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아리'야, 지못미
'주둥아리'야, 지못미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8.0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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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인사들의 설화(舌禍)가 끝이 없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서부터 유명환 외교부장관의 “야당에 표를 준 젊은이들은 북한에 가서 살라”는 발언 등 실로 사회 유력인사들의 입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나와서는 안 되는 말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은 차명진 의원의 “6,300원짜리 황제의 삶”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주최하는 ‘최저 생계비로 한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해 시민들이 현재 지급되는 최저생계비로 한 달간 생활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정치인들이 한 달 최저생계비 중 하루치 식비인 6,300원으로 하루를 지내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차명진 의원은 참여 후기에서 “800원 어치 쌀 한 컵과 970원짜리 쌀국수 한 봉지, 970원짜리 미트볼 한 봉지, 970원짜리 참치캔 1개 등을 구입해 3,710원을 사용했다”며 “황도 970원짜리 한 캔을 사서 밤에 책 읽으면서 음미했고 나머지 1,620원 중 1,000원을 사회에 기부했고 600원은 조간신문을 사는데 썼다. 이 정도면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밥 위에 캔 참치를 올리고 미트볼과 함께 먹으니 좋더라는 그분의 식사습관까지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황도를 우적우적 씹으시면서 독서를 하시는 취향이야 내 알 바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식사가 황제의 식사 부럽지 않다고 하시니 평소 드시는 것이 얼마나 부실하길래 그럴까라는 의문이 든다.

차명진 의원의 가족들과 보좌관들, 그를 후원하는 많은 기업인들은 각성해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참치캔에 미트볼도 대접하지 못한데서야 그분이 어찌 큰일을 하실 수 있겠는가.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불철주야 노동자들의 삶을 ‘걱정’하시는 분인데. 노동계도 많은 후원 부탁드린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성차별과 협잡, 편가르기와 독선에 사로잡혀 내뱉는 말 같지 않은 말이 온 사회를 떠돌며 이리 때리고 저리 휘둘러 곳곳이 상처와 피투성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친서민’을 부르짖어도 왜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지는 단지 이러한 말의 ‘성찬’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은평을 재보궐 선거에 나서며 당 지도부를 향해 “선거기간 동안 한강다리를 건너지 말라”고 이야기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더 이상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요구하지는 않겠으니 제발 체통은 지키시길.

결국 ‘주둥아리’가 문제다. 짐승의 입이나 새의 부리를 속되게 표현한 ‘주둥아리’가 문제다. 짐승과 새의 것이어야 할 ‘주둥아리’가 인간들에 의해 정말 ‘주둥아리’가 됐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참여와혁신>과 6년 동안 함께 했던 정재훈 작가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이별을 하게 됐습니다. 다시 만날 것을 믿으며 그동안 수고해주신 정재훈 작가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매호 새롭게 변화하려는 <참여와혁신>은 다음 호부터 부산일보를 통해 ‘하여툰’이란 작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최승춘 작가를 모시고 ‘하여툰 시즌 3’를 연재하게 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