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사내하청은 파견직과 동일
제조업 사내하청은 파견직과 동일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0.07.2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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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년 이상 근무 사내하청 노동자에 정규직 전환 판결
금속노조, 비정규직 특별교섭 요구 예정…체불임금 집단소송도 함께 준비
▲ 26일 오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사내하청업체 2년이상 근무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고용 간주 대법원 판결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 사내하청업체 지부장이 사례발표를 하는 동안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생각에 잠겨 있다.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제조업 사내하청은 근로자 파견과 동일하기 때문에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원청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금속노조가 비정규직 특별교섭과 체불임금 집단 소송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26일 오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판결은 ‘사내하청이 정규직 채용 대신 하청노동자를 고용해 불법적으로 이윤을 착취한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을 인정함으로써 현대차를 필두로 한 대기업의 비정규직 차별과 착취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차액을 지불하라는 대규모 소송과 원청사용자를 대상으로 특별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청노동자, 대기업 사용자와 근로자파견 관계

대법원은 지난 22일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서 해고된 최병승 씨 등이 낸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제조업체의 사내하청도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므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비록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되었지만 자동차의 조립 생산작업이 대부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며 정규직 근로자들과 혼재해 작업 배치됐음은 물론, 작업량, 방법, 휴게시간, 교대나 근태상황 등에 대해서 현대자동차 노무지휘를 받는 불법파견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따라서 현대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현대자동차(주)와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으며,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거해 2년을 초과한 날로부터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금속노조, 향후 실태조사 통해 적극적 대처 마련 예정

금속노조는 향후 김형우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여 미조직비정규사업실과 단체교섭실, 현대차지부, 아산 울산 전주 현대차 비정규 3지회, 주요 지역지부들과 연계해 불법파견 정규직전환 특별대책팀(TF팀)을 구성해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의 사내하청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후 제조업 원청업체에 파견법상 ‘직접 고용의무’를 적용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하청 노동자들은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원청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체불된 임금차액을 지급하라는 대규모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불법파견 사용자 처벌을 촉구하는 한편 무혐의 처분 내린 대검찰청의 직권남용을 고소 고발 및 징계 요구하는 동시에 하청노동자 정규직화 특별교섭을 전개할 예정이다.

사내하청 관련 최근 대법원 판결 3건과 연관

한편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2008년의 현대미포조선 사건과 예스코 사건, 지난 3월의 현대중공업 사건의 판결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박제성 연구위원은 “각기 다른 사건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는 차이가 있지만 현상의 본질은 동일하다”며 “하청업체(고용사업주)에게 고용된 근로자를 원청(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일하게 하는 가운데 ‘사용사업주의 책임은 무엇인가?’라는 법적쟁점이 제기된다”고 정리했다.

현대미포조선 사건의 경우 사내하청업체가 형식적, 명목적일 뿐 그 실체조차 인정되지 않으므로 하청노동자는 고용시점부터 원청회사와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하고 있음을 있정하는 내용의 사례이다.

또한 예스콤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묵시적 근로관계 성립여부는 인정되지 않으나 사실상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경우 2년이 경과하면 직접고용으로 간주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때 적법파견이 아니라도 직접고용 간주 규정을 축소 해석할 근거는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개별 노동자는 원청회사에 대해 직접고용의무이행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원청회사의 경우 의무 불이행시 행정제재를 받게 된다.

최근의 현대중공업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원청회사가 부당노동행위, 단체교섭, 노조활동 용인 등 노조법상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도록 판결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난 3건의 사례와 연관지어 볼 때 특정 사건에 적용되는 형태가 아니라 여타 제조업 사내하청 문제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8년에 걸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전환 투쟁의 전환점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