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성생활과 노사관계의 공통점
부부의 성생활과 노사관계의 공통점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1.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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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리스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서로 아끼는 마음 있어야
선진 노사관계도 성생활과 똑같아

▲정우성 wsjung@laborplus.co.kr

작년 연말, 많은 분들이 가까운 사람들과 송년회를 통해 한 해를 정리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으리라 생각됩니다. 기자 또한 많지는 않지만 몇몇 송년회에서 고맙고, 감사하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송년회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때는 2009년 12월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들과 송년회를 가졌습니다. 벌써 20년이 넘게 사귄 친구들이라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도 없는데 해마다 할 말은 많아집니다. 정치문제에서부터 육아문제, 재테크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과거 불량스런(?) 고등학생처럼 키득거리며 부부간의 성생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면을 통해 말씀드리기는 뭐~한 내용이라 압축해서 말씀드리면 친구들 중 대부분이 부인과의 잠자리가 시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농담 삼아 “결혼 3년차 이상은 진짜 가족이기 때문에 잠자리를 같이하면 근친상간”이라고 주장하는 놈도 있었습니다. 육아에 치이고, 회사에 치이다보니 와이프를 보면서도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 이야기는 남성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여성 독자께는 죄송합니다.

한편으로는 키득거리며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나 뿐만 아니라 한국이란 사회에서 살고 있는 30~40대의 삶이 이렇게 퍽퍽하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일 후, 이번에는 노동계에서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결혼 이야기, 부부간의 이야기 등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했던 노동계 한 관계자가 다른 분들께 부러움 섞인 칭찬을 듣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출근할 때도 부인께서 꼭 아침밥을 새로 지어 차린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용감하다’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래서 기자가 물었습니다. “아니 그래도 사모님이 아무 말씀 안하고 차려주세요?” 가정에서 폭군으로 행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지만 그 분은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3일에 한 번씩은 꼭 정성스레 성생활을 해. 그것도 몇 시간에 걸쳐 최선을 다해서 한다구. 그러면서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 내가 나이가 들거나, 사정이 있어서 하지 못할 때까지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당신과 함께 하려고 한다고. 그러니까 와이프가 아침에도 따뜻한 밥을 해주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이 분은 결혼한 지 12년이 됐다고 합니다.

“있을 때 잘해”

한국성과학연구소는 최근 우리나라 20~40대 부부 10쌍 가운데 3쌍이 섹스리스라고 밝혔습니다. 이혼율의 계속적인 증가에 섹스리스가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섹스는 식욕과 함께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욕구도 크고, 인간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도덕주의에 기반한 사회구성에서 성(性)은 부끄럽고 감추어야 하는 것이었지만 현대 사회는 섹스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아니 오히려 문란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그러나 섹스 산업(?)은 발전하고 있지만 가정에서의 성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부분의 성의학자들은 부부간의 섹스리스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와이프를 보면 동하지 않는다”는 푸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그들이 섹스를 즐길 수 있도록 놔두지 않는다는 사실의 반증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자가 성의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거다 저거다 말할 수는 없지만 좀 더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노동계 한 인사의 말처럼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때 서로의 관계는 다시 복원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듭니다. 이제 싫든 좋든 새로운 노동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타임오프제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노사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법을 이용해 서로를 갉아먹으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없는 것이 노사관계입니다. 선진화된 노사관계란 외국에서 하는 것을 그대로 가져온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정부가 이야기하는 것을 그대로 하는 것만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정성껏 서로를 바라보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선진 노사관계의 시작입니다.

서로를 아끼다보면 해줄 것이 너무 많습니다. 해줄 것이 너무 많았지만 다 하지 못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우성의 양자택이(兩者擇二)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