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망대] 한국경제의 대들보 반도체산업
[산업 전망대] 한국경제의 대들보 반도체산업
  • 김성호_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조사홍보팀장
  • 승인 200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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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분야 치중, 주변산업 취약성 극복해야

반도체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품목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만하더라도 반도체가 무엇인지, 또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는지, 얼마나 중요한 부품인지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이해가 부족했다. 그러나 90년대 초 이후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상품으로 급부상하면서 반도체가 일반국민에게 널리 알려졌다.

 

반도체는 한마디로 정보화 혁명을 가능케 하는 기술적 대들보라 할 수 있다. 가전, 통신, 컴퓨터 등 정보기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부품으로, 반도체 없이는 IT산업 발전을 이끌 수 없다고 단정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후방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감안한다면 그 국가 경제적 의의는 더욱 크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이, 인적자원의 고급화를 대외 경쟁력의 관건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제 여건상 최적의 산업이라 할 수 있다.

 

2010년까지 고용규모 10만 명으로 성장할 것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80년대 초반 불모의 여건에서 출발하여 20여 년의 짧은 기간 내에 반도체, 특히 메모리분야의 시장 및 기술을 선도하는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하였다. 미국, 일본에 이은 제3위의 반도체 생산국으로, 우리의 주력인 메모리 분야에서는 외형은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일본을 앞서는 세계시장 선도자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산 3.2%, 부가가치는 총 제조업의 5.3%,  업체 수는 340여 개로 총 제조업의 0.3%, 종업원 수는 약 8만 명으로 총 제조업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는 92년 이후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상품으로 2004년도 기준 265억불을 수출하여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0.4%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300억불 수출이 전망되는 등, 명실공히 수출한국을 견인하는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경기는 무역수지를 비롯한 제반 국민경제 지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자본시장에서 국내 반도체기업들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평가에 의해 한국경제 전체에 대한 평가가 좌우될 정도로 국민경제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년 경에는 수출 450억불, 10만 명 이상의 고용, 세계시장 12%를 점유하는 국민소득 2만불 창출을 위한 선도 산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성공요인


지난해 우리 반도체 수출은 265억불로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고유가, 환율하락 등 부정적인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품질수준 향상 및 수출지역 다변화 노력 등으로 인하여 상반기까지 약 150억불의 수출실적을 기록하였다. 올해 반도체 수출액은 300억불 규모, 수입은 255억불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무역수지는 45억불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단일품목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300억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어 여전히 국가 기간산업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업계가 단기간에 선진국을 능가할 수 있었던 요인은 첫째, 우리의 경제 여건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재료비 비중이 낮은 최첨단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써 인적자원의 고급화를 핵심적 대외경쟁요소로 삼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제 여건과 국민성에 최적인 산업이 우리의 토양에 접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통찰력 있는 기업인들에 의해 대규모 투자가 적기에 단행되었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 후발국으로의 불리한 여건과 대규모 투자 리스크를 무릅쓰고 과감한 시장 침입 투자를 단행한 것이 주효했다.


셋째, 최고급 기술인력의 집중투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능한 국내 및 해외 한국계 전문인력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특히 국내 이공계 고급두뇌의 절대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속 그룹별로 대량 확보하여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넷째, 대규모 R&D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익을 추구하여 이익분배보다는 재투자의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시도함으로써,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계속 좁혀 오다가 90년대 전반부터는 추월하였다.

 

비메모리 분야 육성이 성장의 관건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메모리 분야에 대해 과도하게 집중한 현재구조는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분야에 비해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문제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반도체 산업의 불황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처럼 메모리에 편중된 불안정한 산업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량다품종 비메모리제품으로의 사업다각화와 더불어 창의적인 전문설계 인력양성, 설계전문기업 창업지원 및 시스템업체와의 연계 확대 등 기초인프라 확충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는 반도체 주변산업(장비, 재료, 설계 등)의 취약성이다. 아직도 반도체 장비 부문은 20%대, 재료부문은 50%대의 국산화율에 그치고 있으며, 반도체설계 전문업체들은 이제 겨우 기업화 초기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산업은 수출주도 산업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십 억불 규모의 외국산 장비 및 재료를 수입하는 수입주도 산업이라는 멍에를 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반도체산업은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장비, 재료 및 설계 등 주변산업의 발전을 위한 대내외적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분야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아직 세계 주요 선진업체들이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이른바 틈새시장도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장비, 재료업체들이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시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제품개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수요업체인 반도체 대기업들도 국내 장비 및 재료업체 등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이 자사는 물론 국내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는 인식하에 기술협력 및 구매확대 등 다양한 협력, 상생의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처럼 수요자인 반도체 대기업들과 협력업체 그리고 정부가 삼위일체로 상호 창의력과 역량을 집중하여, 반도체 주변산업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작업이야말로 자본재 부문의 국제수지를 방어하고, 반도체산업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관건이라 하겠다.

 

반도체 강국을 향하여


상기 두 개의 과제들은 공히 현재의 한국 반도체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시사하는 전향적인 도전의 테마이기도 하다.


디지털혁명을 가능케 한 반도체가 향후 국민소득 2만불, 3만불 시대를 앞당기는 선도산업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속적인 R&D투자 및 비메모리 개발확대를 통한 반도체사업구조의 다각화 그리고 주변산업과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을 주도하는 반도체강국으로 우리 반도체산업의 지평은 계속 넓혀져 갈 것이다.  


“미래는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오늘의 성과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할 때 IT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의 바람은 실현가능한 꿈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이 세계 반도체산업 시장선도국인 동시에 기술공여국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