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으로 한 끼 식사 해결하라?
800원으로 한 끼 식사 해결하라?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0.06.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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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시한 하루 앞두고 시각차 여전
양대 노총, 최임위서 밤샘 농성 … 29일 노동자대회 열려

▲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촉구 양대노총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노동계가 제시한 수정안을 받아들이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2011년 적용될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있는 최임위가 의결시한을 하루 앞둔 28일까지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28일 오전 서울 학동 소재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문형남, 이하 최임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계의 수정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노동계는 당초 2010년 최저임금 대비 26% 인상된 시급 5,180원을 내년 최저임금으로 요구했으나, 25일 6차 전원회의 이후 시급 5,000원(2010년 최저임금 대비 21.7% 인상)으로 요구안을 수정한 바 있다.

이날 노동계는 당초 수정안에서 2차에 걸쳐 추가 수정안을 제출해 2010년 최저임금 대비 19.2% 인상된 4,900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추가로 5원을 인상한 4,145원(0.85%)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사항은 저소득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양심’의 문제”라면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내다보는 올 경제성장률 5.8%는 보수적 전망치’라고 발언했는데, 이와 같은 경제성장에 비춰보면 올해 경영계가 제시한 최저임금 동결안은 대폭 삭감안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또 18일과 25일 전원회의를 거치며 10원, 5원, 5원, 10원씩 모두 30원의 인상안을 제시한 경영계의 행보에 대해 “개도 물어가지 않을 10원짜리 인상안은 노동계를 조롱하는 작태”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심의·의결 시한을 넘겨서라도 현실적인 최저임금인상안을 쟁취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또한 “위원장과 일부 공익위원의 경우 노사조율의 의지가 전무하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려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되새기라”고 요구했다.

28일 오후 5시 현재, 최임위는 29일 오후 4시까지 회차변경 없이 정회에 들어간 상태이며, 양대 노총의 근로자위원들은 29일 회의가 속개될 때까지 최임위 회의실에서 농성할 예정이다. 또 민주노총은 최임위 앞에서 4일째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29일 오후에는 5천여 명의 노동자가 참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최임위 앞에서 열 예정이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오후 4시부터는 택시노동자들의 전력투쟁이 있을 예정이며, 부유함의 상징인 강남 복판을 천여 대의 택시로 뒤덮어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상기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8일과 29일 철야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히며, “경총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출항목별 월평균 최저생계비는 식료품 74,100원, 의류비 4,540원, 보건비 2,916원, 교육비 0원 등”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 의원은 또 “이런 계산에 따르면 경영자가 생각하는 노동자는 800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옷은 기워 입으며, 아프면 약국에서 진통제를 먹으면서 교육은 전혀 받지 않고, 비누 하나로 한 달을 씻으며, 전화는 받기만 하고, 10만 원짜리 월세방에서 전기세와 수도세를 4만 원 안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한 달에 20여일을 걸어서 출퇴근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홍 의원은 또 “경영계의 0.7% 인상안과 노동계의 21.7% 인상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최임위가 회의수당은 2008년 2,766만 원에서 2009년 4,729만 원으로 70% 인상했다”며 “전원회의와 전문위원회, 운영위원회 등에 참석한 위원들은 2시간에 7만 원, 2시간 이상이면 3만 원을 받고, 4시간을 넘기면 시간당 2만 원의 ‘추가수당’을 받는다”고 폭로했다.

▲ 최근 5년간 최저임금액 인상 추이. 28일 현재 근로자위원측은 5,000원 사용자위원측은 4,140원의 인상안을 제시하며 대립 중이다. ⓒ 노동부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한 해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에는 2.75%가 인상돼 소비자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회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저임금노동자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될지 29일 열릴 최임위 전원회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