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출혈경쟁, 책임은 노동자에게?
업계 출혈경쟁, 책임은 노동자에게?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7.26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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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노조, 인력 구조조정에 맞서 한 달째 투쟁 중
노조, “적자 경영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SKB, “인력 중복부분 정리하는 것”

 

▲ 24일 오후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옆에서 진행된 '단체협약 사수 및 고용안정 쟁취 결의대회'에서 SK브로드밴드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우성 기자 wsjung@laborplus.co.kr

국내 2위의 유선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300여 명에 이르는 인력을 구조조정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SK브로드밴드노조가 이에 크게 반발해 27일째 쟁의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오후,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옆에 위치한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진행된 ‘단체협약 사수 및 고용안정 쟁취 결의대회’에서 SK브로드밴드노조(위원장 최준영, 아하 SKB노조)는 사측이 이미 예상됐던 2천억 적자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통신업계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서 최준영 SKB노조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어제 회사 측에서 구조조정 대상자에게 연락해 희망퇴직을 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하겠다고 협박했다”며 “이미 300여 명의 대상자들은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받은 상태에서 사측이 노동조합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정리해고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 인수 2년 만에 적자 경영에 빠졌다”며 “사람 잘라내는데 몰두하고 회사 경영은 뒷전인 SK텔레콤의 무능한 경영진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의 대주주인 SK텔레콤은 2009년 경영실적 2천억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30만, 인터넷전화 가입자 100만 순증 목표를 경영계획으로 하달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 구성원들은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경영적자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업계가 과열양상까지 보이며 통합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 오히려 상품을 판매하면 적자를 보는 상황이 계속되는 마당에 이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인력 구조조정의 핵심인 네트웍 운용 및 구축 업무와 ‘행복센터’로 불리는 SK브로드밴드 유통조직을 아웃소싱하는 부분에 대해 노조 측은 국가 기간통신망 운용을 아웃소싱 하는 것은 국가 통신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막고 국가 위기 시 엄청난 혼란과 불안이 예상되는 것으로 이번 SK브로드밴드의 아웃소싱이 성공할 경우, KT와 LG유플러스도 네트웍 운용 및 구축 업무를 아웃소싱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집회에서 연대사에 나선 김찬희 정보통신연맹 수석부위원장은 “2천억 경영적자는 잘못된 경영방침에 의한 것”이라며 “돈 뿌려서 고객 모집하게 일 시켜놓고는, 가족이라고 떠들면서 그 가족의 목을 자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두환 정보통신연맹 위원장도 “SK브로드밴드 측이 노동조합과 하나하나 합의한 이후 진행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SK가 갖고 왔던 이미지는 박살이 날 것”이라며 “일방통행하지 말고 노조와 협의해 실타래처럼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SKB노조는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웍 운용 및 구축 분야 아웃소싱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 본사에서 인력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SK브로드밴드 측은 통신시장의 과열로 인해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이야기하듯 적자 문제 때문이 아니라 행복센터 등 영업기능은 직접 영업이나 SK텔레콤 대리점 등을 통한 영업이 가능하고 네트웍 운영 부문 중 단순업무 분야에 대한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있어 인력 중복 부분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통신사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