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어’에서 ‘참여’로 ‘강성노조’에서 ‘강한노조’로
[영국] ‘방어’에서 ‘참여’로 ‘강성노조’에서 ‘강한노조’로
  • 로버트 테일러_ 유럽노총 자문위원
  • 승인 200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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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조운동의 혁신

필자 로버트 테일러는 파이낸셜 타임즈 노동전문 논설주간을 지냈고 현재 유럽노총 (European Trade Union Confederation)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국 작업장혁신센터(IPA)가 추진 중인 노동의 미래 (Future of Work) 프로젝트에 연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업장 노사파트너십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고성과 작업장으로의 이행에 매우 중요한 수단을 제공해 준다.


노사파트너십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견해와 달리 이는 신뢰할 만하고 효과적인 방안이며,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노사파트너십은 기업 내 여러 이해집단의 차이를 조정·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의 조사 결과는 노사파트너십이 이미 ‘노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떠올랐으며 노동조합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맞춰 숙련과 노동의 유연성을 높임으로써 노동생활의 질과 작업장 개선 프로그램을 함께 향상시키는 데 있어 노사 어느 한 쪽도 빠질 수 없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윌리엄 브라운 교수와 사라 옥슨브리지 교수가 서비스업과 제조업 분야에 걸쳐 실시한 연구는 ‘파트너십은 단시간 내에 이루어 질 수 없으며, 또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통의 목표를 향한 빅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작업장 내의 노사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을수록, 노동조합이 강력한 정책 대안을 가지고 있고, 경영진이 노조에 우호적일수록 파트너십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작업장 내 파트너십 향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할 만큼 긴 혁신과 상호 적응의 여정이다.
연구진은 파트너십의 타입이 새로운 협의구조 창조를 위한 많은 기회를 가져온다는 점을 발견했다.


민간 부문에서 좀 더 성공적인 파트너십 협약은 노사 공통의 목적을 위한 ‘빅딜’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대신, 좀 더 유연한 노동관행과 작업장 현대화를 수용한다.  두 연구진은 이에 관해 “노동조합은 노동 과정을 재조직하는 데 있어서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은 서비스의 질이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도입 혹은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조직통합과 여유인원 활용에 관해 경영진의 훌륭한 조언자가 된다”고 말한다.

 

노사파트너십 향상으로 노조 역량도 높여


파트너십 협약이 어떻게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가에 관한 독립적, 실질적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중 영국소매상인노조연맹(USDAW)이 테스코, 퍼킨스 엔진사와 맺은 파트너십 사례는 초보적 수준의 노사 공동활동이 강력한 파트너십 협약의 제정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브라운 교수와 옥슨브리지 교수의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노동자위원회(또는 작업장 위원회) 대표들과 경영진과의 일상적인 만남이다. 기업정보공개법 (Information and Consultation Regulations)의 단계적 도입에 따라 사업장 단위의 노사는 규칙적이지만 형식적이지 않은  일일 단위의 접촉을 통해 서로 더 많은 관점과 견해를 교환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의 정통성과 대표성, 작업장 내에의 영향력은 더욱 더 강력해지고 있다.


연구진은 작업장 내의 협력적 관계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이에 대해 “협력적 관계를 구축한 기업의 영업성과가 점차 안정되고 있으며 경영자들이 노동자들의 독립적이고 분명한 목소리를 청취하는 것에 대한 이점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관계의 지속이 집단적 노사관계의 오랜 전통과 노동조합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파트너십 모델 마련에 실패한 기업들은 대부분 강성 노조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파트너십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유니손(Unison·영국일반노조)과 사용자단체가 맺은 파트너십 협약은 협력적 관계가 노동자들의 평생학습과 숙련을 위한 훈련을 증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포괄적인 파트너십 형성을 위한 길을 연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이 협약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파트너십 협약은 신뢰의 발전과 노사 공통의 이해관계 영역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이 협약은 양자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노사관계 의제로 옮겨갈 때에도 더욱 강력하게 유지된다.”


또, 노사간 교육훈련 파트너십은 노동조합이 새로운 영역(비정규직 노동자나 계약직 노동자)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유니손의 파트너십에 대한 연구는 파트너십 협약의 존재가 작업장 내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냈다.


물론 파트너십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
예를 들어, 국립보건병원의 파트너십은 경영진과 정부의 의지로 시작됐고, ‘탑다운’ 방식의 작업장 현대화가 추진됐다. 경영진은 노동자들을 실질적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했다.  게다가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파트너십은 노동조합의 중앙집권화를 촉진하고, 노동조합이 맹목적으로 조합원의 요구를 따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가 미래의 파트너십 형성 노력을 좌절시킬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세계적인 경제 환경의 변화가 노사 파트너십에 대한 요구를 점점 더 촉진하고 있다.

 

참여 없는 경영전략은 무용지물


앞선 연구 결과들을 통해 일터에서의 혁신은 경영진의 응축된 경영 전략을 통해서가 아니라 노사간의 조정된 협상의 결과로써 추진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기업 정보공개와 노사간 협상이 투명하게 진행될수록 마찰과 충돌이 줄어들고, 경영진은 노동자들이 작업장 개선 또는 혁신에 더욱 열정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파트너십은 작업장 혁신을 추진할 때 노사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조직적인 수단이다.


물론 파트너십 협약은 노동자와 경영진 모두에게 일정한 성과물을 가져올 때만 형성 가능하다. 파트너십을 형성할 때 노동조합이 경영진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채널은 중층적이어야 하며 일방적 권위나 조합원 통제 등에 기대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많은 관점과 정보의 공유에 참여해야 한다.


또, 파트너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근거 없는 주장보다는 노사가 합의한 파트너십의 일정한 형식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


정부의 계속된 반대 끝에 2005년 4월부터 발효된 ‘기업정보공개법’은 기업 내부의 정보 공유를 위한 틀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독일 모델처럼 강력하고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탄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업장 내에서의 노사 파트너십을 촉진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경영진을 위한 법적 틀을 제공하게 될 것은 틀림이 없다.

 

노동의 재조직화 - 권한 위임과 팀워크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조직적 틀 마련과 동시에 권한위임과 팀워크 중심으로 노동을 재조직한 결과 파트너십을 촉진할 수 있는 촉매가 마련됐다. 이러한 변화는 최소한 영국의 경제 및 기업환경에 맞는 작업장 혁신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무엇보다 작업장 파트너십 형성에 있어서 새로운 전진을 위한 조직적 틀을 마련할 가능성이 생겨났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경영진과 노동조합은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이러한 변화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들 노사의 적대성과 무관심은 전략적인 실수였음이 밝혀지고 있다.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 수많은 서유럽 국가들은 이미 노사간 협의를 통해 ‘작업장 혁신 프로그램’에 착수했으며 이는 지자체와 지방정부의 지원 하에 시행되고 있다.


이 새로운 접근법은 상호 이해와 협력에 기반한 작업장 현대화가 기업 성공의 핵심이라는 인식과 함께 노동조합과 경영진에게 새로운 사회적 협약의 틀을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더 이상 ‘노동’을 어느 한편의 입장으로 다룰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노동의 새로운 진화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러한 인식은 노사가 새로운 작업장 의제 설정과 확산에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노사 파트너십이 낳은 새로운 사회 네트워크


작업장 파트너십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노사관계의 모델이 되고 있다. 또 이는 자본과 노동의 새로운 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많은 발전들이 개별기업 내에서의 파트너십 유지를 이끌고 있는데 이는 구체적 필요에 기반한 포괄적인 교육훈련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 노동생활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노동의 재조직화, 새로운 형태의 팀워크와 조직구성원의 노력을 촉진한다. 뿐만 아니라 작업장 내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더욱 강화한다.
이를 통해 노동조합은 과거의 조직화 방식이나 조직구조를 현대화할 수 있으며 ‘방어 전략’에서 ‘참여 전략’으로 선회할 수 있다.


노사 파트너십은 사회적 변화도 가져온다. 각 산업의 고용주와 노동시장 간 클러스터, 또는  동맹 형성 등으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발전하는 것이다. 

 

작업장 파트너십이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의 비정규직, 저숙련 노동자의 증가는 작업장 파트너십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계약직이나 임시직 노동자가 많은 작업장에서의 파트너십 형성은 점차적으로 정규직을 더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수십 년간 작업장 내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광범위하게 퍼진 무관심과 부정적 시간으로 인해 상당한 침체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1970년대에 새로운 형태의 작업장 내 참여의 필요성과 작업장 민주화는 노동조합의 존재로 인해서 가능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변화는 노동자가 단체협상의 원칙에 대해 인식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증진한 것에서 기인했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공공 정책 수립의 영역에서 기업의 필요나 새로운 사업 환경은 대부분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제는 새로운 기업 환경이 거의 모든 논쟁의 중심에 있다. 현대 기업의 성공은 작업장 내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효과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의사결정 하라


영국의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부응하는 혁신을 원한다면 노동자들의 역동성과 혁신 능력을 얻어야만 한다. 이는 기업들이 상호 신뢰에 기반한 수준 높은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인적자원 개발 전략을 통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가치와 권한을 노동자들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업장 파트너십은 기업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과 노동자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고 공동의 의사결정을 통해 새로운 의제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노동자들이 기업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노동조합에 대해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