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하려면 국민 신뢰부터 확보해야”
“민영화 하려면 국민 신뢰부터 확보해야”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3.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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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공성 확보 전에 민영화 논의는 시기 상조
간호등급제 완화로 서비스 질 향상에 나서야
조민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2월 10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은 “보건의료 산업이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으로써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는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허용을 4단계 핵심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국내외 우수 의료기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의료 관련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제주도에서 시작하는 영리병원이 결국 전국으로 확산돼 공공의료가 축소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민들에게 필요한 공공병원이나 거점병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료민영화 확산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것이란 입장이다.

올해 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으로 취임한 조민근 위원장 역시 현재 진행되는 의료민영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공공성과 경쟁력이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효과적인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강성이나 노사화합도 조합원이 우선 돼야

산별연맹 위원장으로 당선된 소감과 포부는 어떤지.

“노동조합이 힘든 시기에 연맹위원장을 맡게 되어서 부담이 크다. 연맹 위원장으로서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또한 연맹의 특성을 살려서 어떻게 사회에 개입할지 고민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힘든 시기에 연맹위원장을 맡게 되어서 부담이 크다. 연맹 위원장으로서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또한 연맹의 특성을 살려서 어떻게 사회에 개입할지 고민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2007년 연세의료원 파업투쟁 등을 통해 강성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2007년 파업투쟁을 하기는 했지만 오랜 시간 투쟁이 지속되다보니 후유증도 컸다. 파업하는 과정에서 위원장이란 자리를 새롭게 느끼기도 했다. 파업 전에는 사측과 대항해서 조합원에게 많은 것을 주는 것이 위원장의 절대절명의 과업이라 생각했지만, 파업으로 인해 조합원들도 마음의 상처도 받고 복지부분에서 손실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실리를 위해 조직을 추스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의료원과 대화채널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었다. 교섭에 임할 때도 기존 강성적 이미지보다 다른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2008년 노사화합선언을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성이라고 하면 논리적으로 따져서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다. 시대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강성으로 가야 할 조건이라면 누구나 강성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좋고 나쁘다의 뜻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나에 대해 그렇게 보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다만 그런 모습이 조합원에게 있어서 긍정적일수도 있고 조직 활성화면에서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추슬러서 강성으로 나갈 필요성이 있다면 나가야 되지 않겠나. 중요한 것은 조합원을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일 중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사업은 무엇인가?

“우리 연맹 특성이 소산별이지만, 사회적 흐름으로 보자면 중요한 위치를 지니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신성장 동력산업이라고 해서 의료가 부각이 되면서 사회공익적인 부분이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단위노조 차원에서 시민단체나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고민해왔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소외계층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면에서 현 정부의 노동정책과 부합되기도 한다.

또 하나는 의료민영화 부분인데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차원을 떠나서 우리나라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익적 측면에서 본다.

의료산업노동자에 대한 문제도 있다. 연세의료원노조 위원장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의료산업 노동이 거의 3D 업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최신의료시설이 있어도 결국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에 대부분 의료산업의 사업장은 노동집약적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의료산업 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부분은 정부와 정책적인 부분으로 대응하려 하고 있다.”

복수노조, 조직간 경쟁구도로 가면 노동운동 기조 깨진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현재 노동계에서 노조법 개정문제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대안을 생각하고 있나?

“복수노조 부분이 의료산업노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복수노조가 잘못 풀리면 조직 이기주의로 가게 되어서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또 전임자 임금문제의 경우 전임자 확보하는 문제를 떠나서 사용자측에 복속될 수 있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 문제가 복수노조 문제와 곁들여질 경우 노동운동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물론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에서 이탈해서 다른 상대 노총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상급단체와 뜻이 맞지 않다면 탈퇴해서 자기 이념에 맞는 곳으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면 된다. 하지만 여기에 감정적인 싸움이 들어가게 될 경우 조직 뺏기 싸움이 될 것이고, 선명성 경쟁을 하게 되어서 사업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자연스런 흐름은 받아들이되 노동운동의 기조는 깨지 말자는 것이다. 노동운동도 사이클이 있다. 치열하게 올라갈 때도 있지만 지금처럼 밑으로 가라앉기도 한다. 언젠가는 노동운동이 다시 살아날 시기가 있을 텐데 복수노조 문제로 이념과 신념 갈등이 깊어지게 되면 좋은 과실을 맺기 힘들어질 수 있다.”


복수노조와 관련해 노조 간 경쟁이 예상된다. 의료산업노련의 조직 확대와 산별체계를 위한 준비는 현재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경쟁적인 조직 확대 사업으로 보건의료노조와 갈등구조로 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수용하고 연맹의 내실을 강화시켜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의료산업노조연맹의 특성과 색깔을 낼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 외부에서 ‘아, 저 연맹이 어긋나지 않는 활동을 하고 조합원을 실망시키지 않고 있구나’라는 평을 우선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맹에 가입 안 된 독립노조들이 있어서 의사타진을 하고 있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나 의료산업노조연맹이 생기기 전 연맹에 소속된 노조들과도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형태에서 빠져나와 새롭게 산별연맹에 가입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간다면 조직 확대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지도 요청이 들어와서 도와주기는 하는데, 아직 연맹에 가입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의료산업 인력 부족 문제와 보건복지 사업 문제는 항상 의료산업 노동계의 이슈였다. 임기 동안 의료산업의 일자리 창출과 복지사업 확대를 위해 어떤 계획을 지니고 있나?

“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없다. 보호자 없는 병원이 올해 국가 예산을 따내면서 8개 병원이 시범사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업이 본격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샘플링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이 정착되면 고용창출 효과도 있고 노동낭비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 부분이 계속 확대될 수 있도록 활동할 것이다.

또한 대학병원의 경우 스탠바이 형식으로 할 수 있어서 대행서비스를 하는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 같이 방대한 조직에서는 환자들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고, 집으로 환자를 도우러 오는 계층도 있기 때문에 대행서비스를 하면 좋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의료산업 노동강도는 여전히 강하다는 시각이다. 연맹이 파악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어느 정도인가?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법적으로 접근해도 불법소지가 많을 정도다. 의료산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지역간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문제다. 지방에서는 의료산업노동자의 수준이 중앙보다 현저히 낮다보니 노동자들이 중앙으로 몰리고 있다. 그래서 지방병원에서는 정작 사람이 없어서 개업도 못하고 있다.

또한 3교대로 돌아가는 특성이 있는데 6,70% 이상 노동자가 여성이다. 그래서 임신을 한 사람들이 밤에 근무하는 상황도 생긴다.

또한 중요한 문제가 의료산업 고용창출은 맞는데 고용의 질이 문제라는 것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보니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직원들 숫자가 다른 산업에 비해 늘어나고 있어서 불법적 요소도 생기고 노동강도도 세지고 있다.

연세의료원이 2007년에 파업한 것도 그런 이유가 큰데 간호사 증원 등 직종별로 인력을 증원하라고 싸움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정말 힘든 싸움이다. 병원이라는 것이 의사가 주도권을 지니고 있어서 모든 파생되는 노동은 의사에게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사람 목숨 걸린 것이라 안 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노동강도를 더욱 심하게 만들고 정당한 대가나 보상을 받지는 못하게 한다.

그래서 연맹은 법적으로 대응할 문제는 대응하고, 확보되지 못한 근로조건은 연구를 해서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

국민 신뢰는 곧 의료공공성 확보

우리나라 의료산업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작년 신종플루 대응 과정에서 의료산업에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신종플루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소통의 부재이다. 정부는 대응책을 발표만 할 뿐 실행은 병원급이나 의원급에서 하는 것이다. 신종플루사태가 터지자 동네병원에는 사람이 없는데 연세의료원 같은 대형병원에는 하루에 700명이 몰렸다. 국민들이 자기 동네병원의 질을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종합병원이 시설이나 질적으로 동네병원보다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수질병에 대해서는 특수하게 관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일단 차단하고 예방하는 것은 공통된 부분이지 특별한 것이 없다. 질병에 걸려서 중태가 되면 상급병원으로 가면 되는 문제다. 지역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공통된 매뉴얼을 통해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이것을 캐치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계속 생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특별기구를 만들고 매뉴얼을 정해서 종합병원이나 지역병원에 똑같이 보내야 한다. 예방접종의 경우도 병원인력부터 해야 하는지, 아니면 고위험군 환자들부터 해야 할지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의료산업정책에 있어 비판보다 정책입안을 통해 풀어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의료산업연맹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안은 무엇인지.

“단적인 예가 간호등급에 대한 문제다. 대학교종합병원의 경우 등급이 있는데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갈 경우 수가적용 면에서 노동자들이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경우가 생기고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간호 1등급 올라간다는 것은 간호사를 증원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만큼 재정적 메리트가 없다보니 증원을 안 한다.

간호 1등급이란 것은 인원이 증원돼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간호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강도가 낮아지는 이점이 생긴다. 하지만 법적으로 제한이 되어 있어서 풀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공단이나 보건복지가족부에게 이 문제를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계속 미루어져 오고 있다. 앞으로 여러 방안을 고민해서 환자들과 노동자들에게 이로운 부분으로 고쳐낼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공공성과 민영화가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히 거세 양자가 공존하기 힘들어 보이는데 이 둘이 함께 갈 수 있다고 보는 방향은 무엇인가?

“공공성이란 모든 계층들이 차등 없이 양질의 의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의료민영화 부분인데 어쨌든 누군가가 채권을 발행하든지 다른 것을 하든지 병원 기관 발전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채권을 발행하게 되면 채권 발행 액수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의료민영화를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공공성과 민영화를 믹스시킨다면 의료민영화가 순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큰 틀에서 보면 의료민영화를 결국 하겠지만 그 전에 시급하고 절대적인 것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 ‘무엇’이 공공병원과 거점병원을 확보하라는 것이며 최소 50% 이상은 나와야 한다.

미국과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가 다른데 미국은 개인의 의사나 능력을 중시하지만, 우리나라는 중앙통제로 끌어왔던 과거가 있어서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 같은 곳들도 의료민영화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국민들이 저항하고 반대하지 않는다. 그것을 우습게 볼 만큼 공익성을 띤 병원들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말하자면, 의료민영화는 아직 시기가 아니며 지역거점병원을 충분히 마련하고 공공병상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의료민영화를 해도 일반국민들이 ‘내가 이곳을 가지 않아도 치료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먼저 확보하라는 말이다. 그 신뢰 확보가 곧 공공성이다. 신뢰 확보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내가 아플 때 돈을 많이 안 내도 치료를 완벽하게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료산업 노동자간 미스매치가 되는 부분도 해소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연맹위원장을 하면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사업이나 활동이 있다면?

“연맹 산하 노동자들의 복지나 고용안정을 잘 해주고 싶다. 작년에도 연세의료원에서 글로벌 위기로 10% 임금삭감·인원축소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고용안정과 조직원을 위한 편안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싶다. 또한 단일노조위원장과 연맹위원장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범위 차이를 이용해서 사회 소외계층들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

연세의료원 차원에서는 정신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서 주기적으로 영양제주사도 놔드린다. 또한 노사가 1억 원을 기부해서 소년소녀가장이나 독거노인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 부분을 연맹차원까지 범위를 넓혀서 할 계획이다. 그래서 몽골지역이나 중국국경지역, 티벳 근처도 생각하고 있으며, 용산참사를 겪었던 분들의 정신치료도 접근하려 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연맹차원에서 하면 정부와 상대하기도 쉽지 않나. 단일노조위원장이라면 힘들어도 연맹위원장이라면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만나서 입법청원도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