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참여와혁신
  • 승인 2010.07.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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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학생이 사회성도 좋은 것 아니야
반에서 1등하는 아이도 유심히 살펴보자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
교육컨설팅 관련 강연과 방송진행, 일간지 교육칼럼 기고

진로 상담을 하다보면, 첫 번째 상담은 보통 학부모, 특히 엄마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학생들과의 상담이 부모로부터 자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얻은 후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에 대한 칭찬에 침이 마를 때나 혹은 ‘노는 것만 좋아하고 뭐하나 잘하는 것이 없어 속상하다’는 말을 듣게 되면, 필자는 전자의 경우엔 ‘기대’를 후자의 경우엔 ‘긴장’을 하게 된다.

군자삼락(君子三樂) 중 세 번째가 ‘득천하영재이교육지(得天下英才而敎育之)’로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시키는 것이라 하던데, 똑똑한 학생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기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학생을 만나보면 자녀에 대한 사랑이 너무 깊은 나머지 부모의 칭찬이 다소 과장되었던 것임을 깨닫고 안타까웠던 사례가 종종 있다. 성적은 좋은 데 자신의 의사표현이 분명하지 못하고 언변에 조리가 없으며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성적 우등생 ≠ 사회 우등생”

특목고에 무난히 합격했고 학교성적도 좋고 부모 속 썩이는 일 한 번 없었다면 자녀가 얼마나 대견스러울지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아이’는 당연히 이상적인 자녀상이라고 자칫 오해할 수 있지만 이런 자녀를 둔 부모의 자부심은 자녀의 명문대 합격을 끝으로 갈 곳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성적이라는 명확한 한 가지 기준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기 때문에 자녀가 맨 앞에 서 있다면 그 자리의 영광을 학부모도 함께 누리게 된다.

그러나 학교에는 입학과 더불어 졸업이 있고, 그 후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 받아야 하는 성적표 이상의 무기들이 필요하다. 이런 학생이 국내 대기업이나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 입사하려고 하는 경우 명문대학 출신이라면 서류전형을 주로 하는 1차 관문은 무난히 통과할 수도 있다(요즘같이 입사경쟁률이 치열한 시기는 이조차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자신의 생각을 짧은 시간에 말로 표현해야 하는 면접시험부터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어눌한 언변은 100점짜리 성적표를 무색하게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만약 우여곡절 끝에 회사에 입사하였다 하더라도 2~3년쯤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회사원의 지위를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학생이 실제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역량만큼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학교성적도 좋은데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온순함을 갖춘 학생이 부모에게는 장래가 촉망되는 영재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실제 사회생활에서는 학교에서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사회인이 된 자녀는 학생 때와는 너무 다른 대접 때문에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잘 나가는 동창생, 나보다 공부 못했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보면 고분고분하고 부리기 좋은 직원일 수 있으나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엔 아무래도 부족하다. 또 정해진 일에서는 최고이지만, 새롭게 시장을 개척하거나 미증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진취적이고 독창적인 업무에 있어서는 밑천을 드러내기 쉽다.

반면 다소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사회성이 뛰어난 학생에게서 잠재력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녀가 잘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으로(사실 공부를 못한다는 점 때문에) 심려가 큰 학부모가 있었는데 막상 학생을 만나보니 대인관계 능력이 아주 뛰어나고, 학업성적이 좋지 못한 자신의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어서 성적지상주의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인정받으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학교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몇몇 걸림돌들만 극복한다면 사회에 나갔을 때 성공적인 인생을 개척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게 하는 학생이었다. 학창시절 이름도 잘 모르던 동급생이 나중에 동창회에서 고급차를 타고 나타나더라는 어른들의 흔한 경험담도 이러한 에피소드가 확장된 것은 아닐까?

그러기에 비록 학교에서 알아주는 우등생과는 다를지언정 자신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이 같은 낙관적 의지 위에서 공부가 사회에 진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발판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 내 자녀가 공부 잘 하고 말 잘 듣는 아이라면 그저 기특하게만 여길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 아쉬운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고 학생 때부터 부족한 점을 조금씩 보완해 주어야 한다. 또한 학업에서 별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면 좋은 학원을 알아보며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성적에는 나타나지 않는 숨은 능력은 없는지 자녀와 함께 찾아보아야 한다. 앞으로 자녀가 살아나갈 이 사회는 이미 여러 현상들이 증명해 주듯 명문대 입학이 좋은 직장을 보장해 주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