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자, 좋아하는 자, 즐기는 자
아는 자, 좋아하는 자, 즐기는 자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11.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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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까워오면서 신종플루의 공세가 정말 매서워졌습니다. 뉴스 속의 일이거니 했는데, 주변에도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이 잘 걸려 부모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당장 사무실 내에서도 초등학생, 중학생 두 아이가 걸린 경우가 있고, 모연맹의 한 실장은 4살 난 아이가 걸려 일주일 간 출근도 못했답니다. 또 가깝게 지내는 모기업 팀장의 고등학생 아이도 확진판정을 받았답니다. 가히 노사를 가리지 않는군요. 다행인 것은 모두들 별 탈 없이 치료가 끝났답니다.

부모 심정이야 다 똑같겠지만 아이가 아프면,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큰 탈이야 없다고는 하지만 속보로 뜨는 관련 뉴스에 가슴이 털컥털컥 내려앉습니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즐겁게’ 사는 거라지요. 그런데 이게 어디 말처럼 쉽나요. 세상사가 온통 지치고 힘들고 짜증나게 하는 일들 투성이니 말입니다.

11월호를 한 번 찬찬히 살펴보시면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심각한’ 기사들 말고 사람 이야기를 다룬 기사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재미’ ‘즐거움’입니다.

‘사람돋보기’에서는 국어 교사에서 방송사 PD로, 다시 교수로, 그리고 방송사 CEO로 다방면의 일들을 해온 주철환 씨를 만났습니다. 주철환 씨는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때마다 항상 기준은 ‘재미있는가’였다고 합니다. 즐겁게 일할 수 없는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 말입니다.

‘명장열전’에서는 커피 명장 허형만 씨를 만났습니다. 그 역시 ‘즐길 줄 알아야 다 잘 한다’고 말합니다. 쉰이 넘은 나이에 수영, 등산에 번지점프는 물론, 사진촬영까지 다양한 즐길 거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달의 인물’은 요즘 같은 때 그나마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김연아 선수를 선정했습니다. 최근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본 분들은 모두 동의하시겠지만, 이 어린 친구가 스케이팅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러니 잘 해야겠다, 실수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는 다른 선수들과 확연한 격차를 보일 밖에요.

논어 용야편에 보면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아는 것’도 없이 막무가내인 사람들 천지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 적어도 ‘알고’는 있겠지요.

그 다음 단계가 문제입니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도 그것이 직업이 되면 싫어진다고들 하지요. 그 단계까지를 넘어서 ‘즐기는’ 수준이 될 수 있을까요. 전 이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지 못해 악전고투 중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