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봉착한 산별교섭, 노조법이 변수
위기에 봉착한 산별교섭, 노조법이 변수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3.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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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테이블 구성이 문제
社, “중앙교섭 의미 없다”…勞, “전임자 문제 반드시 해결”
Issue in Issue 2010년 산별교섭 전망 ① 2010년 산별 교섭 전망, “쉽지 않&

2009년 금속, 금융, 보건의료 산업의 산별교섭은 모두 난항을 겪었다. 심지어 보건의료산업사용자협의회는 해산을 결의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산별체제의 위기라고 할만하다. 경영계는 산별교섭의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교섭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이 사용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산별교섭은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노사 모두의 생각이다. 여기에 지난 1월 1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타임오프 시행일인 오는 7월 1일 이전까지 특별단협 등을 통해 전임자 수를 현재와 같이 유지하려는 노동계와 전임자 문제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영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 산별교섭은 쉽사리 점치기 힘든 상황이 됐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산별교섭에 대한 메리트 점차 줄어

경영계는 산별교섭에 대한 회의론으로 더 이상 중앙교섭이 무의미하다고 여기고 있다. 금속사용자의 경우 계속해서 완성차 4사가 산별교섭에 참가하지 않고 있어 중앙교섭의 의미가 반감하고 있고 중앙교섭에서 구체적인 임금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합의라고 해도 원론에서 그칠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보건의료는 대학병원과 일반병원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에 따라 중앙교섭의 역할보다 특성화 교섭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사용자협의회가 존속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금융의 경우 올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법인 등록을 완료할 예정이라 금속이나 보건의료 보다는 나은 상태지만 정부의 공기업 임금 억제 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마디로 경영계는 점차 산별 교섭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산별교섭의 장점은 중앙에서 1번만 교섭하면 된다는 점인데 현재 한국의 산별교섭은 적어도 2번 이상의 교섭이 필요한 상황이라 차라리 지부 교섭만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불평을 털어놨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도 산별교섭의 필요성에 대해 조합간부를 제외한 일반 조합원들이 그것을 느끼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기업들도 타임오프가 시행될 경우 노사관계의 중심은 개별 기업으로 모아진다는 점에서 산별교섭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대부분의 산업에서 작년 경제위기로 인해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올해 이것을 만회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교섭에 나서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영계의 부담도 산별교섭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전임자 문제가 산별교섭 최대 화두

반면 노동계는 올해 산별교섭을 통해 전임자 수를 예전과 같이 확보하고 작년에 동결된 임금을 적정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이번 산별교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향후 산별교섭 자체가 불투명해지며 산별체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산별교섭에 대한 준비와 기대가 큰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테이블을 구성하는 것에 주력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산별교섭의 불필요성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도 알고 있기 때문에 금속노조의 경우 업종별 협상도 고려할 예정이며, 보건의료노조는 산별 교섭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단협 조항을 들어 사측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의 경우는 조금 예외여서 은행연합회가 이미 사용자협의회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교섭에 임하기 때문에 테이블 구성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뭐니뭐니해도 올해 산별의 주요 화두는 전임자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과 보건의료노조는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2월에 이미 교섭을 요청한 상태이며 향후 중앙교섭 진행에 따라 6월까지 총력투쟁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노조도 전임자 문제는 물러설 수 없다. 일부 금융공기업에서 감사원 감사에 따라 전임자 수를 축소한 것에 대해 분노를 그치 못하고 있는 금융노조는 산별교섭을 통해 전임자 수를 이전과 같은 수로 유지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

서로에게 득이 될 수는 없을까?

교섭 석상에 마주 앉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산별교섭은 결국 그 테이블이 노사 양쪽에 조금이라도 득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서로의 판단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원칙에만 얽매이는 협상에 나서서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사 공히 내부 단결을 통해 단일한 대오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섭이 늘어지는 것은 결국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기보다 단결되지 못한 내부 구성원을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산별교섭에 대한 기대심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교섭이 준비된 교섭인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며 “산업 내부의 양극화, 소외된 노동자에 대한 배려 등이 전혀 없는 산별 교섭은 단지 지부교섭으로 가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도 “사용자들도 교섭이 집중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산별교섭의 틀거리나 방법 등을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향후 현장 교섭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로에게 득이 되는 산별교섭을 위해서는 노·사는 자신들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경영계는 자신들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오히려 현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하고, 노동계는 원칙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산업 내 노동자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