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과 불법 사이의 미묘한 경계
화려함과 불법 사이의 미묘한 경계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6.0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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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 그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젊은리더]타투이스트

“타투를 쉽게 보지마라. 하려면 목숨을 걸어라”

한국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타투

유교 경전인 [효경(孝經)]에 따르면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

ⓒ 시오 타투
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 하여 부모에게 받은 몸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 바로 효도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 사상은 예로부터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사상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문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또한 한국에서 문신은 일본 야쿠자들의 문신에서부터 출발한 경향이 있어 흔히 ‘조폭’이라 불리는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타투이스트 시오는 “문신에 대해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는 사정이 좋아져서 매우 관대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대도시만 벗어나도 문신에 대한 어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그대로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문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아직도 따가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헐리우드 배우들이나 외국의 스포츠스타, 한국의 연예인들이 문신을 TV상에서 드러냄으로서 이제 한국에서도 타투가 제법 익숙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타투이스트들은 한국에서 타투 문화가 알려지게 된 일등 공신으로 연예인을 꼽는다. 타투이스트 시오는 “문신이란 것이 악당의 몸에 새겨진 무엇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영화나 TV의 주인공들이 자연스럽게 문신을 하고 나오니까 시각이 달라졌다. 연예인들의 공헌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문신 시술자인 타투이스트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타투샵은 주로 서울 홍대입구와 부산에 포진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전국에 약 3천여 명의 타투이스트가 활동하는 것으로 잠정 추산하고 있으나 실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정확한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의사 면허를 소지한 정식 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아닌 무자격자의 타투 시술은 의료법상 불법이어서 타투샵이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하는 등의 규정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타투협회 회장인 타투이스트 이랑은 “한 언론에서 3천 명이다 하니까 다들 3천 명이라고 쓰는 것이지 몇 명인지는 나도 모른다. 홍대 근처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지만 간판도 달 수 없는 상황에서 음성적으로 늘어가는 이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타투의 종류는 레터링(글자), 블랙 & 그레이(음양차이만으로 그린 그림), 트라이벌(주술적, 기하하적 문양), 커버업(재시술), 이레즈미 등 다양하다. 현재 홍대 근처와 부산에서 유행하는 문신은 레터링과 미니 문신, 별 문신 등이다.

타투는 소비자가 샵을 방문하면 도안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후 시술에 들어간다. 대부분의 타투 샵은 타투 머신을 이용해 시술한다. 타투 머신은 전기 마찰을 이용해 초당 20회의 전·후진 운동을 통해 바늘을 피부에 찔러준다. 시술 전 문신할 부위를 바세린으로 촉촉하게 해준 후 타투이스트는 도안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바늘에 묻혀 피부에 찌른다. 바늘의 종류도 선을 그리는 바늘과 문양을 만드는 바늘이 다르고 그 크기에 따라 다른 바늘을 사용한다.

가격은 이니셜을 새기거나 문양을 작게 넣는데 5~10만 원 선이며 한쪽 팔을 전체의 경우 50만원, 등 전체가 200만 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가격은 일정하지 않고 타투이스트들의 인지도에 따라 차이가 많다. 타투이스트들은 이구동성으로 문신 전에 충분히 고민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문신을 지우는 수술은 타투 비용보다 거의 5~10배까지 비싸기 때문이다.

문신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의사가 할 뿐

지난 2007년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사의료행위의 개별 법제화를 주장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유사의료행위란 문신 뿐 아니라 뜸, 침, 접골, 안마, 퍼머넌트(눈썹, 아이라인 문신) 등이 해당되며 의료법 81조에 따라 의료종사자만이 시술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신이 비합법적 행위는 아닌 것이다.

다만 의사자격을 취득한 정식 의료인이 시술하지 않는 경우 무자격자의 비합법적인 시술이 돼 시술자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게 된다. 당시 유 장관의 발언은 문신 등 유사의료행위에 대해 의료법은 81조에 의료종사자가 해야 한다는 규정만 담고 있어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유사의료행위에 대한 규제나 지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타투이스트의 합법화 논쟁은 전 사회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의사협회 등은 이에 대해 격렬히 반발했다. 의사협회 등은 문신이 문제가 아니라 문신을 허용했을 경우 다른 유사의료행위와의 형평성 때문에 다른 것도 합법화를 시켜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또한 문신이 피부에
상처를 내는 행위이기 때문에 감염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의료법 개정에서 이 부분은 빠지게 됐다.

이에 분노한 일부 타투이스트들이 문신 합법화 투쟁에 나서게 된다. 그중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한국타투협회 회장인 타투이스트 이랑이다. 이랑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한 차례 처벌을 받자 “내가 잘나고 유명했으면 이런 취급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간판도 없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영업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2007년 6월 문화연대와 함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나는 문신할 권리를 갖는다’라는 주제로 길거리 문신 퍼포먼스를 펼쳤다.

결국 그는 퍼포먼스 도중 경찰에 연행됐지만 이후 문신 합법화를 위한 국토종단,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앞 1인 시위 등을 전개하며 문신 합법화 투쟁의 아이콘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초에는 문신 합법화와 타투이스트의 권리신장을 위해 한국타투협회를 창립해 활동하고 있다. 

어깨 너머 배운 기술, 전 세계가 깜짝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투이스트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의사가 아닌 자의 시술은 불법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있을리도 만무하다. 최근 타투이스트에 대한 직업적 관심이 높아져 타투이스트가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가르치는 타투이스트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현재 홍대 인근에서 타투 샵을 운영하는 타투이스트 중 대략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은 대부분 ‘조폭’ 문신 기술자들로부터 전수를 받았다. 타투이스트 시오도 마찬가지.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학생 때 일명 ‘바늘 문신(기계를 이용한 퀄리티 높은 작업이 아니라 바늘에 잉크를 묻혀 모양을 냈던 가장 기초적인 문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타투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기계문신을 배우게 된 것은 ‘조폭’을 대상으로 하는 출장 문신 기술자의 조수로 들어가면서 부터다. 그렇게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타투이스트 시오는 여러 기술 습득을 위해 외국 잡지 뿐 아니라 일본에서 공부하고 온 다른 타투이스트에게 직접 교육을 받아가면서 실력을 연마했다.

반면 타투이스트 경력이 짧은 이랑의 경우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 실제 ‘조폭’ 출신인 이랑은 ‘조폭’ 생활 당시에는 문신을 하지 않다가 그 생활을 청산한 후 문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문신이라는 예술성이나 기술보다 이거 하면 돈을 좀 만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래서 돈을 모아 자신의 문신을 시술했던 타투이스트에게 사사를 받으려고 했지만 사기를 당하고 다른 타투이스트의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 타투이스트의 실력은 매우 높다고 한다.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그러나 현재는 결코 음성적이지도 않은 한국의 타투 시술 능력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타투를 하기 위해 방문하도록 만들었다. 타투이스트들 또한 자신들의 기술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타투이스트 시오는 “외국 잡지를 보면 한국보다 훨씬 기술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인이 손재주가 좋아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세밀한 선 터치나 전체 문양의 균형 등의 외국에 비해 훨씬 퀄리티가 높다”고 평했다.  

“하려면 목숨을 걸어라”

그런데 요즘 타투의 인기를 타고 타투 샵이 범람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타투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몸에 직접 새긴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쉽게 문신을 선택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홍대 근처 타투이스트들에 따르면 10개의 타투샵이 생기면 그중 실력 있는 1~2개 정도가 잘 되고 나머지는 시쳇말로 ‘손가락 빨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실력도 없는 샵에서 타투를 가르친다면 돈을 받고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것이 2~3개월만 배우면 타투이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베타랑 타투이스트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150만 원 정도의 문신기계만 사면 다들 자신들이 타투이스트라고 하지만 그림에 대한 조예도 없어 드로잉도 할 수 없는 타투이스트라면 그것이 진정한 타투이스트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컴퓨터가 발달해 각종 도안들을 컴퓨터를 통해 뽑아 문신을 한다고 하지만 사람 몸이라는 것이 캔버스와 같이 동일한 평면이 아니기 때문에 각 사람마다 직접적인 드로잉 없이 문신 시술이 이루어질 경우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타투이스트 시오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늘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과시욕에서 시작한 문신이 타투 업계를 망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홍대 가서 타투하면 망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말한다.

타투이스트 이랑도 “타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굳이 예술이라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사람 몸에 직접 시술하는 것인 만큼 자칫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 뿐 아니라 다양하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타투이스트의 기본적 덕목은 무엇일까? 열정과 책임감이다. 절대 겉모습에 현혹돼서 타투이스트를 꿈꾸지 말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타투이스트 이랑은 “하려면 목숨을 걸어라”라고 까지 말한다. 장사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의 상업적 마인드만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도 없고 살아남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타투이스트 시오도 “한국에는 문신의 역사가 없어 전통이나 기술에 대한 존중이 없다. 사람 몸에 작품을 남기는 것인데 열정도 없고 책임감도 없다면 이는 타투이스트로서는 빵점에 가깝다”고 말한다.

간판 걸고 일하고 싶다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지금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은 한 가지 생각 밖에 없다. 타투의 합법화를 통해 떳떳하게 세금내면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한때 바늘 값이 너무 비싸 사용한 바늘을 또 사용했던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어서 감염의 위험성에 대해 무조건 아니라고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타투이스트도 사용한 바늘을 또 사용하는 짓을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바늘 값이 엄청 싸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타투가 합법화되지 않을 경우 지금처럼 교육도 제대로 안된 타투이스트들이 늘어나 오히려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빨리 합법화를 통한 등록제나 공식 교육이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타투이스트들의 주장이다.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조폭’ 문신을 담당했던 출장 문신사 밑에서 기계문신을 배우기 시작한 타투이스트 시오는 당시 있었던 웃지 못 할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조폭’을 상대로 하는 문신이다 보니 대부분 전신 문신이나 등 전체를 이용한 문신이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시술비는 작업이 끝난 이후에 정산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술비를 떼먹으려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흔한 예가 자기 지역의 한 모텔로 문신사를 부른 후 80% 정도 완성된 후에 팬티 차림으로 친구들 보여준다며 나가서 그대로 줄행랑을 치는 것이다. 아니면 거의 문신이 거의 끝날 무렵 다른 ‘조폭’들을 대동해 맘에 안 든다고 무조건 폭행을 하기 시작해 집단 린치 후 쫓겨나 시술비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이건 거의 약과에요. 문신 기술자가 드물었을 때는 그를 감금하고 문신만 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대한타투협회 회장이자 타투 합법화 투쟁을 이끌고 있는 타투이스트 이랑은 그의 화려한(?) 전력만큼이나 꿈도, 희망도 화려했다. 그가 사회와 싸우는 방식은 여는 사회운동가하고는 다르다. 전혀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시절 1인 시위 때를 상기하며 “당시 나시(민소매티) 입고 시위한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문신을 다 드러내놓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청와대 보완과장이 와서 대통령께서 보실지 모르니 다른 곳으로 갈 수 없겠냐고 했다. 그래서 당신은 법도 모르냐고 맞받아쳤다.

그런데 그때 든 생각이 내가 더 유명해지고 남들이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 되면 대통령이 안 만나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타투샵을 정리하고 본인이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영화를 제작중이며, 에세이집 출간도 앞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 타투이스트 이랑과의 2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용은 최대한 싣지 않았다. 궁금하신 독자들은 가능하면 에세이집을 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문신한 사람이 멋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한 문신이 멋있다”고 말하는 타투이스트 이랑은 어쩌면 꿈과 희망이란 단어를 쓰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