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쌓이는데 일자리는 줄었다
돈은 쌓이는데 일자리는 줄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4.1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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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정책연구원, 대기업 자본축적 규모 분석
고용창출 능력 충분하다
대기업들이 금고에 엄청난 돈이 쌓아 놓고서도 국내투자와 고용창출에는 인색하다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은 12일 제출한 연구보고서에서,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요 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의 2009년도 재무상태와 영업실적은 가히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산업발전과 사회책임의 차원에서 요구되고 있는 대기업의 투자확대와 고용창출은 가시적인 성과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기업,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

정책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500대 상장기업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해 2009년에 880조7,667억 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2009년에 47조7,412억 원을 기록했다. 또 금융부문을 제외한 553개 상장법인의 2009년 12월 현금성자산 총액은 84조7,320억 원으로 2008년보다 19.45% 증가했다. 1개사 평균 1,532억 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연구원은 또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에 대해서는 영업실적과 이익잉여금 및 현금성자산과 함께 고용지표를 분석한 자료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7개 비금융 상장계열사)은 2009년에 5조8,38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삼성그룹(14개 비금융 상장계열사)은 11조9,87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또 현대차그룹의 2009년 말 현재 이익잉여금은 29조786억 원이며, 현금성자산은 11조6,467억 원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경우 같은 시점의 이익잉여금은 74조7,378억 원, 현금성자산은 16조4,553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상최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고용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전체 종업원 수는 2006년 10만1,708명에서 2009년 10만4,420명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당기순이익 1억 원당 노동자 수는 같은 기간 3.52명에서 1.79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노동자 1인당 당기순이익은 2,800만 원에서 5,600만 원으로 2배 증가했다.

삼성그룹의 경우는 2006년 14만1,543명이던 전체 종업원 수가 2009년 13만8,964명으로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1억 원당 노동자 수는 같은 기간 1.64명에서 1.16명으로 감소했다. 노동자 1인당 당기순이익은 6,100만 원에서 8,6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일자리 창출 가능할까?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정책연구원은 “대기업들의 금고에 돈은 계속 쌓여만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투자와 고용창출은 회피하고 있다”면서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경영권승계를 위한 지분확보, 무분별한 해외투자, 문어발식 경영을 위한 인수합병과 사업다각화 등에 집중적으로 투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정책연구원은 이어 “사회적 책임주체로서 소임을 다하는 대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국내투자방안을 제시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2009년 현재 28조1,020억 원에 이르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현금성자산 중 10%만 ‘일자리 만들기’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약 2만7,720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대규모로 축적하고 있는 사내유보금, 이익잉여금과 현금성자산 등 자본축적 자금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만큼 단순히 남아도는 자금은 아니다”면서도 “기업내부에 축적된 이익잉여금의 경우 기업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누적해 온 자금이고, 미래투자를 위해 준비된 자금이기 때문에 그 일정비율을 산업발전과 고용창출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3년간 순이익 평균치 대비 2009년 순이익 증가분에 해당하는 만큼 청년노동자를 신규채용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를 올해 교섭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이런 요구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창출’이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현재, 금속노조의 이 같은 주장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올해 교섭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