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 합법 지위 상실
전국공무원노조, 합법 지위 상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10.2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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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직자 노조활동 이유로 지위 박탈
설립신고 반려 위한 포석 … 대응은 선거 이후로
해직자의 노조 가입과 활동을 이유로 옛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해 정부가 공무원노조법에 의한 합법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지만,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이와 관련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신고를 반려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와 노동부는 해직자가 전국공무원노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므로 공무원노조법 상 합법노조의 지위를 박탈한다고 통보했다. 2002년 설립해 2007년 10월 17일 설립신고를 함으로써 합법노조로 활동해온 전국공무원노조는 이에 따라 2년여 만에 합법노조의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앞서 노동부는 행정안전부로부터 해직자 신분으로 전국공무원노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90명의 명단을 넘겨받아 이중 수석부위원장, 부위원장, 회계감사, 본부장 2명, 지부장 1명 등 선출직 임원 6명에 대해 이들을 조합원에서 배제하라고 지난 9월 11일 행정지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조가 이를 거부함에 따라 9월 18일에는 30일을 기한으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어 지난 10월 16일에는 나머지 중 조합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76명에 대해서도 11월 16일까지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전국공무원노조는 6명의 조합 탈퇴서와 직위 사퇴서를 첨부해 시정결과보고서를 제출했으나, 노동부가 이를 검토한 결과 수석부위원장 등 4명이 계속 조합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노동부는 20일 전국공무원노조를 노조법에 따른 합법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전국공무원노조가 합법노조의 지위를 박탈당함에 따라 노조 사무실 제공, 조합비 원천공제 등의 편의가 회수될 것으로 보이며, 정부 및 각급 기관이 전국공무원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도 해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휴직하고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간부들도 복귀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와의 단체교섭에서도 배제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통합공무원노조 윤진원 부대변인은 “전국공무원노조가 통합공무원노조로 이미 통합한 만큼 이번 조치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해 내린 이번 조치는 향후 예정된 통합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

또 “올해 요구한 단체교섭 요구안에 해직자 복직 문제가 포함돼 있어 협상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직자 문제를 이유로 합법노조의 지위를 박탈한 것은 결국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공무원노조가 이런 입장을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 당장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통합공무원노조는 지난 15일 임원선거를 공고하고 선거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동위원장과 공동집행위원장 등 통준위가 임시로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통합공무원노조는 이 문제에 대해 대응방침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자칫 선거로 선출될 임원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합법노조 지위 박탈 통보에 대해서는 통합공무원노조 임원선거가 마무리되고 새 집행부가 구성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으로 촉발된 공무원노조와 정부 사이의 갈등은 이번 조치로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 노사관계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