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지부, 윤여철 부회장 정조준
기아차지부, 윤여철 부회장 정조준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12.2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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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철 부회장 “현대차 수준 인상 불가” 원칙론에 지부 발끈
이번 주 타결 안 되면 전면투쟁 … 파업유도 의혹 제기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지부장 김성락)가 기아자동차 임금협상을 파국으로 모는 주범으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윤여철 부회장을 지목하고 교섭개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22일 오후 열린 23차 교섭 직전까지만 해도 기아자동차 노사는 연내타결의 기대감이 높았다. 지난 21일 현대자동차의 임·단협 잠정합의에 따라 기아자동차에서도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

하지만 23차 교섭 도중 상황은 급변했다. 당초 23차 교섭에서 일괄제시안을 제출하기로 했던 회사 측은 제시안을 내지 않았다. 이어 교섭이 진행되는 도중 전해진 한 건의 기사로 인해 교섭 상황은 급격히 악화돼 결국 중단됐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윤여철 부회장이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아차 노사협상의 연내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 “협상 기한에 관계없이 원칙을 고수하겠다” “현대차도 임금을 동결한 마당에 기아차 노조가 현대차 수준으로의 임금 인상 주장은 회사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노조 계파에 관계없이 회사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현 상황에서 직원에게 가장 득이 되는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발언 한 게 화근이 됐다.

기아자동차지부는 교섭 석상에서 이 기사를 접하자마자 “기아차 교섭이 장벽을 만난 듯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회사를 질타했다. 이어 “잘 짜인 각본대로 기아차 교섭이 진행됐음을 확인했다”며 “윤여철 부회장이 있는 한, 기아차 교섭은 연내 타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기아자동차지부는 “장장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합의는커녕 진전조차 없는 것은 ‘회사 경영진 간의 권력다툼과 현대차 눈치 보기’ 때문”이라며 “윤여철 부회장이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기아차 교섭에 적극 개입하면서, 기아 경영진이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아자동차지부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분리·분할 전략으로 노동자 간 경쟁의 관계로 내몰아 집행부를 파업으로 유도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아자동차 교섭기간 내내 발견되고 있고, 22일자 윤여철 부회장 인터뷰가 명백한 사실임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아자동차지부는 23일 오후 진행하기로 했던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상경투쟁을 28일로 연기하면서 그 성격을 항의집회로 변경했다. “기아차와 관계없는 현대차 윤여철 부회장은, 기아차 경영진을 뒤에서 조정하여 임금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왔음이 밝혀졌다”며, 윤 부회장에 대한 항의집회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아자동차지부는 윤여철 부회장의 교섭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회사가 파업을 유도하며 노사관계를 후퇴시키는 오판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이번 주 내에 올해 임금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28일 임시대의원대회와 양재동 본사 항의집회를 기점으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무르익어 가던 임금협상 연내타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윤여철 부회장의 인터뷰 발언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23일 11시에 속개된 23차 교섭에서 회사는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300%, 일시금 250만 원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