여기에 차별시정 들어오고, 필수유지업무가 들어오면 정신없다. 그런데 노동계 출신 인사들은 현장을 가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강의 진행상황이 이해가 되는데 이와는 달리 공직에 오래있던 사람들은 조사관들을 시켜서 이거 저거 카피하고 서류 만드느라 시간을 보낸다.

그것은 살아온 방식의 차이인데 외부에서 온 별정직 공무원은 이렇게 하다가 간다는 것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순환이 된다. 그래서 노동위원회의 예산과 인사가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는 잔여조항이란 것이 있다. 남는 직원을 돌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 이치라는 것이 여기서 인력 풀을 그대로 가져가서 운영하는 것과 노동부에서 남은 인력 주는 것은 다르다. 당연히 본부에서는 본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본부에서 급한 대로 좋은 인력을 쓴다. 인사고과나 승진도 본부가 빠르기 때문에 본부 있으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와서 미리 현장 돌아다니면서 사전에 노사를 만나보고 그러겠느냐. 대충 오는 것 하다가 가면되는 것이다.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예산의 독립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감사시스템과 평가시스템도 문제다. 행정부의 평가시스템과 감사원의 감사시스템이 이건 잘못됐다는 식으로 하니까 굳이 일을 안 한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구성원들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 행정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어쨌든 노사관계의 발전이라는 측면, 그를 통한 한국사회의 발전, 산업 민주주의의 확대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노동위원회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고 그러려면 인사와 예산을 독립시켜서 전문가들을 많이 써야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근로자위원의 자질과 역량 높여야

외국의 경우 어떤가

“미국의 경우 갈등이 있을 경우 법원으로 가서 그것으로 끝장 보는 것이 5%정도도 안 된다. 나머지는 알아서 화해하고 조정한다. 특히 미국은 연방알선조정청이 있다. 또한 미국은 갈등학이란 학문이 있고 전문적인 박사가 있다. 우리도 참여정부 때 갈등관리기본법을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제 갈등은 있는 것이 당연하고, 관리해야 하며 예측 가능해야 하고 기왕이면 최소의 비용으로 가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는다면 갈등관리의 핵심조직인 노동위원회에 대해서 노동운동 주체나 사용자, 정책담당자가 관심을 갖고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일이 터진 다음에 가려고 하면 안 된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위원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위원의 자질이나 법률지식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자질과 자세가 노동자의 권리구제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근로자 위원은 인성도 훌륭해야 하고 위원회 제도와 관련 법령을 꿰뚫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양 노총을 두고 볼 때 한국노총은 노동위원회에 집중을 안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굉장히 체계적으로 주입교육을 한다. 거의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뭐 최대의 고객이 그곳이기도 하다. 부당노동행위, 조정사건 등으로 맨날 싸우니까. 한국노총은 여기 오지도 않는다.

노동위원회는 중요한 것이 집단과 개별로 놓고 볼 때 집단은 웬만하면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개별 판정사건의 경우 근로자위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판정은 하지 않지만 판정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정당한 해고인데도 부당하다고 우기면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근로자 위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 조직의 위상과 명예와 관련된다. 심문을 하면 심판장이 듣는다. 꼭 호통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법리도 모르면서 복장도 그렇고 하면 위원회 위상이 어찌 되겠나. 노사, 공익위원 모두 같이 책임지고 좋은 위원회를 만들어야지 소리 지르는데 판정에 승복은 하겠나.

기본적인 자질과 품성이 갖춰져야 한다. 위원회가 모를 수도 있는 것들을 짚어주어야 판정에 영향 미친다. 근로자 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철학을 갖고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생각하고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자판기노조, 더 이상 안돼

노동조합의 정책적 역량, 리더십 부족 등이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옥스포드 대학의 어떤 박사가 노사정합의의 역사에 대해 말하며 제도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됐는데 사람이 그대로 있고 인식과 관행은 서서히 가는 것이라고 했다.

전반적인 경제위기 속에 한국의 노동운동은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있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80년대를 거치면서 활성화되다 현재는 망가지고 있다. 조직률을 볼 때 심각한 위기다. 또한 위기라는 것의 다른 말은 대표성, 정당성, 도덕성 등 이다. 여기에 조직률도 고만고만하고 조합원들의 참여와 애정, 열기 또한 식었다.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영 아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위기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노동운동이 정책역량, 리더십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도도 아니라는 것이다. <참여와혁신>에서 발간한 책 제목처럼 노조는 현재 조합원들의 자판기 노릇만 하고 있다.

양립이 불가능한 것을 노동조합 지도부나 노조하는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힘은 없는데 자기는 안 하면서 다 해달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이 뭐 나오겠냐. 그것도 잘 안되니까 타협만 하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무슨 정책이 있겠나.

리더십, 정책은 운동기조과 이념, 노사관계 특징, 조직체계,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수준, 조직의 안정성 등과 관련 있다. 노조 조직은 무엇을 해야 하는 조직이냐, 어떻게 그것을 관철할 것이냐에 대해서 노동운동 주체와 우리사회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정책이고 뭐고 필요 없이 파업하면 되는 것처럼 해서 얼마나 나한테 해줄 수 있는가로 결정한다. 그게 다라고 하는데 무슨 정책이 필요하나. 노조위원장이 자판기라고 생각해서 다 뽑아먹고 마음대로 해먹으면서 조직안정성이 어떻게 나오겠나. 기조에 대해 생각이 다르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깨려고 한다. 조직 안정성이 확보 안 되는 데 리더십도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참여와 책임이 안 돼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정리하지 않고는 현장단위의 노조에서 정책이나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급노조 차원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민주노총 같은 경우 정파조직이 복잡하고 한국노총의 경우 위원장 중심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여전히 조직 안정성을 바라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주5일근무제 투쟁과 같이 사회적으로 지지받고 조합원의 지지 받을 수 있는 논의를 선점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특히 인적, 물적 여유가 없다. 한국노총의 경우 중앙연구원이 있다지만 여러 가지 연구하는데 정부 돈 받아서 하니까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노동운동이 이 사회에서 던져야 할 시대적 과제를 보여주고 이슈화해야 하기 위해 실태조사, 여론조사를 토대로 이론적으로 무장해 사회에 팍팍 던지면서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면 노조가 집단이기주의라는 이야기 안 나올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정부와 경영계에서 노골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을 이야기한다

“헤겔은 ‘존재하는 것은 이성적이다’이라고 말했다. 노사관계가 전투적인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보고 원인을 치유하지 않으면 계속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유연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거꾸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실을 들어다봐라. 정리해고를 당하면 갈 데가 없다. 당연히 해고기간동안 생계가 어렵다. 결국 극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한 상태에서, 해고되도 먹고 살 수 있고 다른 직장으로 취업 가능성이 높아야 유연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입구와 출구를 만들고 밀어넣어야 하지 않겠나. 안전망은 보험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 경호원들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몸으로 막는 연습을 한다. 하지만 죽고 나면 끝이라고 한다면 누구도 이런 일을 안 할 것이다. 죽더라도 가족생계 등이 보장되니까 애국심을 발휘해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하다고 본다. 해고할 마음 있으면 다 해고된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부 동결이다, 삭감이다, 반납이다 하는데 임금유연성도 상당히 진척됐다. 문제는 경영계의 방법이 서투른 것뿐이지 유연성이 없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 뭐가 문제냐. 해고하기 부담된다는 것과 모든 것을 다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마저 기업마다 느끼는 체감도가 다르다. 노동법을 보면 5인 이상 고용한 사업체에서는 해고할 때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하게 돼있다. 안하면 부당해고다. 그전까지는 자기 마음대로 하다가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니까 귀찮아진 것이다. 기업주들의 사고방식도 문제가 있다.

대기업 노조가 해마다 임금인상 투쟁을 하는데 그것도 다 이유가 있다. 경제위기 닫치면 언제든지 정리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사회 안전망은 없고, 지금 열심히 빼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머리띠 두르고 파업하면 나오는데 안 하겠나. 할 수 있을 때 땡겨서 먹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사회적 안전성이 먼저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