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안 내도 된다고?
간병비 안 내도 된다고?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12.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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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실시
복지부, 2011년부터 건강보험 급여화
▲ 지난 11월 24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의료원의 '보호자 없는 병원'의 한 병실을 찾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입원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내년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이 실시됨에 따라 병간호로 인한 환자가족의 고통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실제 시행까지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는 “내년부터 병원 내 간병서비스를 비급여 대상에 포함하고, 2011년 이후에는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급여화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는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보호자 없는 병원’을 보건복지가족부 차원에서 수용키로 한 결과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를 위해 2010년 예산 중 100억 원을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예산으로 편성해 제출했다. 이 예산안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위원장 변웅전)의 의결을 거쳤으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와 본회의 심의를 남겨두고 있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통과한 예산은 시범사업 92억6,500만 원, 교육 및 홍보비 6억1,600만 원, 회의 운영비 1억1,900만 원으로 구성돼 있다. 시범사업은 17개 병원 102병실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보건의료노조는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예결위와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예결위와 본회의에서 삭감 없는 통과는 물론 오히려 증액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 입장에서도 보호자 없는 병원은 인력이 충원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예산만 지원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라는 게 보건의료노조 관계자의 이야기다.

▲ 보호자 없는 병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전면 시행까진 넘어야 할 산 많아

하지만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 외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병원 선정도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예산만 확보했다고 시범사업을 시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장 간호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간병인이 간호 업무를 담당하게 할 여지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간병인이 간호 업무를 하게 될 경우 자칫 대형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간병인의 근무조건 조정과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아울러 내년부터 간병서비스를 비급여 대상으로 포함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질병을 기준으로 할지 아니면 연령을 기준으로 할지 아직 그 범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시범사업을 거쳐 보호자 없는 병원이 전면적으로 확대시행 될 경우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보호자 없는 병원의 전면 시행을 위해서는 31만 명의 간병인이 필요하며 6조515억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추계에 따르더라도 1조2,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간병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추산한 것이라 정확한 수치라 보기는 힘들다.

이런 보완대책이 필요하지만 시범사업이 실시되면 현재 1일 24시간 기준 6만 원에 이르는 간병비가 일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제도권 밖에 있던 간병서비스 영역을 의료기관 안으로 끌어들여 규격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의의로 꼽힌다.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이 전면 시행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지, 또 그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합의는 어떻게 이끌어낼지, 내년 실시 예정인 시범사업에 눈길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