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 본격 경영 감시 나섰다
KT노조, 본격 경영 감시 나섰다
  • 위성수 기자
  • 승인 200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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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업 공공성 강화 위해 우리사주조합 활용
‘통신 양극화’ 적극 대응키로

KT노동조합(위원장 지재식)이 우리사주조합장 선거 참여를 계기로 본격적인 경영참여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KT노조는 지난 4월 9일 실시된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에 양정우 사무처장을 출마시켰다. 결과는 13.8%의 득표로 당선에는 실패. 조합장에는 83.8%를 득표한 나판주 복지팀장(상무대우)이 선출됐다. 그러나 KT노조는 우리사주조합장 선거 최초의 직선제를 얻어냈다는데 의미를 두고 향후 좀더 적극적인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여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측이 우리사주조합 선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KT의 경우 전체 주식의 5.7%를 보유한 국내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0.1% 미만에 머물고 있는 다른 기업 우리사주조합에 비해 상당히 높은 주식보유율이다.


지난 주주총회에서 회사측이 동원한 주식 4000만주 중 우리사주조합 지분이 2500만주였다는 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따라서 우리사주조합장 당선에 성공할 경우 KT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길이 열리는 셈.


KT노조 지재식 위원장은 “경영참여가 곧 기간산업인 통신사업 분야 기업의 공공성을 감시, 유지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T노조는 민영화 과정에서 투기자본 노출을 막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안전판’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당시에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여를 생각해 보지 못한 것.


지 위원장은 “최근에 한 섬에 갈 일이 있었는데 전화 통화 품질이 좋지 않고 휴대전화 통화도 어렵다는 하소연을 들었다”고 말하고 “이것이 공공성 약화의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현재 KT의 외국인 지분율은 전기통신사업법의 상한선인 49%를 꽉 채우고 있다. 이마저도 상한선 제한 철폐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 외국인 주주들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배당률을 높이도록 요구했다. 실제 지난해에는 순이익의 50%가 주주에게 배당됐다. 이렇게 수익을 우선시하다 보니 시골지역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통신사업은 망의 유지, 보수를 위한 인력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 몇 년간 3만 여명 이상을 줄여 이제는 ‘통신 양극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KT노조는 우선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을 10% 수준까지 계속 높여갈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 제도적으로 우리사주조합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송태경 정책실장은 “우리사주 제도가 제기능을 하려면 장기보유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기업출연제도 등이 미비한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재식 위원장은 “기업이 투명경영을 외치면서도 노동계가 머리띠 묶고 파업하는 것보다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더 견제한다”며 “노동운동도 이렇게 정책적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재식 위원장 인터뷰

“우리사주 지분율 10%로 높여 경영 감시하겠다”

- 최근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노동자의 경영참여도 대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경영참여에 대한 견해는?

"경영이 투명해진다는 것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투명경영을 이유로 사외이사제도를 도입 및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이러한 사외이사들의 역할에 대해 많은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기업의 내부 정보에 차단돼 있는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견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은 본업이 따로 있기 때문에 참석률도 저조한 형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기업에서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을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을뿐더러 그에 대한 노하우도 풍부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이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갖춘다면 그 실행력도 한층 강화될 것입니다."

-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에 노동조합이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 의미는?

"KT의 우리사주조합장은 그동안 간선제로 선출됐습니다. 또한 간선제로 선출된 조합장이 회사의 임원 신분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노동조합은 경영참가를 추진하면서 우리사주조합의 민주화가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때문에 사측에 조합장 직선제를 요구했고 이번에 첫 직선제 선거가 실시된 것입니다.

일단 조합장 직선제를 실시했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입니다. 이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조합장이 출마하면서 내세웠던 고용보장, 자사주 출연 등의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강제할 시스템을 갖추게 돼 향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주주 자본주의의 강화로 공공부문 기업조차도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을 우선 시 한다는 비판이 높습니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동조합의 방안은?

"이는 정부가 자초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특히 외국투기자본의 경우는 건전한 주주의 육성이라기보다는 치고 빠지는 단기 수익에 집착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이러한 자본들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무더기로 개방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KT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난해 4천억원이 넘는 수익이 외국인에 배당됐습니다. 전체 배당액의 70%가 넘는 액수입니다.

이렇듯 수익이 배당에 집중되다보니 장기투자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시설투자도 수익이 창출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국가기간통신망의 안정적인 관리에 있어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8대 집행부가 들어선 2003년부터 이러한 점을 우려해왔습니다. 건전한 지배구조와 투명경영을 위해 투기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이 바로 민주화된 우리사주조합과 노동조합입니다."

-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후 노동조합운동의 방향은?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피상적인 것이든 중요한 것은 대중이 그렇게 느끼고 있으며 대중의 이해와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동조합은 대중조직입니다. 그들의 이해와 요구를 어떻게 받아 안고 어떻게 투쟁하는 것이 사회변혁과 노동자의 지위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사용자에 맞서 투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파업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노동조합이 임금인상과 구조조정 등에 있어 파업을 무기로 삼아 왔습니다. 지금도 유효한 측면이 있지만 조합원과 여론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투쟁방법을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 노동조합이 투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며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분명 노동자의 단결과 단체행동은 노동조합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힘입니다. 그러나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의 투쟁방법은 대중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다양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투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을 다양화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 IT연맹의 향후 계획은?

"통신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입니다. 이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산업의 흥망이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부문 노동조합은 대정부교섭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며 IT연맹은 이러한 대정부 교섭 창구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또한 IT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벤처거품 속에 사무실에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자본가들은 상장이나 스톡옵션을 미끼로 IT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대부분이 신분불안을 느끼고 있는 비정규직입니다. IT연맹은 이들을 시급히 조직화하고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정책에 대한 바른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지난해 정보통신진흥기금 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 동안 기금 운영이 투명하지 못한데다가 기금확보 자체부터가 통신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것으로 이중과세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