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 난제, 난망, 난해
난감, 난제, 난망, 난해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12.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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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를 만들다보면 참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일간지처럼 윤전기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옵셋 인쇄를 하기 때문에 최종 마감을 완료하고 인쇄 후 독자들에게 배송될 때까지는 적어도 닷새 정도의 공백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월간지로서는 치명적입니다.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는 노사관계 최대 이슈이고, 당연히 독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큰 사안이죠.

이번 호 마감 무렵인 11월 30일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의 큰 물줄기가 바뀌었습니다. 양대 노총 총파업 선언으로 팽팽한 대립각을 보이다가 갑작스럽게 그 축 중 하나가 선회를 한 것입니다.

일단 가닥이 잡힐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지만 결국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어졌습니다. 모든 기사의 편집을 완료하고 관련 기사만 비워놓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12월 3일 오후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대로 인쇄에 들어가야 할 듯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12월호를 받아볼 때쯤이면 결론이 나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여 ‘뒷북’이 되더라도 양해를 바랍니다. 대신 인터넷판을 통해 신속하게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게재된 기사도 수정이 필요하다면 수정해서 온라인판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호에는 한국노총 농성장 스케치 기사도 있습니다. 취재와 편집 당시만 하더라도 결연한 의지 속에 노동운동의 ‘초심’을 느끼고, 또 간간히 찾아오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한국노총 활동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좀 머쓱해졌지요. 그래도 기존 기사를 그대로 싣습니다. 적어도 취재 당시에 보였던 모습은 그랬으니까요.

사실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는 난제임에 틀림없습니다. 지난 13년 간 풀지 못한 숙제인 셈이니까요. 그렇다고 마냥 미뤄놓을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거지요.

혹자는 이 문제의 해법이 난망하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풀어보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옵니다. 항상 막바지에 몰려 급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일을 난해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노련한’ 노사 당사자들은 합의에 이를 때 그 내용을 꼬아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나중에 책임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최고의 명문은 쉬운 글이라고 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분명하도록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최선입니다. 물론 그 전에 ‘힘’이 아닌 ‘논리’를 가지고 충분히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저희에겐 참 길게 고단했던 11월과 12월 초였습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들께는 깔끔하고 정이 넘치는 연말이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