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구겨지지 않는다
희망은 구겨지지 않는다
  •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 승인 200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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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의 스테디셀러 希望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어느 동네에 희한한 세탁소가 있었다. 구겨진 마음까지 쫙쫙 펴준다는 희망세탁소, 누구나 이 곳에 들어서면 구깃구깃한 마음도 쫙쫙, 어깨도 활짝! 이 곳에서 말끔하게 다려진 세탁물에는 언제나 이런 라벨이 붙어 있었다. ‘희망은 구겨지지 않는다!’

 


세상이 힘들수록 구겨지기 쉬운 마음, 동네에 이런 세탁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쎄, 아직 우리 동네엔 없을지 모르지만 TV 속에선 벌써 문을 열고 있다.


바로 KTF의 ‘희망세탁소’편 CF다. 퇴근길 터벅터벅 고단한 발걸음을 옮기는 한 직장인의 눈에 엉뚱한 네온사인이 들어온다. ‘구겨진 마음까지 쫙쫙 펴!’ 아담한 창문 너머로 마음씨 좋게 생긴 세탁소 할아버지가 어서 들어오라고 방긋 미소 짓고 그의 마음처럼 구깃구깃 주름진 와이셔츠는 어느새 뽀얀 연기와 함께 다리미질되고 있다. 빳빳하게 다려진 와이셔츠처럼 세탁소를 나서는 그의 얼굴에는 희망이 피어난다.


옆 동네엔 희망찬 빨래가 한창이다. 그동안 광고를 통해 젊은 상상을 응원해온 KT&G의 새 광고, 젊은 희망을 발랄하게 보여 주고 있다. 젊은 남녀의 어색하기만한 소개팅, 음악에 어깨를 들썩이던 여자가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상대남자에게 “춤추러 갈래요?”라며 말을 건넨다. 그런데 이들이 도착한 곳은 외로운 할머니의 집. 두 남녀는 커다란 대야 안에서 춤을 추며 이불빨래를 한다. “난 오늘 ‘춤추는 천사’를 만났다”는 재치 있는 카피와 함께 “더 좋은 내일을 상상합니다”라는 메시지가 흐른다.


한편 바다를 건너간 희망도 있다. 지난 몇 년간 ‘함께 가요, 희망으로’ 캠페인으로 따뜻한 희망이야기를 해 온 삼성그룹은 ‘희망을 나누는 데는 국경이 없다’는 메시지로 지구촌의 희망을 말하고 있다. 마라톤 금메달을 꿈꾸는 케냐 소년에서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러시아 소녀까지 ‘글로벌 나눔 경영’이라는 화두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광고계에서 ‘희망’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도 없다. 그 이유는 세상이 힘들수록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희망세탁소가 세상에 어디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보고 싶어 하면 보이는 게 희망이 아닐까? 희망의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매일 지나가는 동네 골목길이지만 그 곳엔 근심까지 싹둑 잘라 주는 희망미용실도 풀 죽은 기분까지 살려 주는 희망꽃집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세상은 희망으로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된다.


평생을 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동물과 환경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 온 제인 구달 박사는 그녀의 저서에서 ‘희망의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힘은 신념과 결단이 시험에 들 때 우리를 지탱해준다. 만약 우리가 그럴 의지만 갖고 있다면 가장 지쳐 있을 때라도 그로부터 새로운 힘과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신념을 가지고 구하기만 한다면…”


바로 올 봄, 웅변식의 광고보다 조용한 목소리의 광고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