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공정성 확보로 중소기업 활성화해야”
“시장의 공정성 확보로 중소기업 활성화해야”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7.0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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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인적 자원으로 인식해야
고용노동부, 고용 정책 총괄할 것
[창간특집 인터뷰]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 ①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창간 특집 인터뷰는 대통령실장 내정 이전인 지난 6월 29일 진행됐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려 3개월을 기다렸다.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는 것은 막말로 연예인 ‘비’를 만나는 것만큼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터뷰가 예정된 날, 국회에서는 ‘세종시 투표’가 진행됐다. 그리고 타임오프 시행을 앞두고 노동부 전국지방관서장회의가 열렸다. 이 많은 일이 있은 후 진행된 인터뷰니 임 장관도 피곤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실세 장관’, ‘경제통 장관’, ‘합리적 성품과 추진력이 돋보이는 정치인’ 등으로 평가받는 임 장관은 정부의 고용 정책과 노사관계선진화, 그리고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일관되게 피력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고용문제, 이대로는 안된다’ 최종판

이번 인터뷰는 <참여와혁신>이 70호(2010년 4월호)부터 72호까지 3회에 걸쳐 연속 기획시리즈로 담아낸 ‘고용문제, 이대로는 안 된다’의 최종판이다.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전직하했던 한국 경제의 영향과 2000년 이후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 신빙성을 얻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고용문제는 이제 경제 정책의 하위 범주 정도로 취급되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명박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상시적으로 개최하는 한편 그동안 각 부처별로 따로 진행됐던 고용 관련 정책을 하나로 통합하고 총괄적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새롭게 재편했다.

새로 출범하는 고용노동부 초대 수장이 된 임 장관은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인식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장에 대한 정책, 기업에 대한 정책, 사람에 대한 정책 등 3가지의 변화를 요구했다. 특히 임 장관은 시장에서의 공정성 확보가 고용 문제 해결 뿐 아니라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있어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 전통적인 노동자(Labor) 개념에서 벗어나 이제는 인적자원(Human Capital)관리의 시대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고용노동부가 앞장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기존의 성과배분형 노동운동에서 성과창출형, 고용창출형 노동운동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고용문제 해결에 함께 동참하길 바란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시장경제의 공정성 확보해야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고용문제는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이자 이명박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입니다. 그런데 한국사회가 2000년대 이후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된 것 아니냐는 학자들의 우려가 있습니다.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고용’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고용사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와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데 크게 3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경기가 회복돼도 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제・사회 구조,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및 경직성에 기인합니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에 있어 수출실적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해도 수출과 내수 간의 불일치와 대・중소기업 간의 약한 연계 등으로 중소기업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있습니다. 또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보호, 원・하청 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임금체계・근로시간・근로형태의 경직성 등이 지속적인 고용을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성장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고용 문제는 부차적 문제로 치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고용을 동반하지 못한 성장은 오히려 지속적인 성장에 방해물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또한 고용 정책에 있어 중앙정부 주도의 Top-Down 방식에서 벗어나 현실과 밀접한 연계성을 갖고 있는 지방 주도의 Bottom-Up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정부 주도의 고용 서비스 시장 확대와 함께 민간중개시장을 육성해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도 확대해야 합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는 대기업 중심, 질보다 양 중심의 경제구조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기업의 고용 유발 효과는 점차 축소되는데 반해 한국 사회 대부분의 고용을 흡수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노동부의 정책적 변화는 무엇이 있습니까?

“‘마태복음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라는 말인데 왜 중소기업은 성장하지 못할까 고민해봐야 합니다. 한국 시장경제 발전사를 보면 공정성에 대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공정성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인데도 그동안 자율이라는 측면에 비해 가려져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구조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더 쥐어짜졌고 상대적인 피해의식이 있습니다. 미국은 1930년대에 여러 가지 공정거래로서 그 틀을 잡았습니다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시장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종의 틀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전체적인 부가가치에 기여한 만큼만 공정하게 분배된다면 중소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플랫폼과 채널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대기업들인데, 여기 관련한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를 통해서 자기 물건을 팝니다. 그런데 수익은 대기업에서 독차지 하니까 중소기업이 클 수가 없습니다. 채널을 담당하고 있는 통신사에 근무하는 인원 비율이 우리나라와 일본이 1:3 입니다. 그런데 실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에 근무하는 인원은 1:20으로 일본이 6배가 많습니다.

그것은 채널과 콘텐츠의 수익 배분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8:2 정도이며 일본은 제가 알기로,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기본적으로 채널하고 콘텐츠가 거꾸로 3:7, 2:8로 나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채널이나 플랫폼은 물적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사람이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구조를 따지고 보면 바로 시장의 공정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재벌이 독식하는 것을 규제하려는 노력만 했지 시장에서 이 공정성을 통해 근본적인 치유에는 미흡했습니다. 이런 일종의 시장 감시기능,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도해내는 시장의 환경조성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도 자연발생적으로 시장력이 생깁니다.

고용 측면에서 보면 고용을 많이 유발하는 쪽에 대한 투자 촉진책을 펴야 합니다. 그동안 이에 대한 정부 정책은 많았지만 공정한 시장을 형성하려는 노력은 부족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투자촉진책을 펴 봐야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중소기업의 납품을 안 받아주는 등 중소기업 오너들을 기진맥진 상태로 만들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약간의 투자로 먹어버립니다. 죽 쒀서 누구 준다고 이런 현상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기재부나 지경부에서 돈 갖고 중소기업 뭘 도와줄 거냐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 돈 많이 안 들이고도 중소기업이 클 수 있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Labor에서 Human Capital로

시장의 공정성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 문제 뿐 아니라 좋은 인력이 중소기업에 모이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기업의 흐름이 인재 육성과 인재를 통한 성장으로 변화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인재 부족도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사내에서 교육시키거나 좋은 인력을 뽑을 수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 돈을 투자하며 경영할 수가 없는 거죠. 그 부분을 국가가 담당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젊은 사람에게 중소기업에 가서도 꿈을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학교와 함께 교육훈련을 시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흐름으로 노동시장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시장에서의 공정성 확보, 인재개발을 위한 교육훈련, 이것이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여기에 시장에서 민간부문이 고용을 창출하도록 하는 것으로는 고용문제를 100%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근로빈곤층, 여성, 중장년세대의 고용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종전의 노동은 영어로 레이버(labor)인데 레이버는 제조업 중심의 육체적 노동을 전제로 합니다. 이제 인식을 휴먼캐피탈(human-capital)로 전환해야 합니다.

노동을 휴먼캐피탈 즉, 인적 자원으로 인식하는 겁니다. 레이버를 채용하는 것은 비용을 들이는 것인데 휴먼캐피탈은 이 사람이 지속적으로 생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한 투자입니다. 이 경우 핵심 레이버 세대는 30~40대 남성이지만 휴먼캐피탈로 하면 일하는 세대를 크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휴먼캐피탈의 관점에서 보면 50~60대의 완숙함이 필요한 겁니다.

우리나라의 현재 산업과 사고는 그렇지 않은데 제도는 전부 레이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보니 퇴직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생이 1라운드에서 끝나는 겁니다. 학교 나와서 회사 들어가면 끝난다는 거죠. 그러니까 가급적으로 1라운드가 개인의 노후생활도 준비하고 자기 역량도 준비하는 기회라고 한다면 정상적인 2라운드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시니어 라운드를 만들자는 것인데 2라운드가 있어야 1라운드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2라운드를 복지로 해결했는데 2라운드를 하나의 휴먼캐피탈 시장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내야 합니다.”

휴먼캐피탈 시장은 장관님이 중점을 두고 있는 사회적기업과 유사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취업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합니다만 어떻습니까?

“여기서 부가가치를 낸다는 것은 사업에 대해서 컨설팅 해주는 것, 교육을 시키는 것, 사회복지와 관련돼 자기 재능을 기부하고 싶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시장도 형성하고 기업도 만들자는 거죠. 말씀하신대로 이것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회적 서비스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게 되면 거기서 생기는 일자리가 바로 사회적일자리입니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국민들의 라이프사이클 행태 자체를 바꿔주는 구조에 착수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 문제에서도 단지 1라운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라운드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1라운드 일자리가 생산자라고 한다면 2라운드 일자리는 생산도 하면서 소비도 하는 전형적인 프로슈머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정책을 중심으로 가져갈 예정입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고용노동부 전환으로 수요자 중심 정책 변화

7월 1일부로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명칭변경을 하게 됩니다. 고용노동부로의 전환이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일자리 문제는 정부의 우선적인 국정과제이며, 앞으로 상당기간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기 때문에 노동부가 일자리 문제를 전담하고 총괄하는 부처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 개편하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로의 전환은 단순한 명칭변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부의 역할과 사명의 변화인 동시에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제가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3가지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첫째, 중심 고객의 변화입니다. 그동안 노동부의 중심 고객은 ‘일자리가 있는 국민’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일자리가 없는 국민’, ‘일자리가 있더라도 더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국민’을 중심 고객으로 삼아 정책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둘째는 문제해결 방법의 변화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가진 제도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해결해왔다면 고용노동부는 최대한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을 통한 접근 방법’을 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고용노동부 출범 전 조직개편을 통해 노동시장정책관이나 인력수급정책관을 두게 된 것도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읽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셋째는 그간 노동부의 역할이 공급자 중심, 정부의 정책을 중심으로 추진됐는데 반해 고용노동부는 수요자 중심, 즉 고용 취약계층인 여성이나 장년세대, 청년 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확대와 함께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현장에서 노사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고용노동부로의 전환은 각 부처별로 산재해있던 고용 정책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장관님도 아시다시피 예산, 인원 등에 대한 부처별 이기주의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단지 부처 간의 협의 이상이 필요할 듯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많은 분들이 그러한 부분을 걱정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는 그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경제・산업정책의 부수적인 요소로 인식되어 왔고 고용 문제가 핵심의제로 등장했지만 국가고용전략이 부재해 각 부처별로 정리되지 않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비판적 시각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경제의 고용창출력 둔화 등 경제·산업 환경의 변화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영향을 주는 정책 전반을 고용 및 일자리 관점에서 재조망하고 재편할 필요성에 대해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간 경제·산업정책 등을 기획재정부가 총괄하여 왔으나, 고용의 관점에서의 총괄기능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서비스산업 선진화, 자활사업 등 정부정책의 고용연계성이 취약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는 정책들을 고용 및 일자리의 관점에서 총괄하기위해 고용노동부가 출범하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는 국가고용전략을 수립ㆍ발표하는 한편, 기업이 많은 고용을 창출하도록 경제ㆍ산업정책을 고용친화적으로 재설계할 계획이며 고용정책심의회 등 협의기구를 활성화하고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정부정책이 좀 더 고용친화적으로 운용되도록 고용정책 전반에 대한 정책과제를 도전적으로 문제 제기하며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 기사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