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순항할 수 있나?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순항할 수 있나?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2.11 17:5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너 사재출연 해결되니 노사 입장 대립
채권단, “동의서 없이 자금지원 없다”

 

▲ 금호타이어 전경. ⓒ 금호타이어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지회장 고광석)가 채권단에서 요구한 노사동의서 서명을 거부하면서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는 한 노사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채권단은 노사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신규 자금지원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설 연휴 이전에 신규 자금지원은 어렵게 됐다. 새롭게 지원될 자금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에 대한 결제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협력업체의 자금난이 쉽사리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저녁 채권단은 회의를 통해 금호타이어에 1천억 원의 운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또 3천만 달러 규모의 신용장을 새로 열어주는 것도 포함됐다. 단 신규 자금지원에는 노사동의서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있다. 동의서에는 워크아웃 기간 중에는 쟁의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호타이어와 함께 워크아웃을 신청한 금호산업에서는 노사동의서가 제출돼 설 연휴 이전에 2천800억 원의 운영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난 끝에 워크아웃 돌입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30일 금호산업과 함께 워크아웃을 신청한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재계 서열 8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자금압박을 겪어왔다.

여기에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와 체결했던 풋백옵션의 행사 시한이 도래하면서 자금난이 가중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2009년 종가 기준 주가가 31,500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보상해 주기로 하는 풋백옵션을 체결했다. 2009년 말 기준 대우건설의 주가는 12,750원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상환해야 할 금액은 모두 4조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다시 매각하고, 금호생명, 금호렌터카 등 계열사들을 M&A시장에 매물로 내놨지만, 경제위기의 여파로 매각은 지지부진했다. 결국 올해 1월 15일로 예정된 풋백옵션 행사 시한이 임박하면서, 풋백옵션 상환의 책임이 있는 계열사 두 곳에 대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 진행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올해 1월 6일 공식적으로 워크아웃을 개시하기로 했지만, 경영진의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를 놓고 채권단과 오너 사이에 갈등이 일기도 했다. 오너들의 사재를 출연하기로 했지만 오너 일가들 중에서 박찬구 전 회장이 사재 출연을 미뤄 워크아웃이 난항을 겪었다.

결국 채권단이 기존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추가 자금지원 없이 법정관리로 전환하고,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등 자율협의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키로 했던 계열사에 대해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다고 압박한 끝에, 지난 2월 8일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에 합의했다. 계열사는 분리해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회장이 맡기로 했다.

쌍용차 사태 재연될 수도

이렇게 오너들의 사재출연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은 순항할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합의서가 문제가 됐다. 금호타이어지회가 조합원들에 대한 인적 구조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은 상당한 정도의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워크아웃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지난 2월 1일부터 시작했던 임·단협도 난항이 예상된다.

회사는 현재의 비효율적인 생산체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예정대로 정리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고, 금호타이어지회는 인적 구조조정을 고집하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쌍용자동차의 사례와 유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쌍용자동차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호타이어지회의 동의서 제출 거부로 워크아웃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금호타이어 노사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