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성과 아닌 미래를 준비하겠다”
“당장의 성과 아닌 미래를 준비하겠다”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8.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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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진단ㆍ규약개정특별위원회 가동…대규모 조직개편 준비
농협법 개정은 결국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것
[사람] 민경신 전국농협노조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전국농협노조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국농협노조는 우선 지난 10년간의 활동부터 점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특별위원회도 구성키로 했다. 이러한 특별 활동은 현재 전국농협노조가 닥친 현실과 무관치 않다. 활동가 부족과 조직 약화,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노조의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며 또한 이들의 절박함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2009년 서필상 위원장 체제가 마무리 된 이후 전국농협노조는 약 1년간 새 집행부를 꾸리지 못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유지해야 했다. 농협법 개정과 소산별노조 정비라는 큰 숙제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집행부 부재는 노조 활동에 큰 걸림돌이 됐다. 올해 새로 선출된 민경신 전국농협노조 위원장 집행부도 아직 부위원장을 채 선출하지 못했다. 그만큼 본조를 이끌고 갈 간부를 마련하기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민경신 위원장은 “노조 창립 이후 10년이란 세월을 흘러오면서 경제나 노동자들의 여건이 개선되면서 노조활동 자체가 느슨해진 상황”이라며 “지금의 한계를 인정하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올인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소산별노조 전환 10년, 변화가 필요할 때

지역본부장을 맡다가 노조위원장으로서 전국단위를 총괄지휘하게 됐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역이 아닌 전국적인 지역농협 노동현장을 둘러본 감회는 어떤지.

“전국농협노조 본조에서 일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2기 집행부가 임기 도중 내려가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당시 잠시 올라와서 사무처장 일을 맡은 적이 있었다. 또한 민주노총 경기본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농협노조는 중앙집행위원회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역본부들이 중앙사업과 많이 결합해 있다. 다만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일이 진행될 때는 지역본부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위원장이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을 더 해야겠다는 것보다 지역으로 분산된 노동조합을 중앙으로 모을 수 있게 고민하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다만 처음 전국농협노조가 결성될 당시만 해도 중앙의 영향력이 강해서 힘을 지역으로 분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꼭 노조활동이 중앙에 집중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씨줄과 날줄처럼 본조는 지도력과 전략의 일관성을, 지역본부는 현장사업을 통해 서로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최근 몸이 안 좋아서 치료를 받았다고 들었다.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 건강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한국문화 아닌가. 그래야 긴장이 풀려서 자기 속의 이야기를 하니까. 그래서 동지들을 만나게 되면 늘 술을 마셔야 하는데 그 쪽이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고 한 잔 하는 것이지만 나는 매일 되풀이 되는 셈이다.

그래도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 아닐까 싶다. 아프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조기축구회에 나가서 공을 차고는 했다. 출신 사업장에 직원들끼리 공차는 모임이 있는데 몸이 완쾌가 되면 일요일에 나가서 조기축구회원들과 공이라도 차면서 몸을 보전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실 MTB(산악자전거)도 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2년째 못 타고 있다. 동호회와 어울려 하려면 100~200km를 다니기 때문에 하루를 다 잡아야 한다. 그래서 경기본부장이 되고부터 한 번도 MTB하러 나가지 못했다. 건강이 많이 걱정되지만 어쩌겠나. 알아서 조금씩 관리할 수밖에.”

전국농협노조는 집행부 구성을 하지 못해 1년간 비대위 체제를 거쳤다. 그동안 위원장 선출이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많은 민주노총 사업장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노조가 결성이 된지 10년 이상 됐고(전국농협노조는 1999년 결성) 조합원들도 노조 교육을 많이 받았고 경제적인 면도 해소가 되면서 다소 느슨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사무직종이다보니 신분이 노동조합이지만 언젠가 승진이 되면 사측이 될 수 있는 입장의 양면성이 존재하다보니 노동조합 간부로 나서려는 노조원들이 없다. 그래서 간부의 고착화가 심해지고 있다. 분회에서도 간부를 뽑기 힘든 상황이니 본조는 오죽하겠나. 시스템이란 것이 새롭고 역동적으로 가야 하는데 사람 숫자가 줄어들면서 인원이 물갈이 되지 않다보니 냉소주의마저 흐르는 곳도 있다.

이런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 이번 집행부는 조직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어차피 내가 있는 동안 이를 완전히 완성하기는 힘들 것이다. 조직을 점검해서 다시 세우고 간부를 육성하는 등 발전을 할 밑그림 그리기도 쉽지 않다. 조직이 중심을 잡을 때까지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장하자는 것이 이번 집행부의 목표다.”

위원장에 선출되고 나서 현장강화와 간부 역량강화를 기치로 내세웠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7월 2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조직진단특별위원회’와 ‘규약개정특별위원회’라는 2개의 특별위원회와 정책위원회 아래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10년간 노조활동을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그 동안 본조의 문제점을 점검하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우리 자신부터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책위원회 안에 소위원회를 두어서 각 분야마다 정밀하게 점검하려고 한다. 현장 목소리를 담아서 조합원의 사소한 불만도 해결해야 하는 것이 노동조합이다. 따라서 현장조합원이 가진 고민을 제대로 해소하기 위해 일단 모든 불만을 수집해서 정책적으로 어떤 분야에 어떻게 나눌 것인지 의논해 체계를 잡을 생각이다. 올해는 이런 점검사업을 11월까지 완료하고, 내년부터 하나하나 추진하고 목표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이번 특별위원회의 경우 전 위원장들이 힘을 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전 집행부들까지 위촉해서 최대로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작년까지 비대위로 있다가 새로 출범하다보니 집행부가 아직 미비해서 부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한 상태다. 앞으로 상설위원회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부위원장도 발굴해서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타임오프? 우리보다 사측이 더 곤란할 것”

전국농협노조는 소산별노조이지만 통일교섭보다는 지역 중심의 공동교섭이나 지부 개별교섭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지역농협 현장의 교섭 특징은 무엇인지.

“전국농협노조는 9개의 지역본부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업장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도ㆍ시ㆍ군과 같은 광역단위로도 묶일 수 있으며, 일부에서는 분회단위로 집중되는 곳도 있다. 게다가 교섭주체인 사용자가 각 지역농협의 조합장이어서 통일교섭을 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래는 농협중앙회가 임금 및 인사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농협에서는 꾸준히 농협중앙회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그 권한이 조합장에게 내려간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측에서는 통일교섭보다 기업별교섭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버텨 많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렇다고 계속 미단협상태로 둘 수 없어 지역이나 분회단위로 임단협을 치르다보니 상황마다 다르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농촌형과 도시형 농협처럼 농협도 양극화가 일어났다. 그러다보니 복리후생이 잘 되는 사업장에서는 ‘노동자가 먹을 것도 해결됐는데 사회정치투쟁을 왜 하느냐’는 반발도 들어온다. 자기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살기 위해 싸우는 것 인만큼 노동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투쟁인데 사측에게 세련되게 당해온 부분도 있는 것이다.”

현재 전임자임금지급문제로 전국농협노조는 어느 정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처해가고 있는지.
“아이러니하게도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통일교섭이 문제가 되는 만큼 오히려 타임오프에 있어서는 노동조합에서 강하게 나갈 수 있는 면이 많다. 사측이 그동안 분회별로 임단협을 치르자고 주장한 만큼 그들 말대로라면 분회별로 전임자를 확보해달라고 역으로 치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통일교섭이 진행되지 않아 그동안 전국농협노조는 전임자 임금을 노조비나 재정자립기금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해 온 만큼 전임자임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단교섭이나 통일교섭으로 전임자를 확보한 시스템이 아니었고 중앙회의 간섭과 방해 속에서 교섭을 진행하다 보니 타임오프가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타임오프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소산별노조이기 때문에 개별교섭보다 통일교섭으로 가서 우리가 요구하는 만큼의 전임자를 내려고 한다. 다만 사측이 자기들 유리한대로 교섭과 타임오프를 이끌려고 한다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역으로 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산별로서 올바르게 주장하고 제대로 된 농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차원에서 움직이는 만큼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산별교섭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농협 개혁, 돈보다 사람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농협법 개정이 지역농협과 농협노동자들에게 가져다줄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농협중앙회를 지주회사로 간다는 것은 대국민사기와 다름없다. 정부는 농업을 포기했다. 따라서 농민이 없어지는데 농협이 왜 필요하겠나. 그러니까 농협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망인 금융분야는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금융부분에서 살려내서 자본 입장에서 볼 때 은행에서 M&A하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지금은 누구도 아니라고 하는데 M&A를 해야 한다고 하는 국민은행도 200조 넘는데 세계 100대 은행에 들어야 한다는 잣대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100조가 조금 넘는 농협중앙회가 시장에 나가서 혼자 살아남을 수 있겠나. 결국 농협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서 민영화 비슷한 상태에서 거대자본에 흡수시키려는 것 아닌가. 순서를 보더라도 그렇게 가는 것이라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농협중앙회와 정부가 가는 길은 협동조합의 한 축을 포기한 것이다. 협동조합의 핵심은 인적자원이다. 농협은 주식회사와 달라서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결정권을 지니고 있어서 중요한 결정사항에 대해 1인 1표를 하는 민주적 조직 내에 있다. 그런데 농협을 지주회사로 가겠다는 것은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외부에서 자금조달을 하겠다는 의미 아니냐. 그런 틀에서 협동조합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농민들의 조직이어야 할 협동조합을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자본주의에 편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본다.

또한 농협법 개정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한 예로 고령자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현재 농민들이 고령화되고 있는데 이 양반들이 몸을 못 가누게 되면 누가 돌보지도 못한다. 그나마 이 분들이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농촌에서 고령자 문제를 흡수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일을 잃고 외부로 쏟아져 나온다면 국가는 이들에 대한 비용과 제도를 어떻게 충당할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정부는 농업을 자본화하면 농민이 잘 살 것 같고, 대농으로 하면 가격경쟁 될 것 같이 이야기를 한다. 미국에서 수천 헥타르에서 하는 것과 우리나라가 수십 헥타르에서 하는 것이 게임이 된다고 생각하나. 거대한 농민집단을 지닌 선진국도 50~100%에 가까운 농업보조금을 주면서 전략적으로 농촌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법제화하자는 요구도 거부하고 있지 않나.”

농협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농촌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시각이 다양하다. 전국농협노조가 생각하는 농협 개혁의 모습은 무엇인가

“전국농협노조와 농민단체가 주장한 것은 연합회 중심의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농협중앙회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를 중심으로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내놓은 대안이다.

이 대안을 지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일단 농협중앙회가 올바르게 가지 못하고 있으니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쪼개서 가되 기존 시스템을 살려서 농정을 책임지고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에 무게를 더 실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 관련 5개 노조와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농협법개혁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져있다.

이 문제를 두고 전국농협노조 업종본부장 등이 최인기 농림식품위원회 신임위원장과 면담을 했는데 위원장측도 농협법 개정 문제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노조에게도 구체적인 대안이 있으면 언제든지 제시해달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구체적인 강론으로 가면 서로 이야기가 틀릴 수밖에 없다. 다만 농협법 개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며 어느 누구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협동조합을 유지하고 고유 시스템은 가지고 가되 지배구조를 잘 고쳐서 서로 윈윈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 지주회사로 가는 것은 협동조합 포기이므로 반대이며. 이 법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 전체적인 강론이다. 협동조합 구성원이 의논해서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농협법 개정과 관련해 다른 농협관련 노조들과 함께 ‘반농협·반협동조합 신경분리 저지 공동투쟁본부’를 꾸렸다. 현재 공투본 활동은 어느정도 진전이 있으며 서로간 입장차가 심할텐데 별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현실이 그런 것은 사실이지만 의지나 관심이 적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각 단체마다 현재 처한 입장이 다르고 서로 다 어려운 상황이다. 모두 현안사업에 목 메여 있지 않나. 노동조합들은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때문에 위기이고, 농민단체는 쌀 문제로 난리다. 눈에 보이는 문제가 워낙 시급하다보니 농협법 개정을 풀어내는데 집중하기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객관적으로 보면 공투본이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꾸준히 농협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