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분리, 반대는 있고 대안이 없다
농협 신경분리, 반대는 있고 대안이 없다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12.1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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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5개 노조, 공동투쟁모드 형성…공조는 하지만 대안은 제각각

농협법 개정이 국무회의 의결 및 국회 상정을 앞둔 가운데 농협노조들이 공동투쟁노선을 형성했지만 각자의 입장이 달라 향후 대응 방향에 차질이 우려된다.

현재 농협법 개정을 둘러싸고 노사정 간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 사무금융연맹 NH농협중앙회노조등 5개 노조들은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주도하는 지주회사식 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신경분리)에 반대해 왔었다. 이 중 농협중앙회지부와 NH농협중앙회노조, 전국축협노조, 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지부는 '반농협‧반협동조합 신경분리 반대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를 구성하고 2007년 농협법 개정 원안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었고, 이와달리 전국농협노조는 지주회사방식이 아닌 연합회방식의 신경분리를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반면 사측인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는 지주회사 방식에 근거해 신용사업을 2012년까지 우선분리하고 경제사업은 2015년까지 연장하고, 정부가 6조 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28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농협법 개정안에는 2011년까지 신경분리를 마치는 한편 지원금은 차후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농협지주회사인 NH금융의 가장 중요한 축이었던 농협보험마저 특혜를 준다는 이유로 타보험사들이 반대해 개정안에서 삭제됐었다.

그러자 농협중앙회는 "정부가 대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자체 개정안을 제대로 담지 않고 정부 안대로 처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12월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이어서 노사정 간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전국농협노조도 지난 주 공투본에 가입하면서 5개 농협노조의 공동투쟁 모드가 완성됐다.

NH농협중앙회노조 장봉석 수석부위원장은 “다음 주 노조들은 실무진 협의회를 통해 구체적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며 “다음 주에는 국무회의 및 국회 일정과 맞춰 투쟁 계획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노조들의 움직임은 그리 치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조들은 지난 10월 19일 농협노동자대회와 10월 19일 농협중앙회 대의원총회 저지 투쟁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투쟁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각 노조가 주장하는 대안이 달라서 투쟁 동력을 하나로 결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투본이 정부와 농협중앙회 개정안 모두를 반대한다지만 현재 각 노조의 대안을 보면 차이가 심하다.

여기에 최근 농협중앙회지부가 정부의 개정안을 막기 위해 농협중앙회의 정체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농협중앙회 개정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NH농협중앙회노조와 전국축협노조 등은 기존 안이었던 2007년 안대로 갈 것을 주장하고 있고, 전국농협노조의 경우 연합회 방식을 굽히지 않고 있어 다른 노조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각 노조들의 이해관계와 얽혀있다. 농협중앙회지부는 조합원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구성돼 있고 조합원 수도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노조인데 비해 조합원들은 투쟁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이번 신경분리에서 강력한 투쟁보다 고용안정과 농협 자율성을 보장받는 것이 더 큰 관심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농협중앙회지부의 활동 범위는 쉽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지부 윤재춘 정책실장은 “농협중앙회 자주성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일단 사측 개정안은 문제 삼지 않고 정부 개정안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전국농협노조 조합원들은 농협중앙회 소속이 아닌 지역농협 소속으로 이뤄져있다. 따라서 전국농협노조는 이번 신경분리가 지주회사방식이 아닌 각 지역농협과 조합을 중심으로 한 연합회 방식으로 이뤄져야 지역농협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노조들도 전국농협노조의 대안에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노조들이 정부식 신경분리 반대라는 난제를 두고 하나로 뭉쳤지만, 대안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해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마저 겹치면서 노동조합 집행력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농협노조들이 얼마나 원활히 소통과 연대를 해내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