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노조, "투쟁동력 재정비"
농협노조, "투쟁동력 재정비"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11.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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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노조 연합해 조직 재정비…사측과 정부안 반대 공조 가능성도

 

▲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협 일방적 신경분리 반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10월 28일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장태평)가 농협 개혁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발표하자 농협 내의 5개 노동조합과 사측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이번 개혁안을 둘러싸고 정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이름이 농협연합회로 바뀌면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한편, 상호금융을 신용사업 내에 두되 순차적인 분리를 하는 등 이 모든 계획을 2011년까지 끝마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위원장 남기용)와 사무금융연맹 농협중앙회노조, 전국축협노조, 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지부는 반농협·반협동조합 신경분리 저지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를 결성해 2007년도 농협 개혁안대로 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는 7일 오전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 앞서 '농협 신경분리 반대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입법예고된 농협 개혁안에 대해 "농협의 신경분리를 통해 신용사업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외국 자본에 매각하려는 음모"라며 "협동조합의 본질을 왜곡하고 자율성을 훼손하는 신경분리와 이를 포함한 정부의 간섭과 압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남기용 위원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안한 시기가 없었다"며 "신경분리의 공은 정부에게 넘어가 농협을 투기자본으로 내몰고 구조조정을 강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노조 모두가 힘을 합쳐 대정부 및 대국회 투쟁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 양병민 위원장도 "현재 정부는 농협중앙회를 입맛대로 재단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자포자기인 분위기로 알고 있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조직 재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농협노조도 공투본과 달리 지주회사 방식이 아닌 연합회 방식 신경분리안을 대안으로 삼고 있어 그동안 공투본과 연대투쟁을 벌이지 않은 채 농협개혁위원회와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안 반대에만 공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입법예고안을 계기로 공투본과 연대투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 농협개혁위원회도 불만이기는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중앙회라는 사명 변경과 2011년까지 조기 변경 처리, 정부의 농협 관여 등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농협개혁위원회도 농협의 조직 축소와 상호금융 독립방안이 미흡하다며 불만을 품고 있는 상태.

따라서 노동조합은 농협중앙회가 이번 입법예고안과 관련해 정부가 농협에 개입하는 문제 해결과 자주성보장을 위해 액션을 취한다면 고용보장 문제에만 집중해 정부 개혁안 반대 운동에 공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지부 강현진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입법예고안으로 최원병 회장과 조합장들이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협중앙회안과 다른 정부 개혁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들도 책임을 져야 하는만큼 이번 입법예고안을 막기 위해 노조와 개혁안 반대 기조를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법예고안 발표 이후 노조원과 농협조합원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한편 비관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어 농협중앙회지부는 서둘러 조직 정비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지부 마재근 경기지역본부 본부장은 "이번 농협개혁 밀어붙이기로 조합원들이 고용 등을 이유로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농협조합원의 경우도 가족농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신경분리안이 통과되면 조합원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사업 몰락이 염려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현진 수석부위원장도  "농협노조 안에서도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다음주 농협4개 노조가 실무협의회를 열고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해 동력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하는 한편 "이번 농협개혁안과 관련해 농민들의 참여가 저조해 이들을 설득하고 내용을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