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공휴일 논란, 다르게 보자
대체공휴일 논란, 다르게 보자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3.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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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 VS 기업경쟁력 약화
자기계발 등 생산적 휴일 위한 대책 마련과 병행해야
현장 대체공휴일 논란

한 회사원이 달력을 넘기며 한숨을 쉬고 있다. “삼일절 일요일, 석가탄신일 토요일, 현충일 토요일, 광복절 토요일, 추석 토요일, 개천절 토요일 … 주말 뺀 휴일 단 4일! 누가 우리를 위로해주지?” 이 카피는 한 커피회사의 2009년 광고에 나온 내용이다. 주5일제 이후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쳐 쉬지 못하는 것에 대해 회사원들은 가슴을 치며 아쉬워하고 있다. OECD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들로서는 일부 대체공휴일을 실시하고 있는 일본이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작년과 올해를 거치면서 설날과 추석이 토·일요일과 겹치자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여론은 대체공휴일 지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했다.

노·사 및 정치권 생각 조금씩 달라

공휴일에 관해 규정한 법률은 현재 존재하지 않고 다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만이 대통령령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 규정은 공공기관에 관해서만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민간기업은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통해 대체적으로 이에 따르고 있지만 강제규정은 아닌 상태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대체공휴일을 명시한 법률 제정에 나선 상태다. 대체공휴일 관련 법안은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비롯해 6개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이 대체 공휴일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피력하는 이유는 휴무일 증가로 인한 경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상현 의원실에 따르면 4일의 휴가가 추가되어 이를 국내 관광에 활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관광소비로 인한 지출액이 4조6천억 원 증가되며 관광산업의 호황으로 14만여 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휴무일의 증가는 국내 내수시장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자 경영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월 17일 성명을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법률들은 기업투자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적 어젠다인 일자리 창출마저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노동시장에는 그 특성상 보편적 휴일(일요일 등)이 아닌 다른 휴일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업종 및 직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근무체계 혼란, 인건비 상승 등 기업의 경쟁력을 제약하게 됨이 명확하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한 경영계는 한국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휴일·휴가 일수가 많게는 20일 이상 많다는 점에서 대체 공휴일 도입은 ‘일 안하는 사회’를 조장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대체 공휴일 도입으로 OECD 최장시간 노동국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며 법안 통과에 적극적이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계 주장으로 국군의 날, 한글날 등이 공휴일 지정에서 제외되는 등 공휴일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장시간 노동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강제적인 대체 공휴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은 휴무를 늘림으로서 발생하는 경제유발 효과에, 노동계는 장시간의 노동에 대한 휴식권을 이유로 대체공휴일을 찬성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제도 시행으로 인건비의 추가 소요가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노동계의 주장처럼 현재 한국사회가 장시간 노동에 허덕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경영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근로자의 시간당 생산성이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논의는 현실에서부터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은 한국사회에 고질적인 노동현실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은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수차례 전개했고 그 결과, 지난 2004년 주40시간제 도입이라는 결실을 이루게 됐다.

그러나 이후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 시행이 이루어져 2008년 7월 1일부터 20인 이상 사업장은 주40시간제 근무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 사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20인 이하 사업장은 전국에 3백15만여 개로 전체 사업체 3백26만여 개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오는 2011년이나 돼서야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2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주40시간제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작년 한 취업포탈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주40시간 근무제 직장에서 거의 매 주말마다 근무한다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27%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은 1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의 노동시간은 그렇지 않다는 반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고용정보원이 2008년에 발표한 한국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주당 49.3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보다 9시간 이상을 더 일했다. 이런 상황이니 노동계가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도 대체 공휴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반면 경영계의 주장처럼 장시간의 노동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08년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30개 회원국 중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2위에 랭크됐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놓았을 때 EU는 79.3, 일본은 73.0이며 한국은 61.5로 조사됐다. 경영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노동시간이 더 단축될 경우 생산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 대기업의 경우 단체협약 등을 통해 대부분이 대체 공휴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에서 대체 공휴일 제도를 통과시킨다고 해서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임금 지급 능력이 낮은 중소기업에서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계는 조심스러운 것이다.

생산적 휴일이 되기 위한 방법 찾기

휴식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필수적 요건이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노동자들에게 대체 공휴일의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대체 공휴일 논의 이전에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주40시간제 근무에 대한 명확한 지도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2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40시간제 실시를 하루빨리 앞당겨야 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이미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40시간으로 바뀐 것이 7년이 넘었지만 20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직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실제 대체 공휴일 제도 도입보다 시급한 것은 주 40시간 근로를 전 사업장 전면에 시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대체 공휴일과 관련해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와 일용직 노동자들의 소외감이 크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하루 품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체 공휴일에 찬성해 봐야 무슨 좋은 일이 있냐며 일부 노동자들에게 항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특히 일용직 노동자들의 경우 대기업 노동자나 공무원들만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시샘 아닌 시샘을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체 공휴일 제도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직무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휴식을 자기계발과 연결시키지 않는다면 노동생산성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직무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주말이나 휴일 여가시간 활용방법 중 1위는 ‘TV시청’과 ‘휴식’으로 각각 52.9%와 45.1%(중복 응답)를 차지했다. 이는 휴일을 자기 계발의 시간이나 가족과의 여행 등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휴식에 보내기보다는 밀린 잠을 보충하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어 노동생산성 향상과는 관계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개별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휴식 방법이나 공간, 자기 계발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체 공휴일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부가적인 제도의 발전과 병행되어야 한다”며 “근무제도, 근무편제의 혁신이나 직무합리화 등 사측의 직무혁신 방법도 고민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공휴일이 장시간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적당한 휴식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자들의 직무 교육과 자기계발 기회부여, 직무합리화 등을 통해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하느냐 마느냐 식의 대체공휴일 논란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현실이 보여주고 있는 낮은 직무만족도와 낮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지금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