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 형사처벌은 100년 전 구태"
"쟁의행위 형사처벌은 100년 전 구태"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1.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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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방해죄 적용 개선해야” 한 목소리 … 법원ㆍ검찰 불참 아쉬움
▲ 지난해 11월 26일 열린 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한 철도노조 조합원들. 철도노조 파업이 마무리된 뒤 코레일은 철도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김기태 위원장 등을 기소했다. ⓒ <참여와혁신> 자료DB
유럽에서는 100년 전에 사라진 단결금지 법리가 오늘날 한국에서 횡행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김기덕 변호사(법무법인 새날)가 주장한 내용이다.

업무방해죄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21일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업무방해와 노동인권 정책토론회’를 열고, 업무방해죄 적용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기덕 변호사는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책임문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외국에서는 이미 100여 년 전에 논의됐던 것으로 오늘날에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쟁의행위 과정에서 폭력행위 등이 발생했다고 쟁의행위가 정당하지 않다며 쟁의행위를 형법상 범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인 형법상 ‘위력’업무방해죄는 폐지돼야 하지만 폐지되지 않은 조건에서는 해석을 통해 쟁의행위에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면서 “이야말로 비이성적인 비법적 현실에서 이성적인 법적 현실로 전환하는 길이며 쟁의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야만’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쟁의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파업 등 쟁의행위라는 위력을 사용해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업무방해죄는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과 같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노조법에 쟁의행위 요건을 규정해 두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 조항도 있지만, 업무방해죄가 형량이 더 높기 때문에 검찰은 노조법 위반이 아닌 업무방해로 기소하는 추세다.

이날 토론회는 이와 같은 업무방해죄 적용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됐으나,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업무방해죄 적용에 대해 비판적이어서 다소 맥 빠진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당초 법원 관계자도 토론자로 참석하기로 돼 있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자로는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강성태 교수(한양대 법대), 조국 교수(서울대 법대)가 참석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유남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토론회 자체는 1년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면서 “당초 검찰은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법원에서는 참석할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업무방해죄 적용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